문재인 정부 내각의 마지막 퍼즐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홍종학 전 의원이 지명됐지만 청문회의 문턱을 넘기가 쉬울 것 같지는 않다. 벌써부터 ‘편법증여’를 비롯한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편법증여’ 논란을 요약하자면 이런 얘기다. 장모 소유의 부동산 일부가 홍종학 후보자의 딸에게 ‘쪼개기 증여’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증여세는 모두 납부했으므로 법적 문제는 없다는 게 홍종학 후보자 측 해명이다. 그러나 ‘쪼개기 증여’ 자체가 고율의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행위로 볼 수 있는 만큼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홍종학 후보자의 배우자가 딸에게 2억2000만원을 빌려주는 계약을 맺은 사실도 드러난 것도 비슷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녀에게 무상으로 돈을 빌려주는 경우는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이율과 계약기간 등의 내용이 포함된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등을 작성한 경우처럼 대여가 명백하게 입증되는 경우는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홍종학 후보자의 배우자와 딸은 연이율과 계약기간 등이 명시된 계약서를 작성했으므로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 계약서에 의하면 홍종학 후보자의 딸이 지불해야 하는 이자는 1840여만원에 이른다. 홍종학 후보자 측은 이 금액을 증여받은 부동산 임대수익을 통해 지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학생 딸이 엄마에게 돈을 빌리면서 부동산 임대료로 이자수익을 납부하는 일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결국 편법이니 절세니 하는 소리가 나오게 돼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을 어기지 않았다면 이 같은 논란을 ‘낙마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으나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애초 홍종학 후보자가 지명된 배경에는 그가 국회의원 출신으로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고, 부의 대물림이나 재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 분명하다는 점이 함께 고려됐을 것이다. 그러나 편법 증여 논란은 두 가지 고려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정부 여당으로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더군다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황당한 논란으로 한 차례 지명된 후보자가 낙마한데다 적임자를 찾기가 매우 어려운 걸로 알려져 있다.

비판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겠으나 문제를 분리해서 볼 필요는 있다. 홍종학 후보자가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이런 ‘쪼개기 증여’ 등이 부유층의 절세 수단이 돼있는 게 사실이고 정부 입장에서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적폐청산’을 내건 정부의 국정철학을 수호하는 모습을 보이는 차원에서라도 ‘절세’된 세금의 납부나 사회환원 등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이 의혹을 단지 위법 여부의 문제로만 해명하고 넘어가려고 한다면 ‘문제’보다는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홍종학 후보자가 장관직에 맞는 인사인지를 판단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후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청문회 준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보수야당과 보수언론 등이 홍종학 후보자에 대해 ‘내로남불’이라는 개념으로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비판의 요지는 홍종학 후보자가 그간 부의 대물림과 재벌에 대한 경제집중 등을 비판하고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면서 사적 영역에서는 그가 비판한 일을 그대로 반복해왔다는 것인데, 결국 개혁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그는 ‘거짓말쟁이’이고, ‘거짓말쟁이’의 주장은 믿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비판은 홍종학 후보자가 자신의 주장을 자기 자신에게도 철저히 적용하며 살아오지 못했다는 어떤 ‘부족함’을 지적하는 논리는 될 수 있지만, 홍종학 후보자가 주장해온 정책의 효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보수언론이 이런 논리를 동원하는 게 처음은 아니다. 예를 들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은 문재인 정권이 다주택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부동산 정책을 연이어 내놓자 청와대와 내각 구성원의 주택 소유 현황을 검증하는 보도를 내놓는 바 있다. 정부 구성원의 상당수가 이미 다주택자이므로 다주택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동산 정책은 ‘내로남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상황을 뒤집으면 정부 구성원이 자신들에게 해가 되는 정책도 대의를 위해 추진했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이런 태도는 ‘메시지를 공격하기 어려울 땐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선전의 기본 논리에 충실한 걸로 보일 정도이다. 언론이 현안에 대해 이런 식의 불성실한 비판을 하는 것은 대중을 정치적 냉소주의에 빠지게 하는 대표적 사례다. 정책은 정책 그 자체의 논리로 따지는 게 바람직하다. 홍종학 후보자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편법 증여 그 자체보다 홍종학 후보자가 과거 펴낸 책에 대한 논란이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홍종학 후보자가 가천대 교수이던 시절인 1998년 낸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책에는 명문대를 나왔는지 여부가 중소기업 운영의 소양이 있는지를 보여준다거나 성공한 중소벤처인들도 결국은 서울대를 나왔다는 사실을 직시하라는 등의 황당한 주장이 나와있다.

홍종학 후보자가 과거 제기한 이런 주장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중소기업벤처부의 주요 역할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가진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적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일텐데, 이 대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학벌이 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구의 성공한 IT벤처기업인들의 사례를 볼 때 기업의 전망과 미래가 학벌과 큰 상관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홍종학 후보자의 성실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홍종학 후보자는 1992년 가천대학교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정치권 입문 전인 2012년까지 교수의 길을 걸었다. 또, 홍종학 후보자는 199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을 맡으면서 시민단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매진한 이력을 갖고 있다.

문제가 된 책은 시민단체 활동을 하기 전 쓰여진 것인데, 그렇다면 책을 쓴 이후에 나름 인식의 전환을 하는 계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책에 쓴 자신의 학벌에 대한 철학이 지금은 바뀐 것인지, 바뀌었다면 그 이유는 어떤 경험 때문이었는지를 성실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서울대 출신만 중소기업을 운영할 자격이 있다’는 정책 철학은 ‘적폐청산’을 말하는 문재인 정권에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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