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은 한국 현대사에 대단히 의미가 있는 날이다. JTBC 뉴스룸은 2016년 10월 24일 최순실의 태블릿PC에 담긴 일부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그날은 또 다른 빅뉴스가 있었다. 국면의 불리함을 인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프레임 전환을 위해 국회 연설을 통해 그토록 강경하게 반대하던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전격 발표했던 것이다.

당시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최순실 개입 의혹이 보도들이 줄을 이을 때였고, 그것은 박근혜 정부의 익숙한 전략인 프레임 전환의 묘수가 될 뻔한 것이었다. 태블릿PC와 개헌카드는 마치 검투사들의 진검승부처럼 같은 날 서로의 운명을 겨뤘고, 그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뉴스룸이, 침몰될 수 없는 진실이 이겼다. JTBC가 단독 보도한 최순실의 태블릿PC는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한 셈이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스모킹건이 됨과 동시에 개헌이라는 국면전환 카드를 무력화시켰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개헌을 회심의 반격 카드라 믿었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음날인 10월 25일 긴급 대국민 사과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너무 당황했었던 것인지, 아니면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박근혜 정부의 위기대처능력을 드러낸 것인지는 몰라도 JTBC의 수순을 다 알지 못했던 미흡한 사과는 그날 저녁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태블릿PC 후속보도에 의해서 ‘비겁한 변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017년 10월 24일 JTBC 뉴스룸은 그날을 기념하는 의미로 일 년 전을 재정리하는 올드 뉴스를 주로 편성했다. 그래도 충분했다. JTBC의 그날의 보도가 없었더라면, 또 하필 24일이 아니라 한참 뒤였다면 이미 작동한 개헌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그냥 묻혀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 후 촛불이 켜졌다.

돌이켜 보면 24일부터 '하필'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렇게 수많은 ‘하필’들이 시작이 된 10월 24일의 JTBC 뉴스룸은 몽땅 도둑맞을 뻔한 대한민국을 극적으로 구해낸 것이다. 덤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그즈음 JTBC 뉴스룸이 반복해서 강조하던 저널리즘의 소중함 그러나 다들 잃어버린 위대한 힘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만은 진실로 JTBC 뉴스룸의 존재가 눈물 나게 고마울 수밖에 없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그렇게 해서 JTBC 뉴스룸은 모든 뉴스 채널들을 까마득히 제치고 신뢰도, 영향력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언론매체로 우뚝 서게 됐다. 자전거나 주는 경품 마케팅 따위로 올린 것이 아니라 저널리즘의 본질을 우직하게 지켜냄으로써 이룬 성과라는 점이 더 빛난다. 그 점은 다른 언론을 다 물리치고 JTBC에만 태블릿PC를 보게 한 숨은 의인 노광일 씨를 진심으로 협력하게 만든 유일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10월 24일 JTBC 뉴스룸이 일 년 전을 돌아보며 뜻깊게 마련한 인터뷰가 있었다. 바로 숨은 의인이자 은인이라고 불러도 좋을, 당시 미르재단이 있었던 건물의 관리인 노광일 씨와의 인터뷰였다. 그는 또한 23차례의 촛불집회에 단 두 번만 빼고 전부 참여한 많은 촛불시민의 하나이기도 했다.

물론 JTBC 뉴스룸의 노광일 씨 인터뷰는 많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진실의 문’을 굳게 지키고, 또 JTBC에게 열어주었던 노광일 씨의 혜안이 아니었더라면 최순실의 태블릿PC는 누군가의 망치에 부서질 수도 있었다는 것을 가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는 분명 의인이고, 대한민국의 은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JTBC 뉴스룸이 아니었다면, 그 건물 관리인이 노광일 씨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아침을 밤처럼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10월 24일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JTBC와 노광일, 두 존재에 대한 고마움과 다행함만 생각하며 흐뭇한 하루여도 충분할 것만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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