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방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심이 거대양당으로 몰리고 있다. 궁지에 몰린 국민의당, 바른정당 제3지대 정당들은 선거에 대비한 정치적 이합집산을 준비한다는 소식이다. 특히 이합집산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0% 내외의 지지율을 얻으며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고, 자유한국당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20% 벽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제3지대로 불리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5%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이 거대양당으로 몰리는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3지대 정당들의 이합집산이 정계의 관심사가 됐다. 특히 안철수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18일자 조선일보 기사.

18일자 조선일보는 <국민의당, 어느 당과 합치는게 좋은지 비밀 여론조사> 기사를 6면에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당이 다른 정당과의 통합 문제와 관련해 비밀리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면서 "그 결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할 경우 정당 지지율이 20%까지 상승하며 시너지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조사에 따르면 호남 민심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에는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현재 광주·전라 지역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68%, 국민의당 8.6%였는데, 민주당 국민의당 통합 시엔 74.4%였다. 반면 국민의당·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엔 민주당 58.6%, 국민의당·바른정당 20.9%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현재 정치권에서는 정당 간 연대 내지는 통합 논의가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최근 비공식적으로 국민의당에 연정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은 이 같은 제안에 일단 '장난질 치지 말라'며 거부한 상태"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당 관계자의 말을 빌어 "최근까지 당 대 당 통합에 대한 여론조사가 공개된 것이 없어서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돌려본 것"이라면서 "예상 외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에 대한 긍정 평가가 많아 안철수 대표 등 지도부가 놀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안철수 대표는 최근 통합 논의 등을 위해 바른정당 자강파 의원들과 비공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현재 당내에서 진행 중인 지역위원장 총사퇴 등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측면이 있다. 통합할 때 지역위원장이 공석이면 그만큼 갈등의 불씨도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연합뉴스)

사실 안철수 대표의 그간 행보를 돌아보면, 안 대표는 정치권 '이합집산'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선거를 앞둔 시점마다 안 대표는 정계개편을 시도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통합했고, 2014년 지방선거에 앞서서는 새정치연합을 만들었다가 김한길 의원과 손 잡고 민주당과 합당 새정치민주연합을 탄생시켰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집단 탈당 국민의당을 창당해 소기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국민의당의 여론조사도 이합집산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하는 것으로 내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3지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안 대표가 정계개편을 한두 번 시도한 것이 아닌 데다, 자칫 이합집산 얘기를 흘리는 것이 국민을 상대로 '간 보기'하는 것이란 비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당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중도를 선호하는 국민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 정당이 민심의 중간지대를 완전 공략해 당선자를 배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계와 시민사회의 중론이다.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합당 의사를 보일지도 의문이다. 현재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통합론'과 '자강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통합론 역시 자유한국당을 염두에 둔 것이지, 국민의당을 염두에 둔 논의는 아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큰 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이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면서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반짝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그거 빼고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엄 소장은 "어떻게 보면 고육지책으로 통합 얘기가 나오긴 하는데 민의에 반하는 정치공학적 행동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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