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포 세대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 나온 지 어연 6년이 지났다.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청년들이 포기해야 하는 개수는 5포, 7포로 늘어났고 이제는 N포 세대가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청년들은 연애가 부담이고, 결혼이 망설여지며, 출산이 두렵기만 하다. 이 중 오늘은 '연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들의 연애를 부담스럽게 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돈'이다.

사랑하는 애인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은 마음, 기념일엔 조금 더 잘 챙겨주고 싶은 게 모든 이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럼과 동시에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머릿속엔 통장 잔고가 떠오르고, 맛집을 검색할 땐 메뉴보단 가격을 먼저 보게 된다.

얼마 전 20대 아르바이트생 80%가 데이트 비용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생의 평균 데이트 비용이 남녀 각각 4만5000원, 3만4000원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시급 6470원으로 짧게는 5.2시간에서 최대 6.9시간을 일해야 데이트 한 번 할 수 있는 돈이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연애가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원래 사랑은 가난하게 하는 거야", "그것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야"라며 넘어가기엔 너무 가슴 아픈 현실이다. 한두 번 그랬을 때야 추억이지, 서너 번 반복되면 궁상이다. 청년실업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와 성남시에서 실시한 청년수당과 청년배당은 청년의 부담을 덜어주는 좋은 정책이라 생각한다.

▲지난 7월 27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의원과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회원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의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 불이익 조치 문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당시 보건복지부의 청년수당 직권취소 처분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점이 아직도 논란의 여지로 남아있다. 기껏 돈 줬더니 유흥비에 쓴다며, 데이트하라고 준 돈이 아니라는 얘기들이 종종 논쟁의 요소가 되곤 한다. 최근엔 청년수당 카드로 모텔비도 계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시끄럽기도 했었다. 애정이 깊어질수록 사랑 비용도 들기 마련이다. 비용도 생각보다 꽤 많이 든다.

2030 절반이 캥거루족이다. 즉, 청년 2명 중 1명은 사랑을 나누는 것조차 돈이 있어야 가능한 셈이다. 모텔비 논란이 제기됐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럴 거면 우리한테 출산율이 저조하네", "요즘 애들은 결혼을 안 하네" 이런 얘기 앞으로 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청년들의 계속되는 연애 포기가 우리 사회의 진짜 큰 문제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마음껏 연애할 수 없는 한 결혼과 출산은 있을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라면 "너네 데이트하라고 준 돈이 아니야"라는 식의 접근은 바뀌어야 한다.

10년 전 연이은 독일 대학생들의 등록금 폐지 시위에 "다음 세대를 책임져야 할 젊은 층이 맘껏 공부할 수 있어야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다"며 지지와 연대의 손길을 내민 독일 정치권과 부모세대처럼 "다음 세대를 책임져야 할 청년들이 맘껏 웃고, 꿈꾸며, 사랑할 수 있어야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 할 수 있다는"방식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청년들이 포기 세대로 전락하는 것이 문제라는 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들에 대한 지원은 불필요한 비용이라고 말하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있다. 회수할 수 없는 비용으로 볼 것인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볼 것인가. 우리 모두가 고민해봐야 하는 지점이다.

데이트 비용 4만5000원이 부담스러워 연애를 포기하고 있다. 노래방 한 시간, 영화 한 편, 한 끼 식사면 사라지는 비용이다. 이를 유흥비, 취업과는 무관한 비용이라며 닥달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영수증 제출 없이 84억이라는 돈을 특수활동비라는 이름하에 쓸 수 있는 자들이다. 진짜 유흥비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쓸 수 있는 돈을 말하는 것 아닐까 싶다.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한 정치인으로, 얼마 전까지 평범한 대학생이었지만 현재는 정치를 전업으로 하고 있다. 청년문제를 청년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접근하고자 노력하며, 그동안 2030에게 금기와 다름없었던 정치의 벽을 허물고자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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