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009년 SBS의 논두렁 시계 보도 파문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발표로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이른바 '논두렁 시계' 공작을 벌인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논두렁 시계는 MB정부의 정국돌파용이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2009년 '논두렁 시계 투기' 최초 보도와 관련해 사측에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해당 보도의 관련자로 하금열 전 SBS사장, 최금락 전 SBS보도국장을 지목했다.

24일 전해철 의원은 CBS라디오'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명박 정부가 정국돌파용으로 이와 같은 일들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당시 MB정부가 쇠고기 수입문제로 인해 국정지지율이 10%까지 떨어지며 어려운 시기였다"며 "어려운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조직적인 흠집내기를 하고 그 대상이 전직 대통령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추정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23일 국정원 개혁위 발표에 따르면, 2009년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자 국정원 부서장 회의에서 '불구속 수사' 의견을 표출했다. 이에 원 전 원장의 측근 간부는 2009년 4월 21일 이인규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만나 불구속 수사 의견을 전달하고 "고가시계 수수 건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 적당히 망신주는 선에서 활용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이 전 부장에게 언급했다.

이후 2009년 5월 13일 SBS에서 '노 전 대통령이 수수한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전 부장은 2015년,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며 공작의 발원지가 검찰이 아닌 국정원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해철 의원은 "그것도 이인규 중수부장의 일방적인 이야기"라며 "이번에 국정원이 잘못된 것은 밝혀졌지만 검찰이 그걸 받아서 어떻게 잘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 역시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5월 13일 SBS 8시뉴스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 보도 화면 캡처

또 전해철 의원은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논두렁 시계' 특검 주장에 대해 "전형적인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전 의원은 "수사를 하고 미진할 때 특검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끝난 사건인데 무엇을 다시 하자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적 주장, 공세에 불과하다"고 못박았다.

한편, 24일 언론노조 SBS본부는 성명을 통해 사측에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SBS본부는 "국정원 개혁위 발표에 따르면 2009년 4월 국정원 직원 4명이 당시 SBS 사장이었던 하금열 씨와 접촉해 노 전 대통령 수사 상황을 적극 보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하금열 전 사장 이하 당시 보도를 책임졌던 모든 사람을 조사해 그 결과를 가감 없이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SBS본부는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와 취재가 국정원의 농간에 따른 것이라는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국정원 개혁위의 발표로 당시 SBS 보도의 근거가 된 검찰발 취재정보의 배경에 국정원의 공작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금열 전 사장과 최금락 전 보도국장에게 "스스로 검찰에 출두해 이제라도 진실을 말하고 죗값을 제대로 치르라"고 말했다.

하금열 전 SBS사장은 SBS '논두렁 시계 투기' 보도 2년 후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됐고 최금락 전 SBS보도국장은 MB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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