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딘의 호투는 기아에게는 큰 힘이 될 수밖에 없었다. 8회 흔들려 교체되기는 했지만, 완벽한 투구로 막강한 두산 타선을 막아내며 중요했던 3차전을 잡았다. 잠실에서 강했던 팻딘은 기대만큼 호투를 보였다. 그리고 V10을 완성했던 나지완이 대타로 나서 다시 극적인 홈런을 쳐내며 신화 창조에 나서기 시작했다.

곰 잡은 팻딘의 호투, 우승 청부사 된 나지완의 극적인 투런 홈런

1, 2차전을 사이좋게 나눈 양 팀에게 3차전은 중요했다. 어느 팀이 이기느냐에 따라 우승 향방이 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1차전을 내준 후 2차전에서 양현종의 눈부신 호투로 완봉승을 가져간 기아는 플레이오프에서 폭발적이었던 두산 타선을 잠재웠다.

헥터마저 무너트렸던 두산 타선은 양현종에 막혔고, 팻딘에게도 무너지며 이후 경기 승패를 알 수 없게 만들고 말았다. 그 좋았던 두산의 기세는 양현종과 팻딘에 의해 완전히 꺾였다. 물론 야구공은 둥글고 결과는 어떻게 될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보우덴과 팻딘이 맞대결한 이번 경기의 승패는 결국 누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에 달렸었다. 그리고 보우덴에 비해 팻딘은 잘 버텨주었고,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7회 에반스에게 솔로 홈런을 내주기는 했지만 승리를 얻기에 부족함이 없는 투구였다.

2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 두산 베어스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 기아 선발투수 팻딘, 두산 선발투수 보우덴. Ⓒ연합뉴스

이번 경기 선취점은 3회 나왔다. 트레이드 후 최고의 모습을 보였던 이명기가 부상 후 완벽하게 기량을 되찾았다는 확신을 모두에게 심어주었다. 3회 선두타자인 김선빈이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후속 타자들은 침묵했다. 2사 상황에서 이명기는 적시 2루타를 치며 0의 균형을 무너트렸다.

이명기의 이 한 방은 여전히 타격이 터지지 않는 기아에게는 중요한 한 방이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내던 핵심 최형우가 후반기 타격감이 급격하게 떨어진 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기아를 강력하게 만든 타선 집중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불안 요소로 다가오니 말이다.

4회 보우덴은 스스로 무너졌다. 1사를 잡은 상황에서 최형우와 이범호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집중력이 무너진 상황에서 보우덴은 보크까지 하며 1사 2, 3루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이럴 경우 수비 포메이션 역시 변할 수밖에 없다.

이번 경기는 기아에게 운도 따랐다. 평상시라면 안치홍의 타구가 안타가 되기는 어려웠다. 말 그대로 방망이에 공을 맞추겠다는 의지 하나로 쳐낸 타구는 1, 2루 사이를 뚫었고, 그렇게 단숨에 점수는 3-0으로 벌어졌다. 두산 타선이 팻딘 공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3점차는 커 보였다.

3회초 2사 2루 기아 1번타자 이명기가 1타점 2루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도 강한 팀이라는 사실을 4회 말 보여주었다. 실점 후 곧바로 득점을 하며 추격하는 것은 강팀의 힘이다. 김재환의 2루타에 양의지의 희생 플라이를 묶어 1점을 추격했지만, 기아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전 타석에서 2루타를 쳤던 이명기는 이번에는 우측으로 2루타를 만들며 다시 기회를 잡았다.

김주찬은 완벽한 번트로 1사 3루 상황을 만들어주었고, 버나디나의 적시타로 4-1로 다시 달아났다. 이 점수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두산이 추격하자 곧바로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었다. 이럴 경우 추격하는 팀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더욱 이번 경기에서 두산이 뽑은 점수가 3점이라는 점에서도 버나디나의 이 적시타는 팀 승리를 만든 결정적 한 방이기도 했다.

7회 1사 후 에반스는 두산 타자들을 집요하게 공략했던 몸 쪽 공을 완벽한 스윙으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팻딘은 이번 경기에서 적극적으로 투구를 했다. 우완 타자들에게 집요할 정도로 몸 쪽 승부를 했다. 좋은 제구력을 가진 팻딘은 좌우 코너링을 하며 두산 타자들을 흔들었다.

에반스에게 큰 홈런 한 방을 내주기는 했지만, 후속 타자인 허경민은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여전히 강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도 했다. 투구수 조절까지 완벽하게 하며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부담이 아쉬움을 만들었다. 민병헌에게 안타를 내준 후 오재원에게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7회까지 완벽하게 두산 타자들을 제압했던 팻딘이지만 8회가 그에게는 고비였다. 팻딘은 7이닝 동안 96개의 투구수로 6피안타, 2사사구, 1피홈런, 3탈삼진, 3실점을 하며 승리 투수가 되었다. 남겨둔 주자가 팻딘의 몫이었다는 점에서 심동섭이 김재환에게 내준 적시타가 아쉬웠다.

9회초 2사 3루 때 KIA 나지완이 대타로 나와 2점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로 돌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창용이 한 타자를 상대하고 심동섭이 김재환을 잡기 위해 스페셜리스트로 올라오기는 했지만 아쉬운 투구를 보였다. 물론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불펜이었다. 기아는 8회 2사에서 김세현을 마운드에 올려 승리에 대한 기대치를 극대화했다.

1점차 상황에서 승부는 어디로 흐를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게 맞이한 9회 기아는 기적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냈다. 선두 타자인 안치홍이 안타를 치고 나가기는 했지만 후속 타자들이 모두 아웃 당하며 기회를 잡지 못하는 듯했다. 투아웃 상황에서 기아 벤치는 나지완을 대타로 선택했다.

두산은 내세울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김강률이 마운드에 있었다. 양 팀 모두 이 순간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승부는 간단했다. 김강률의 가운데로 몰린 공을 나지완은 놓치지 않았다. 원 볼 상황에서 두 번째 공이 가운데로 몰리자 완벽한 스윙으로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겨버렸다.

8년 전 기아를 우승으로 이끈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쳤던 어린 나지완이 8년이 흘러 두산과 상대에서 극적인 투런 홈런으로 3차전 승리를 완성했다. 1점차 승부였다는 점에서 이 홈런 한 방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였다. 7차전 끝내기 홈런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전체 흐름 상 가장 중요할 수도 있었던 3차전을 승리로 이끌게 했다는 점에서 나지완의 이 한 방은 값질 수밖에 없었다.

KIA 선발 임기영 Ⓒ연합뉴스

2승 1패로 앞선 기아는 4차전 승리를 가져간다면 의외로 단기전으로 끝날 수 있어 보인다. 4차전 선발은 임기영과 유희관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많은 투수들이 등판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기다. 물론 두 선수 모두 초반만 잘 넘기면 의외의 투수전으로 팽팽한 대결도 가능하다.

임기영이 전반전 같은 날카로움을 되찾았는지와 유희관 같은 투수에게 약한 기아가 초반 공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기 양상은 급격하게 달라질 수 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 들어와 미친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아는 이명기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부진을 씻는 나지완의 한 방도 극적으로 터졌다는 점에서 기아 타선이 다시 살아날 개연성은 그만큼 높아졌다.

기아는 불펜 자원들을 많이 아꼈다. 4차전을 끝내고 하루 쉰다는 점에서 빠른 교체 타이밍으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두산은 믿었던 불펜이 무너지고 있다.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오며 의외의 피로가 쌓인 모습이다. 결국 4차전은 다시 한 번 집중력 대결이다. 두 팀의 실력이나 능력 차는 크지 않다. 얼마나 집중력을 발휘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초반 분위기를 누가 점하느냐가 중요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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