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국정감사를 내팽개치고 방송통신위원회로 달려갔다. 방통위가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의 건에 대한 회의를 진행한다고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자유한국당의 몽니에 방통위 회의는 물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26일 국회 과방위는 KBS, EBS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정감사 현장에 자유한국당 소속 위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방문진 보궐이사 임명을 저지하기 위해 방통위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정감사 사회를 봐야 할 신상진 위원장까지 방통위로 달려갔다. 오전 11시 자유한국당이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긴급 의원총회를 열기로 하면서 11시 30분부터 방통위 회의는 겨우 재개됐다. 과방위 국정감사는 오후 2시부터 더불어민주당 간사 신경민 의원의 사회로 속개된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항의하는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신경민 의원은 "오늘 여러 언론들이 아시는 대로 과천에서 방통위 회의가 열리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국정감사에 오셔야 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대부분 거기에 가 있다"면서 "심지어 신상진 위원장도 거기서 저지조로 앉아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신 의원은 "오늘 10시에 개의가 돼야 해서 소회의실에서 대기했는데, 그때서야 전화가 와서 '오늘 사회를 볼 수 없게 됐다. 국정감사는 10시에 열리지 못한다. 언제 열릴지 모르겠다'는 전화가 왔다"면서 "국회법과 국정감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신경민 의원은 "지금 열리는 국정감사는 모든 절차가 엄숙히 진행돼야 함에도 신상진 위원장이 저지조의 일원으로 방통위에 앉아있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위원장 자격도 없고, 방통위를 무시하는 행태를 솔선해서 하고 있다. 심지어 간사 협의도 없었고, 방통위에 가서 위원장으로서 해야할 일을 안 하는 해괴망측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방통위 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위원들과 신상진 위원장이 회의장 밖에서 방청권을 신청하는 이상야릇한 일들을 하고 있다"면서 "부끄럽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을 보여주고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신경민 의원은 "오늘 이 국정감사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면서 "고대영 사장은 국정원 현금 200만 원 문제 때문에 저희들로부터 여러 질문을 받아야 하고, 어떤 거짓말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낱낱이 파헤쳐야 하는 엄숙한 국정감사임에도 이상한 행태 때문에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고 오늘 열리지 못하면 다른 방법을 통해서 고 사장의 있을 수 없는 행태를 밝히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김성수 의원도 자유한국당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지금 신상진 위원장과 과방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하고 있는 행태는 국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오늘 의사일정은 본회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간사 합의로 일부 일정 변경은 되겠지만 원칙적으로는 일정에 따라야 한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방통위에 가서 정상적인 회의를 저지하려는 것은 묵과할 수 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수 의원은 "특히 법적 권한을 갖고 있는 방문진 이사의 임명 의결에 관한 건에 대한 회의를 저지하기 위해서 방통위에 갔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고, 오늘 헌정사, 방송사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일들을 방송장악 저지라는 턱 없는 소리 하는 자유한국당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빨리 이성을 찾아서 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리도록 조속히 돌아와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과천 방통위에 가 있는 신상진 위원장을 향해 국회로 돌아와 국정감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과방위는 불량 상임위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방송이라는 의제를 다루다보니 늘 격한 논쟁과 충돌이 있어왔고, 이번 국정감사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많았다"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은 "국회법에 의해 여야가 국정감사 일정에 합의하고 일시, 대상까지 의결해서 의원들이 준비해왔는데, 자당의 정치적 이익을 쫓으면서 일방적으로 국정감사를 파기한 자유한국당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신상진 위원장과 야당 위원들의 책임있는 답변과 해명을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방통위 안건이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인데 방통위법에 의하면 방문진 이사의 임명권한은 방통위에 있다"면서 "법대로 방통위가 하겠다는 걸 국정감사를 포기하면서 막는 건 낯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 (연합뉴스)

과방위 위원들은 민주당 신경민 간사에게 사회권을 행사해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국정감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회법 50조 5항에 따르면 '위원장이 위원회의 개회 또는 의사진행을 거부·기피하거나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직무대리자를 지정하지 아니하여 위원회가 활동하기 어려운 때에는 위원장이 소속하지 아니하는 교섭단체소속의 간사중에서 소속의원수가 많은 교섭단체소속인 간사의 순으로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고 돼 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의도적으로 사회권을 스스로 놓는데 이런 행태를 받아주면 안 된다"면서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당초 예정된 10시에 국정감사를 실시해야 하는데,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신상진 위원장이 오지 않았다"면서 "느닷없이 과천에 가있다는 이유로 회의를 취소시키고, 몇시간 연기한다는 얘기도 없다"면서 "신경민 간사가 회의를 진행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유승희 의원도 "국정감사 일정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일정이고, 피감기관들이 모두 나와 있다"면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행태는 학생이 공부하기 싫다고 교실 밖으로 무단이탈한 현상인데,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준 국정감사의 의무를 방기하고 나간 상황이기 때문에, 국정감사를 기피·회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신경민 간사가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게 의무사항이라고 본다"고 촉구했다.

과방위원들의 요구에 오후 2시부터 신경민 간사의 사회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신 의원은 "신상진 위원장에게 계속 통화를 해봤지만, 간사 협의를 하라는 얘기를 하라는 말만 했다"면서 "자신이 과방위원장이란 사실을 잊고 방통위 회의를 저지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건 위원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의원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저와 국민의당 김경진 간사가 위원장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고 여러 시도를 했는데, 그럼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오후 2시에 모여서 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신상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중당 윤종오 의원은 "위원장이 입만 열면 간사협의로 상임위 운영한다더니 일체 얘기도 없이 일방적으로 국정감사를 내팽겨치고 방통위로 달려갔다"면서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지난번에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회의를 파행시키기도 했다"면서 "신상진 위원장은 파행의 책임을 지고 과방위원장을 그만 둘 때가 됐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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