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무리수가 연일 끊이지 않는 가운데 뮤직비디오의 방영불가 이유로 도로교통법 저촉우려라고 밝혀 누리꾼들의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김장훈, 싸이의 월드컵 응원가에 이어 비, 이효리의 뮤비도 역시 도로 위의 불법(?) 행위가 도로교통법 위반사항이 되어서 KBS에서 방영될 수 없다는 심의 결과를 뻔뻔하게 내놓고 있다.

법을 지키자는 근본취지야 시비걸 수 없지만 자사 드라마에는 관대하고 외부 가수들에만 엄격한 KBS의 이중적인 태도에(이전 포스트 참고 광화문 막은 KBS는 로맨스고 김장훈은 불륜?) 대해서는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심의 주체 외에는 모두가 비판하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입장을 바꾸지 않는 KBS의 진정한 고민은 어디에 있나 궁금해진다.

그것은 현 정권이 갖고 있는 광장 콤플렉스의 연장선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그 이전에 넓은 여의도 광장을 분리해 공원 등을 만들고 광장이란 말을 없앤 때부터 시작된 광장 기피증, 광장 공포증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그것들은 서울시청 앞 광장이 공원화되고, 광화문의 도로가 또 변한 배경에 잠재하고 있는 그 원인들에서 또 다시 발견된다. 어렵게 말하지 말자. 시위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시위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도로점거이다. 신문, 방송이 사회의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을 경우 군중은 도로에 나가 답답한 속을 풀어내기 마련이다. 현 정권은 시작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경험했고 그것에 대한 아주 오랜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때 등장한 명박산성은 우리사회에 소통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지만 여전히 소통이란 단어만 난무할 뿐 실제로 유효한 것은 아니다.

도로는 소통의 매개체이다. 또한 도로는 광장으로 연결된 줄기이다. 도로를 막는 것은 결국 광장을 막는 선결 조치이며 더 효과적인 차단방법이다. 물론 앞서의 김장훈과 싸이, 비 그리고 이효리가 정권 차원에서 불안 해 하는 시위의 아이콘은 절대로 아니다.

그러나 KBS가 지레 알아서 차단의 장치를 마련한 것은 아닌가 짐작해본다. 미수다를 주말로 옮겨서 굳이 '쾌적한국'이란 말을 붙여서 계몽의 기능을 강화하려는 것과 뮤직비디오에 과도한 도로교통법 적용이 겹치고 있어 애먼 의심만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광장에 대한 공포, 소통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낸 KBS의 구시대적 발상은 당장 누리꾼들의 조롱을 받고 있으며, 문화예술기관이 앞장 서 표현을 억압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역풍을 불러올 것이다. 국민의 세금과 세금이나 다름없는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가 이렇게 국민의 뜻에 반대되는 독단과 관료적 행태를 지속하는 것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대안이 시급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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