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가요계에 노크한 임창정은 올해로 20년차 가수가 됐다. 그럼에도 팬을 향한 사랑은 신인 가수 못지않은 겸손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23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임창정의 두 번째 미니 앨범 ‘그 사람을 아나요’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임창정은 노래를 부르기 바로 전에, 두 번이나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2층의 팬에게 공손하게 인사할 줄 아는 ‘매너남’ 그 자체였다.

1년 만에 가요계로 복귀한 임창정의 근황을 묻는 사회자 MC 딩동의 질문에 임창정은 “제주도로 이사했다. 1월에 내려가자고 이야기하니 아이들이 좋다고 해서 내려갔다”면서 “아직 집이 없다. 빌려 산다”며 “제주도의 하늘을 보며 곡을 쓸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수 임창정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미니2집 '그 사람을 아나요' 발매 기념 쇼케이스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신곡의 모든 곡은 임창정이 작사와 작곡을 맡았다고 한다. “문득문득 생각이 나면 악상을 휴대폰에 저장한다”는 임창정은 “1년에 한 번씩 곡을 내는 게 큰 기쁨이다. 제 삶에 있어 ‘1번’이라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몰아서 곡을 쓰는 게 아니라 365일 담아 놓았다가 가을에 발표하는 스타일”이라고 언급했다.

선배 가수지만 올드하게 노래하지 않는 비결에 대해 임창정은 “옛날 사랑과 지금 사랑은 방법만 다르지 사랑의 모양은 같다고 생각한다. 애틋하게 사랑하고 보고 싶은 건 100년 후에도 똑같을 거다”면서 “발라드 장르 안에서 제가 가진 진정성을 최대한 끄집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비결을 꼽았다.

이어 임창정은 “등산을 가거나 차를 타고 어디 가는 등 0.1초 되는 잠깐 동안 느낀 감정이 오래갈 때가 있다. 이때의 진정성이 중요하다”면서 “길거리를 다니면 초등학생이 ‘대박, 임창정’할 때가 있다. (아이돌이 아님에도) 나를 알아보는 거다. 세계 만국 공통어처럼 우리가 갖는 사랑의 감정은 다 통한다”고 답변을 이어갔다.

임창정이 신곡을 발표한 이후에는 트와이스나 워너원 등 쟁쟁한 후배 가수들이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다. “트와이스가 나오는지도 몰랐다. 엊그제 아들들을 위해 트와이스의 팬미팅 표 끊어줬다”는 임창정은 “아들들은 제 노래를 한 곡은 듣는다. (그 이상 틀으면) 트와이스 노래를 틀어달라고 한다. ‘트와이스 파이팅!’”하며 30일 정규 앨범으로 컴백할 후배 가수 트와이스를 본인의 쇼케이스 현장에서 응원하는 통 큰 모습을 보였다.

가수 임창정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미니앨범 '그 사람을 아나요' 발매 기념 쇼케이스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임창정의 마음씀씀이는 트와이스에 대한 애정이 다가 아니었다. “방송 활동은 지난 앨범 활동 때도 하지 않았다. 아들이 뮤직뱅크에 왜 나가지 않느냐고 할 정도였지만, 아이돌 후배들에게 인사 받는 게 민망하다”는 임창정은 “음원 차트 1위가 욕심은 나지만 차트 1위 하지 않아도 팬이 저의 노래를 듣고 좋아해서 (음반을 발매하기) 시작한 거라 팬이 만족하면 저도 만족한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는다는 건) 하늘이 주는 행운이자 보너스다. 하늘이 행운을 주시고 보너스를 주면 감사하게 받겠다”는 겸손함을 표했다.

이어 임창정은 “순위 욕심이 나기는 하지만 잠깐 올라갔다가 내려왔으면 좋겠다. (음원 차트 상위권에) 한 번도 들지 못한 후배 동생 가수에게 주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변을 이어갔다. 가수라면 차트 정상에서 오래 있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겠지만 후배를 위해 오래 있는 건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좀 더 얼굴을 많이 알려야 하는 후배 가수를 위해 음악 방송을 자제한다는 임창정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이는 답변이 아닐 수 없었다.

임창정의 두 번째 미니 앨범 ‘그 사람을 아나요’ 전곡은 23일 오후 6기 각 음원차트를 통해 공개됐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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