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홍콩 FX마진거래에 투자하겠다며 1만2174명으로부터 1조980억 원을 빼돌린 '제2의 조희팔' IDS홀딩스 사건이 정관계가 연루된 게이트로 확대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의 전직 보좌관 김 모 씨,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전직 경찰 윤 모 씨 등이 구속된 가운데 이제 검찰 수사의 칼날은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

그런데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가 정관계 고위 인사들, 이른바 VIP고객들의 돈을 별도로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 대표는 1심 재판에서 징역 12년을 받은 후 항소했는데, 항소 이유에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투자자'의 존재가 등장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성훈이 '별도 관리'하는 VIP고객 있었다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구속·징역 15년)는 피해자들의 돈을 편취해 '돌려막기'로 사기행각을 이어왔다. 돈의 입출금 내역, 이자 배당 등에 관한 내용은 사무실 구석에 위치한 '전산실' 직원들이 투자관리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관리했다.

문제는 현재까지 알려진 전체 모집액 1조980억 원과 IDS홀딩스의 금액 사용 내용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1조980억 원 중 용처가 확인된 금액은 9754억 원이다. 약 1226억 원의 행방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미디어스는 김성훈 대표의 항소 이유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김성훈 대표는 지난 1월 사기·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1심 재판에 앞서 진행된 피의자 진술에서 김 대표는 "사용처를 밝힐 수 없는 돈도 있는 법"이라는 진술했고, 법원은 이를 근거로 김 대표가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성훈 대표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이 내용에 대한 반박을 항소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투자관리시스템에 기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투자자가 존재한다', '밝힐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분들의 이익 배당, 원금 상환으로 사용하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그 분들이 이익 배당을 받지 못한다'는 게 골자다. 김 대표 측은 이를 이유로 김 대표가 돈을 개인적 용도로 유용한 게 아니라며 재판부의 판결에 반발하고 있었다.

김성훈 대표의 항소 이유를 뒤집어 보면 김 대표가 따로 관리하는 'VIP'고객이 있으며, 관련 자금은 별도의 장소에 '은닉'돼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김 대표가 별도의 VIP를 관리했다는 증언도 다수 존재한다.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성훈 대표가 따로 관리하는 'VIP계좌'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변웅전 전 의원. (연합뉴스)

변웅전은 VIP고객?…검찰, VIP 존재 알았나 몰랐나

김성훈 대표의 VIP고객으로 의심되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변웅전 전 의원이다. 변 전 의원은 KBS아나운서, MBC아나운서실 실장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충남 서산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소속 국회의원, 자유선진당 대표, 새누리당 고문 등을 지낸 원로 정치인이다. IDS홀딩스 현금장부에는 IDS홀딩스가 2016년 6월 1500만 원, 7월 3억 1500만 원이 변웅전 전 의원에게 지급됐다고 기재돼 있었다. 미디어스는 이 내용을 지난 5월 최초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1조 사기' IDS홀딩스, 변웅전에 3억 건네)

지난 7월 JTBC 시사프로그램 스포트라이트는 IDS홀딩스 사기 사건을 다루면서, 미디어스가 제기한 변웅전 전 의원 금품 수수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당시 변 전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을 묻는 질문에 대해 검찰은 '변 전 의원도 피해자'라는 답변을 내놨다. 검찰은 관련 질의에 대해 "2016년 초 변 전 의원이 3억 원을 투자했고, 5%의 투자수익금 1500만 원을 받은 것"이라면서 "변 전 의원도 수많은 고액투자자 중 1명에 불과하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변웅전 전 의원이 "원금 반환 후 3억 원을 더 보태 6억 원이 재투자됐고, 2016년 8월 수익금 2000만 원이 1회 더 지급됐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변웅전 전 의원의 이름이 공식적인 피해자 명단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IDS홀딩스가 공식적으로 관리한 투자관리시스템에는 변 전 의원의 이름이 없다는 의미다. 게다가 1~2%의 수익금을 받았던 일반 피해자들과 달리 변 전 의원은 5%의 수익금을 받았다. 변 전 의원이 김성훈 대표가 항소 이유로 내세운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투자자", 즉 'VIP고객'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상한 점은 더 있다. 검찰이 IDS홀딩스의 VIP고객에 대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검찰은 당초 약 1200억 원의 용처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채 김성훈 대표의 재판을 진행했는데, 검찰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IDS홀딩스 VIP고객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이미 한 차례 IDS홀딩스에 연루된 정관계 인사 관련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IDS홀딩스에 수사정보를 흘린 혐의로 구속된 경찰 윤 씨와 정관계 브로커로 알려진 IDS홀딩스 회장 유 모 씨와의 관계성에 대해 검찰이 덮어줬다는 의혹이다.(▶관련기사 : 검찰, IDS홀딩스 비위 경찰 알고도 무마했나)

IDS홀딩스 전직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2016년 검찰 수사에서 압수된 김성훈 대표의) 휴대폰 내용에 윤 씨가 나오고 하다 보니, 당시 김성훈을 수사하던 검찰이 무마시켜줬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 씨가 손을 썼다는 얘기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유 회장과 얘기를 해서 윤 씨를 변호사 사무장으로 넣어줬다"고 답했다. 실제로 윤 씨는 2016년 경찰직을 그만둔 뒤 유명 법무법인 Y사의 전문위원으로 재직했다.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의 보좌관 출신 조 모 변호사가 IDS홀딩스 피해자들을 모아놓고 강연하는 모습. ⓒ미디어스

조 변호사-IDS홀딩스 지점장, '돌려막기' 알고 있었다

또한 IDS홀딩스의 고문변호사를 지낸 조 모 변호사가 IDS홀딩스의 다단계 사기를 알고도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조 모 변호사는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경 의원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IDS홀딩스 회장 유 모 씨의 고향 친구이기도 하다.(▶관련기사 : IDS홀딩스와 새누리당은 대체 무슨 관계?)

지난주 열린 IDS홀딩스의 최대 지점장 유모씨 재판 증인으로 나온 김성훈 대표와 공익제보자 A씨는 지난 2015년 당시 조 변호사와 지점장들의 회의 내용에 대해 증언했다. IDS홀딩스는 당초 투자약정서가 아닌 금전대차계약서로 투자금을 유치해 문제가 됐었는데, 계약서를 합법적인 투자약정서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조 변호사가 지점장, 본부장들을 일일이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현재의 영업 방식에 대해 영업자들을 직접 면담하고, 보고서까지 받았다고 한다. 면담 후 조 변호사는 투자금 모집 방식이 다단계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2016년 초순 김성훈 대표와 지점장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있었다. 이 회의에서 김 대표는 조 변호사가 만든 새로운 투자약정서를 공개했다. 김 대표는 조 변호사가 투자약정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명 법무법인 K사의 확인까지 거쳤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폰지사기의 핵심인 '돌려막기'를 이미 지점장들과 조 변호사가 알고 있을 수 있었다는 정황도 확인됐다. 당시 회의에서 김성훈 대표가 '돌려막기'를 투자약정서에 넣고 싶다고 하자, 지점장들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넣지 말자고 했다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IDS홀딩스 엘림지점 관계자가 피해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자료=IDS홀딩스 피해자모임 제공)

조 변호사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피해자들을 상대로 IDS홀딩스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했다. 조 변호사는 2016년 5월 경 강원도 모처에서 피해자 수백 명을 모아놓고, IDS홀딩스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회를 열었다. 피해자들은 당시 설명회를 '변호사님 강연'이라고 불렀다. 조 변호사가 각 지점을 돌며 IDS홀딩스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 변호사는 김성훈 대표가 구속되기 10여일 전인 2016년 8월에도 피해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다.

조 변호사가 2016년 8월 IDS홀딩스의 사기행각을 알게 돼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고객들을 상대로 '문제가 없으니 걱정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고객과 김성훈 대표, 조 변호사가 3자 면담을 했고, 이 자리에서 조 변호사가 투자금 회수 취소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수의 피해자들은 미디어스에 "조 변호사를 믿었다가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조 변호사와 변웅전 전 의원이 단순히 변호나 투자만 한 것이 아닐 것이란 의혹도 제기된다. 이들이 IDS홀딩스 은닉자금이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의심되는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의 임원이기 때문이다.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는 전직 IDS홀딩스 직원 임 모 씨가 김성훈 대표와 상의 하에 설립한 투자회사로 이 회사의 사내이사는 변 전 의원이고 사외이사는 조 변호사다. 검찰은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에서 IDS홀딩스 유 씨가 활동비를 받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관련기사 : '1조 사기' IDS홀딩스와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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