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FX마진거래에 투자하겠다며 1만2176명의 피해자로부터 1조980억 원을 빼돌린 '제2의 조희팔' IDS홀딩스 사건에 정관계 인사들이 전방위적으로 개입된 게이트로 번지고 있다. 검찰은 브로커로 활동한 IDS홀딩스 회장 유 모 씨와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의 보좌관 김 모 씨를 구속기소했고, 수사정보를 흘린 전직 경찰관 윤 모 씨와 인사청탁을 시인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IDS홀딩스 고문변호사였던 조 모 변호사가 보좌관으로 재직했던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 IDS홀딩스로부터 3억3000만 원을 수수한 변웅전 전 의원 등에 대한 정치권 유착 의혹, IDS홀딩스에 축하화환을 보낸 법조계 인사들에 대한 의혹도 검찰이 풀어야 할 과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그렇다면 IDS홀딩스가 정관계, 법조계에만 로비를 했을까. 미디어스 취재결과 IDS홀딩스는 '언론'에도 마수를 뻗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IDS홀딩스는 홍보전문업체를 동원해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포털에서 밀어내고, 여의치 않을 경우 언론사에 대한 로비를 통해 기사를 삭제하도록 했다. IDS홀딩스 고액투자자라던 회장 유 씨가 직접 언론사 로비에 나선 정황도 확인됐다.(▶관련기사 : 사기업체 IDS홀딩스 홍보기사의 실체)

IDS홀딩스 고발기사 막기 위해 유 회장 직접 나서

IDS홀딩스 회장 유 모 씨가 IDS홀딩스의 사기행각을 고발하는 기사를 막기 위해 직접 로비에 나선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유명 뉴스통신사 A사는 지난 2015년 IDS홀딩스가 672억 원 사기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에도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수차례 지적했다. 이에 IDS홀딩스 측은 A사에 대한 로비에 나섰다.

IDS홀딩스 측은 A사 측에 만남을 요청했고,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구속/징역15년)와 유 씨가 A사 기자와 간부를 만나는 자리에 함께 자리했던 것으로 미디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유 씨는 "A사가 우리 IDS홀딩스의 대관업무를 보조하고 우리는 그에 대한 보답을 하는 그림을 그리자"고 청탁했다. A사 측은 "듣지 못한 것으로 하겠다"며 유 씨의 요청을 거절했지만, IDS홀딩스가 언론에도 로비를 한 정황이 확실히 드러났다.

유 씨는 언론계 인맥도 과시했다. 유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미디어스는 인터넷 매체냐. 거긴 기자가 몇 명이냐. 큰 언론사에 가지 왜 거기 있느냐"면서 "B사나 C사는 어떠냐. 거기 편집국장과는 오래전부터 친분이 깊다. 회장도 잘 안다. 내가 말해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기자는 변웅전 전 의원 등 IDS홀딩스와 정관계 관련성에 대한 질문을 한 후였다. 회유 시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15년 12월 IDS홀딩스 고발기사를 작성했던 한국경제 노경목 기자는 <금융사기, 반성 않는 사기범들>이란 제목의 취재수첩에서 IDS홀딩스 측의 청탁을 폭로하기도 했다. 노 기자의 취재수첩에는 "지난달 27일 새벽 1시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FX마진거래를 명목으로 자금을 모집한 IDS홀딩스의 투자자라며 그날자로 나간 '교묘해지는 금융사기' 기사에서 업체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고 적었다. 노 기자는 전화를 한 인물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도무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서 "IDS홀딩스는 법정에서 무죄임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노경목 기자는 "전날 담당 기자는 밤 11시까지 편집국에 남아 있었다. 한경 대표 전화번호를 통해 연결을 시도했다면 통화가 가능했다. 게다가 김모 IDS홀딩스 대표는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사수신행위와 사기에 대해 유죄선고를 받았다. 무죄로 입증됐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담당 기자가 퇴근한 새벽 시간에 인터넷에 송고되는 기사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빼려고 했던 꼼수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IDS홀딩스는 언론에 로비를 하기도 하고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IDS홀딩스 고발기사를 삭제하지 않고 알린 언론도 있었지만, 수많은 IDS홀딩스 고발기사가 사라졌다. 수차례 집중취재를 통해 IDS홀딩스를 고발했던 언론사조차 기사를 삭제하기도 했다. 뉴스1의 경우 취재기자가 IDS홀딩스 사업설명회를 취재하다가 IDS홀딩스 관계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음에도 관련 기사를 모두 삭제했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검찰 수사자료에서 발견된 IDS홀딩스 온라인브랜드관리 보고서 일부. ⓒ미디어스

IDS홀딩스, 마케팅 전문회사 이용해 고발기사 밀어내

지난해 9월 검찰이 IDS홀딩스를 압수수색했을 당시 한 문건이 발견됐다. 이 문건은 IDS홀딩스가 마케팅 전문회사 T사에 온라인브랜드 관리를 맡겨 자신들의 사기행각을 은폐한 내용이 담긴 문건이었다.

T사는 IDS홀딩스에게 비판적인 글을 온라인상에서 희석시키는 일을 했다. '가능한 한 핵심 안티를 자극하지 않고 공격하지 않는 방향', '작업이 아닌 자연스럽게 진행' 등 구체적인 방식과 함께 '상황의 실시간 대처 및 공격에 대비한 방어진지 구축'이라는 목표까지 내걸었다.

T사는 지난해 7~8월 작성된 내일신문과 신동아의 IDS홀딩스 고발기사 검색 순위를 뒤로 밀어내기 위해 'IDS홀딩스 홍콩법인, 인도네시아 누산타라 캐피탈 증권 인수 확정', 'IDS홀딩스, 홍콩법인,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진출', 'IDS홀딩스 사랑 나눔 3차 이벤트', 'IDS홀딩스, 셰일가스 극동아시아 수출 경쟁력 Up' 등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고, 언론들은 이를 무분별하게 받아썼다.

T사는 IDS홀딩스에 비판적인 내용의 키워드를 포털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 연관검색어를 조작하기 위한 작업을 했으며, IDS홀딩스를 지속적으로 고발해온 한 카페를 30분 단위로 모니터링하기도 했다. T사는 IDS홀딩스에 "안티 콘텐츠가 월 평균 10여 개 이상 생성되나 상위 10위 진입은 절대 불가능한 상태"라고 IDS홀딩스에 보고했다.

IDS홀딩스 고발기사들은 이러한 작업으로 인한 홍보기사에 밀려 검색 후순위로 밀려났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미디어스가 IDS홀딩스의 사기행각을 연속보도할 당시에도 홍보기사들에 밀려나는 상황을 겪었다. 고발기사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것은 피해를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 IDS홀딩스 고발기사는 왜 사라질까)

수많은 피해자들은 유명 언론사에서 IDS홀딩스를 홍보하는 기사를 읽었고, 이로 인해 IDS홀딩스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고 말하고 있다. 사측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확인도 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받아 기사를 내보낸 언론도 IDS홀딩스 사건의 '공범'인 셈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