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우리 힘든 사정부터 말씀드려야 하겠습니다. 언론연대는 말 그대로 소수 활동가 단체입니다. 명목상의 공동대표 두 사람을 빼면, 전임 활동가는 딸랑 세 사람입니다. 그중에서 저보다 나이 많은 선배 한 명은 좀 빼줘야 합니다. 그러면 두 사람밖에 안 남는데, 그것도 전에 비해 한 명이 늘어난 숫자입니다. 그 소수자 단체 언론연대가 하는 활동들이니 어찌 구멍이 없겠습니까? 그 소수자 활동가들이 또 어찌 운동장이 요구하는 모든 사안에 적극 관여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들이 욕을 많이 봅니다. 선택과 집중, 차별화를 해야 하니까요. 돈을 끌어오고 덩치를 키우는 데는 철저히 무능하면서도 늘 새롭고 차이 나는 노선을 택하길 악착같이 고집하는 이 대표 탓에 활동가들만 잔뜩 고생입니다.

최성주 새 공동대표는 다르지만, 저는 참 삐딱한 대표임에 틀림없습니다. 동료 활동가들을 아끼기보다는, 화 잘 내고 성에 들지 않아 입 삐죽 내기 십상인, 참 밉상스럽고 성질 고약한 인간입니다. 제가 봐도 솔직히 일 욕심을 너무 부립니다. 못된 착취자죠. 생각이 똑같을 수가 없습니다. 활동가들도 꽤나 까칠합니다. 현실의 동향을, 미디어운동장의 사정을, 진보좌파 사회운동의 방식을,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연대의 미래를 판단하고 실천함에 있어 동의보다는 차이를 보일 때가 훨씬 빈번합니다. 세대 차의 당연한 결과겠죠. 아휴, 좀 힘듭니다. 가끔은 대표랍시고 충분히 상의도 하지 않은 채 독단으로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그보다는 훨씬 자주 정색하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까이니까요. 민주적이지 않습니다, 대표!

이해를 위한 대화라는 조직 내부로의 운동윤리니,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결과 상호의 인정·민주의 합의가 가능해지죠. 대표라고 봐 주는 게 절대로 없습니다. 여간하면 말 그대로 작살납니다. 대표라고 놀며 허세나 부리다 보면 큰 코 다칩니다.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생산자 활동가 선배의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새로운 담론, 새로운 전략,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협의한 운동장을 과감하게 뛰어넘고, 먼저 새로운 운동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제가 해 온 일입이다. 자랑이었나요? 대놓고 자랑 좀 더 하겠습니다. 저는 이런 언론연대의 대표로 있는 게 참 자랑스럽습니다. 다른 큰 단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우리 단체만의 최고 미덕이라고 자부합니다. 힘들어도요.

언론연대 지상파 1번가(www.tv1st.net) (관련화면 캡처)

최근 이 언론연대 활동가들이 새로운 멋진 운동 아이템을 내놓았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대표로서 보기에 너무나 감동적인, 파격적인 활동 사업입니다. 지상파 재허가 기간에 맞춘, 무책임한 방통위를 대신한, 무료 지상파 불만신고 대행 서비스. ‘지상파 1번가’라는, 그 전에는 도무지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름의 신상품입니다. 와우, 신선합니다. 그래서 제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습니다. “김동찬, 권순택 두 활동가가 보여주고 있는 활동상을 보면 정말 감동적입니다. 들뢰즈가 말한, 세상을 바꾸는 '창의적 소수자'라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집니다. 역시 사회활동, 진보운동은 쪽 수는 적어도 이런 창의적 마인드를 가진 소수자가 하는 거죠. 탱자거리는 원거리 대표로서 참 믿음이 갑니다. 관심 갖고 응원해 주세요!”

허, 대표가 이랬더니 어찌 현지의 활동가들이 고마워했을까요?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입니다. 좋아하기는요. 참 엄격하기 짝이 없는 우리 언론연대 활동가들입니다. 꼼꼼도 합니다. 이렇게 바로 같은 페이스북을 통해 응수합니다. “'지상파1번가'는 언론연대가 기획해서 만든 플랫폼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시청자들(단체나 개인 포함)이 채워줘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 일부러 '언론연대'라는 이름을 빼고 보도 자료를 뿌렸는데,,, 보도 자료를 언론연대에서 받은 매체들이 '언론연대는', '언론연대가'라고 보도했다. 흑흑흑. (물론, 기자들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음. 난 기자를 했는데도 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가!! 사실은, 해당 보도자료는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와 함께 뿌렸다.)”

얼마나 성찰적인 우리 활동가들입니까! 제 같은 독선적 선배들과 달리, 운동을 마치 자기 것인 양 독식하는 법이 결코 없습니다. 절대로 독점하려들지 않습니다. 수고스럽게 함께한 운동장의 동료 활동가들과 시작과 결과를 철저히 공유합니다. 운동은 우리가 함께 만든다! 평등하게 함께 만들어내는 진보운동이다! 덕분에 ‘지상파1번가’ 생성의 연유를 더 잘 알게 됩니다. 이랬답니다. “'지상파1번가'는 아직 많은 단위들이 함께하지 못해서 두 단체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게 맞다. 이건 보도자료 뿌릴 때, 정확히 명시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라 판단된다. 다 내 잘못이다! 첫 시작은 언론연대와 한국여성민우회 그리고 뒤에서 도와준 최유리, Dongwon Kim, 고현호 님 등 많은 활동가들이 있었다.”

정말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저는 코끝이 찡해집니다. 이 친구들 진짜 죽입니다. 언론연대 활동가들만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이름이 언급된 미디어운동장 저들의 면면을 떠올려 봅니다. 한국 언론운동·현실 미디어운동장을 온건한 주류운동·개량적인 기득권운동에 머물지 않도록, 진보적 소수자운동·혁신적 진보운동으로 나아가게끔 고민하는 제 주변 최고의 ‘선수’, 손꼽을만한 자들입니다. 고마운 후생들입니다. 팍팍한 운동장을 언제 떠날까 고민하고 회의하는 대신에, 떠나지 않고 남을 운동장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당장 모의하고 작당하키로 한, 지금 현재 미디어운동권에 남은 몇 안 되는 젊은 피들입니다. 저들이 모여 이런 신선한 새 운동 아이템을 상상·고안해 냅니다. 대단한 집단지성입니다.

우리가 꼭 격려할 신진 활동가 사업입니다. 여러분이 필히 ‘지상파1번가’에 들여야 할 이유입니다. 시청자들에게만 맡길 일이 아닙니다.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물론 많이들 바쁘시죠? 특히 파업 와중의 공영방송 동지 여러분은 자칫 놓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외면하면 절대 안 됩니다. 딱 여러분을 위한 아이템입니다. 드문 아이템입니다. 무능한 방통위를 까는 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면, 지난 공영방송 좌절과 구속의 역사를 구체적인 사실로써 심판하는 게 중요하다면, 새로운 활동으로서 새 운동 전망을 만들어내는 젊은 활동가들을 뜨겁게 응원코자 한다면, 여러분 모두 파업 중인 지상파는 쿨하게 꺼도 ‘지상파 1번가(www.tv1st.net)' 쇼핑몰에는 지금 당장 핫하게 들러야 합니다. 꼭! 스포일을 피해, 상세한 내용선전은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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