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구 여권추천 이사들이 김원배 이사의 사퇴에 반발하며 이사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구 여권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정권의 방송장악"이라며 "이사회에 참석할 수 없다"고 '릴레이 보이콧'을 이어갔다. 김원배 이사 사의 표명 후 언론을 통해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내가 먼저 조치를 취할 순 없다"며 자진 사퇴설을 일축했다.

19일 열린 2017년 제18차 방문진 정기이사회는 구 여권추천 이사들의 '릴레이 보이콧'으로 파행됐다. 시작은 이인철 이사였다. 이 이사는 "한 분의 이사님이 사퇴를 하셨다. 어떤 압력의 결과라 생각한다"며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방문진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정권의 방송장악 의도라는 것이 87년 민주화 이전으로 돌아간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국영방송을 만들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나는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게 의미없다고 생각한다"며 자리를 떠났다.

방송문화진흥회(연합뉴스 자료사진)

김광동 이사는 "청와대, 노동부, 방통위, 검찰, 시민단체가 나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이사의 임기보장을 부정했다"며 "노조가 물리적 강압의 주도적 역할을 맡은 결과 두 분의 이사님이 그만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이사는 "이전의 어느 누구도 방문진 이사의 임기를 이야기하거나 끌어내리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예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지난 정권에 탄압이 있지 않았냐고 말한다"며 "그러나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광동 이사는 2010년 방문진이 엄기영 MBC사장을 끌어내릴 때도 방문진 이사를 역임하며 동조했던 인물이다.

권혁철 이사는 '민주당 문건'을 언급했다. 권 이사는 "민주당 문건의 플랜이 여기저기서 통일적으로 일관되게 일어나고 있다"며 "언론노조가 몰려와 이사들 사퇴를 종용하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런 압력에 못이겨 김원배 이사가 사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야권이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최강욱 이사는 "이사회를 망친 주범이 할 말이 아니다"라며 "침소봉대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최 이사는 "엄기영 사장 몰아낼 때, 김재철 사장이 와서 이상한 짓 했을 때, 그 수많은 능력있는 직원들 배제시키고 했을 때 어땠는지 스스로 생각해보라"며 "그런데 이제와서 오로지 제도에 따라 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일했다고 하나"라고 분노했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구 여권추천 이사들이 퇴장한 가운데 의사정족수를 이유로 이사회를 폐회시켰다. 고 이사장은 "나는 재적이 9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근거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 이사장은 "그럼 6명이 사퇴해서 재적이 3명이 되면 2명만 출석해도 열어야 하는가"라며 다소 빈약한 논리로 답했다.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종료 후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사퇴를 하는것이 나은지 아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내가 먼저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진사퇴설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미디어스)

이에 대해 최강욱 이사는 "7명 이사 중에 4명이 있는데 의사정족수가 안 된다고 하는 말,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면서 "이런 사람들하고 몇 년간 회의를 하며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해 일체 의지나 의견도 없이 그저 맹종적으로 경영진이나 임원의 이사만을 비호하는데 급급했던 사람들이 지금와서 방송의 공정성을 언급하는 게 비극"이라고 토로했다. 최 이사는 "(구여권이사들이)도둑놈이 몽둥이 드는 격으로 억지를 쓰고 있다"며 "이사회 정상화를 통해 일정 부분은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언론을 통해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고영주 이사장은 이사회 종료 후 "사퇴를 하는 것이 나은지 아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내가 먼저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진 사퇴설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 이사장은 "현 여권이나 방통위 측에서 향후 어떻게 되겠다 계획이 나오면 내가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