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통영]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 곳곳에서 들려오는 비리 관련 뉴스들을 보면서 화가 나고 슬픕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권력자들이 국민이 낸 혈세를 훔쳐가는 짓을 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지방자치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이런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오히려 더 심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고민 끝에 아래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정치인들의 비리 권력 구조>입니다.

1. 지방자치단체 정치인들의 비리 권력 구조

첫째, 시장이 뇌물을 벌어들이는 가장 쉬운 사업은 토목건설업입니다. 아파트 공사, 도로, 다리 건설 등이 그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른바 환경사업이나 문화사업도 결국은 토목건설로 이어져 뇌물의 원천이 됩니다. 환경사업이나 문화사업 한다고 무슨 건물을 지으면 그 건축비 중 일부가 뇌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그러나, 저런 뇌물을 시장이 건설업체로부터 직접 받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최근 전남 보성군수가 건설업체들로부터 건설 용역비의 10% 정도를 꾸준히 받았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보성군수가 아마추어라서 그렇게 직접 받았던 것 같습니다. 세금 훔쳐가는 실력자 정치인들은 그렇게 업체로부터 직접 받는 것이 아니라, 하도급과 측근 등을 통해 수없이 돈세탁을 한 다음 뇌물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셋째, 시장의 비리를 감시해야 할 시의원들도 자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통영에서도 의혹이 벌어진 것처럼 시의원들에게도 시장이 일정 정도 예산을 주면서 입막음을 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지방의 언론사에도 시장은 광고비를 줌으로써 길들이기를 합니다. 실제로 지방 언론사가 시청의 광고비를 받지 않으면 경영이 힘들어질 정도라고 합니다.

다섯째, 국회의원, 도지사, 검찰, 경찰 등 시장의 비리를 감시해야 할 상급 기관에도 시장은 정기적으로 뇌물을 주면서 비리를 무마하는 것 같습니다.

여섯째, 시청 공무원들은 시장이 추진하는 정책이 아무리 나쁜 것이라 해도 그 일을 충성스럽게 추신함으로써 시장으로부터 승진 인사라는 선물을 받습니다. 통영 경제의 근간인 굴 양식업을 망쳐버릴 화력발전소를 오히려 유치하기 위해 시청 내에 특별부서까지 만들었던 사례를 생각해 보십시오.


이 글을 쓰는 저의 마음이 참담합니다. 이런 일들은 전국의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지지만, 내부자가 고발을 하지 않는 이상 증거를 잡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저보고 “증거가 있냐?”라고 따진다면,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독자님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런 비리 구조는 꼭 통영에서 증거가 안 나오더라도 그 동안 다른 지역에서 나온 사례와 증거만으로 볼 때,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지방자치가 계속 되면 될수록 이런 구조들은 점점 더 굳건해집니다. 왜냐하면 몇년전 양산시장이 자살한 것처럼, 이런 구조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구조에서 사라지고, 점점 더 교활한 인간들만 저 구조에서 살아남기 때문입니다.

2. 시장은 어떻게 비리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가? -오디세우스의 교훈

중요한 것은 저런 비리의 유혹을 시장이 이겨내는 방법입니다. 저는 그 방법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 장군과 바다의 마녀 사이렌에 대한 전설에서 찾았습니다. 사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바위섬 근처의 소용돌이에 빠져 죽게 만드는 마녀입니다. 사이렌을 본 사람 중 살아남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디세우스 장군은 자기 자신을 배의 돛 기둥에 묶고, 부하 선원들에게는 귀마개를 하도록 했습니다. 설령 자기가 미쳐서 바위섬으로 가자고 소리치거나 풀어달라고 해도 선원들이 듣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권력을 스스로 묶어놓은 덕분에 오디세우스 장군은 사이렌의 모습을 보고 노랫소리도 들었지만, 그 유혹을 이겨내고 죽음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훌륭한 권력자의 모델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자에게는 마녀 사이렌처럼 나쁜 짓을 하자고 유혹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달라붙습니다. 시장에게는 토목건설업자들이 끊임없이 달라붙어 뇌물을 받으라고 유혹할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시장은 스스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항상 시민들에게 물어보고 결정함으로써 이런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권력을 묶어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하냐고요? 문재인 대통령을 보십시요. 그는 신고리 5·6호기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할 수 있는 자신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권력을 스스로 묶어버리고, 시민들에게 건설 중단 여부의 의사결정을 맡겼습니다. 이 사안으로만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은 오디세우스처럼 지혜로웠습니다. 그러니, 왜 불가능하겠습니까?


3. 무작위 선정에 의한 시민 감시단을 운영합시다.

이런 오디세우스의 교훈을 오늘날 한국의 지방자치 현실에서 적용할 방법은 <무작위 선정에 의한 시민 감시단>입니다. 시민 감시단은 이미 현행 제도 속에 있습니다. 행의정 모니터단도 법제화되어 있고, 참여예산 제도, 시민 옴부즈만 제도 등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좋은 제도도 그 참여자를 시장이 결정하는 바람에 완전히 무력해진다는 것입니다. 자기 친한 사람들만 이런 데 참여하거든요.

그래서, 시민 감시단이 제대로 시장을 감시하려면 그 감시 위원들을 반드시 무작위로 선정해야 합니다. 현재 각종 위원회의 위원 자격에는 ‘학식과 경험을 갖춘 인물’이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이것을 구실로 시장은 자기에게 아부하는 이른바 전문가들만을 곁에 둡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이 헌법상 평등 원칙을 위배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조건을 모두 없애고, 시민이라면 누구나 시민 감시단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뽑힌 감시단에게 적절한 보수도 지급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면 시장을 어느 정도 감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들은 어떤 이권이나 인간관계와 상관없이 선임되기 때문에,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의 시민 대표들처럼 오직 공익을 위해 고민하는 숙의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결론

시장의 권력 비리를 막을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없습니다. 벌써 20년 넘는 한국의 왜곡된 지방자치 구조 속에 권력형 비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작위 선정에 의한 시민 감시단>을 저는 제안했지만, 다른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시장의 권력 비리는,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시민 감시단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들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사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을 기둥에 묶었던 오디세우스처럼, 비리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권력을 시민에게 나누겠다고 공약하는 시장 후보님들을 기다립니다.

/장용창 오션연구소 소장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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