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은 작년의 미스터만큼 주목받지 않았지만 다소 조용한 반응 속에서 카라의 새로운 전환점을 확인시켜주었다. 앞으로 비와 이효리의 경우도 지켜봐야겠지만 카라의 루팡에 있어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대중인지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티아라의 거친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던 저력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는 직간접적인 지표는 뮤직뱅크 시청자선호도와 방송횟수를 들 수 있다.

올해 들어 시청자 선호도가 2천점을 넘긴 것은 소녀시대 외에 카라 밖에 없다. 물론 시청자 선호도 역시 팬덤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나마 KBS리서치에 등록된 사람들에게 무작위 선별을 통해 조사한다는 점에서 랜덤효과는 가장 높이 인정될 수 있다. 그것이 다음 활동까지 이어질 것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아주 오랜 공백만 없다면 유사한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게 대중으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은 카라가 활동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팬 서비스 차원에서 투혼을 발휘한다면 그것 또한 기특하고 사랑스러운 현상이다. 전치 3주의 부상을 입고 팔에 깁스를 한 채로 케이블 방송 무대에 오른 승연의 모습을 그렇게 해석해도 나쁠 것은 없다. 꽈당승연의 투혼을 진작에 보여준 바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이 일상적인 반응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깁스하고 무대에 선 승연의 모습을 투혼이나 프로정신으로 칭찬만 할 수는 없다. 그런 모습을 칭송하는 것이 자칫 가뜩이나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리는 아이돌그룹들에게 또 다른 무리를 자극하지 않을까 저어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나중 문제이다. 팔에 깁스를 할 정도면 쉬게 해주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싶다. 솔로가 아닌 이상 그룹 활동에서 멤버 하나가 빠진 무대를 보는 흔히 있어 왔다. 그런 것은 문제가 생겼다면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신종플루로 인해서 다른 그룹의 경우 해당 멤버가 빠지거나 혹은 다른 객원 가수로 임시변통된 무대도 이미 경험했다. 그룹이기에 빠진 멤버에 대한 전제는 반드시 존재하며 그에 대한 백업의 준비를 갖춰놓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프로의식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 대비 없이 깁스한 몸으로 무리하게 무대에 올랐던 승연은 투혼을 불사르고, 프로의식을 발휘한 것이겠지만 정작 카라를 관리하는 소속사는 전혀 프로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방송사 역시 말렸어야 했다.

카라는 이제 더 이상 생계형 아이돌이 아니다. 얼마 전 이영자의 토크쇼에 출연해서 숙소도 넓은 곳으로 이사하는 등 미스터 이후 소속사의 대우가 현격하게 달라졌음을 밝혔듯이 카라는 이제 메이저 걸그룹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러나 숙소나 차량 등 겉으로 보이는 대우는 달라졌지만 멤버들에 대한 인격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가벼이 취급당하는 듯한 인상을 받게 한다.

발라드 곡이라면 깁스를 하고도 가만히 서거나 앉아서 노래할 수 있겠지만 움직이지 말라고 깁스를 해놓고 무대 위에서 뛰게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사에 의하면 승연 스스로 무대에 서겠다고 했다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렸어야 하는 것이 매니지먼트가 해야 할 몫이었다. 시청자가 보는 것은 단 한 번의 본방 무대지만 가수는 리허설 등을 포함해 최소 두 번 이상을 무대에 서야 한다. 이번에는 꽈당승연을 칭찬할 때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지만 승연은 카라에 있어서 대단히 소중한 존재이며, 팬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투혼보다는 스스로를 아끼고 관리하는 모습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또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만에 하나 다시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에 소속사는 무리한 강행을 투혼으로 포장하기보다 미리 백업이 가능한 준비성을 갖춘 진짜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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