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가정보원 민간여론조작 조직 '알파팀'의 수장으로 알려진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가 '언론닷컴'이라는 보수담론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정원은 '언론닷컴'을 통해 보수논객 70여명을 모아 보수담론 콘텐츠를 생산·기획했다. 보수필진에는 KBS 강규형·차기환·조우석 이사, MBC 김광동 이사 등 구여권추천 공영방송 이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겨레21은 1184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고 '언론닷컴'을 분석했다.

한겨레21은 '알파팀'의 멤버이자 김성욱 대표에게 '언론닷컴'의 홍보담당자로 합류하라는 권유를 받은 ㄱ씨의 증언을 보도했다. ㄱ씨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언론닷컴은)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우파논객 양성, 여론호도, 보수담론 아카이빙 등 복합적 목적을 갖고 추진됐던 프로젝트"라고 진술했다. '언론닷컴' 운영이 수상하다고 느낀 ㄱ씨는 "'언론닷컴'을 어디서 운영하느냐"고 김 대표에게 물었고 김 대표는 "나라가 뒤집어지는 거 보고 싶으면 국정원에서 운영한다고 말하고 다니면 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왼쪽부터) 강규형 KBS이사, 조우석 KBS이사, 차기환 KBS이사,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한겨레21은 "'언론닷컴'은 국정원의 기획과 지시 아래 김성욱 대표 등 외곽팀장이 보수논객을 총망라해 보수담론 확산과 정부정책의 해설·논평을 진행한 첫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겨레21에 따르면 KBS이사인 강규형 명지대 교수·차기환 변호사·조우석 문화평론가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인 김광동 나라정책 연구원 등도 '언론닷컴' 필진으로 참여했다. ㄱ씨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운영한다는 사실을)직접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다 알았을 것"이라며 "김성욱 대표가 모두 섭외한 것은 아니다. 분야별로 필진을 취합하는 다리역할을 한 인사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언론닷컴'에 개재된 공영방송 이사들의 게시글 수를 보면 강규형 KBS이사가 43건으로 가장많고, 김광동 MBC이사 18건, 조우석 KBS이사 11건, 차기환 KBS이사 2건으로 조회된다.

게시글의 내용을 살펴보면 강규형 이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에 대해 "선진 국가에선 국가적 재난 앞에선 일단 단결하고 수습을 하고나서 반성과 개선이 이루어진다. 우리 사회는 거꾸로 마치 '정권타도'의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날뛰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며 "다행히 여러 번 '예방주사'를 맞아서인지, 이런 선동은 예전같은 파괴력은 갖지 못한다"고 비꼬았다.

조우석 이사는 "누가 MBC 이사장 고영주를 악마화하는가"라며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을 변호했다. 조우석 이사는 2015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MBC 국감에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한 고 이사장의 말을 두고 "고 이사장의 소신발언이었다. 고영주만의 논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상식"이라고 평가했다.

차기환 이사는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보도, 청와대 문고리 3인방 국정농단 의혹보도 등이 모두 "오보"라며 "한국사회의 일부 기자나 매체는 진실에 관심이 없고, 시민들도 오보를 시정하고 방지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차 이사는 "특정 시점의 쟁점 사항에 대하여 여론이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면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헌법적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관심이 없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심하면 이에 편승하여 이익을 취하려 한다"며 "천민민주주의 사례"라고 표현했다.

한편, 한겨레21은 "현재 국정원의 여러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이뤄진 문제에 한정돼 있다. 이명박 정부로부터 ‘부의 유산’을 물려받은 박근혜 정부 시기 국정원의 행적에 문제는 없었을까"라며 "국정원이 '언론닷컴'운영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고, 필진에게 어떤 보상을 주었는지까지 수사 확대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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