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009년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해 "PD수첩 제작진이 인간광우병의 위험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오역했다"며 왜곡보도를 주장한 정지민 당시 PD수첩 번역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요구 서한을 영문번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보수단체를 지원해 김 전 대통령의 노벨상 취소요구 서한을 노벨위원회에 보낸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정 씨가 국정원의 지시로 PD수첩 왜곡보도를 주장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2010년 3월 국정원 심리전단이 '자유주의 진보연합'을 통해 DJ 노벨상 수상 취소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한다는 계획을 원세훈 전 원장 등 지휘부에 보고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 해당 단체는 같은 달 9일 김 전 대통령의 노벨상 취소요구 영문 서한을 예이르 루네스타 노벨위원회 사무총장 앞으로 발송했다. 그런데 이 서한을 영문으로 번역한 사람이 PD수첩 광우병 보도가 왜곡됐다고 주장한 번역가 정지민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장유식 국정원 개혁위 공보간사는 "특히 서한을 영문으로 번역한 MBC PD수첩 번역가 정모씨는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PD수첩과 대척점에 섰던 인물"이라며 "국정원이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대책을 세워서 접근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PD수첩, 그 어떤 공익적 목적도 결과도 없었다' 2009년 9월 22일 동아일보 종합02면

정지민씨는 2009년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조작됐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PD수첩'번역가로 해당 방송의 번역에 참여한 정 씨는 △제작진이 인간광우병의 위험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CJD(크로이츠펠트-야콥병)을 vCJD(인간광우병)로 오역했다 △자신이 번역한 테이프에는 아레사 빈슨이 위 절제수술 후유증으로 사망했을 수 있거나 비타민 처방을 받았다는 사실이 언급돼 있는데도 방송에서 고의로 누락했다 △제작진이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를 ‘광우병 의심 소’로 연결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정 씨의 주장을 집중적으로 전하며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비판했다.

[사설]'PD수첩 왜곡 밝힌 정지민씨의 용기' 2009년 9월17일 조선일보 사설/칼럼 39면

그러나 2010년 재판부는 'MBC PD수첩'관련 1심 재판에서 정지민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도적 오역 주장과 관련, 정씨가 오히려 오역을 했다"고 지적하고 "취재 테이프 어디에서도 정씨가 주장한 '빈슨이 위절제수술 후유증으로 사망했을 수 있으며 비타민 처방을 받았다'는 언급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정지민씨의 서한 번역과 관련해 조능희 전 PD수첩 책임피디는 17일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드디어 PD수첩 광우병사태의 배후가 밝혀졌다. 정지민의 배후에 국정원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조 PD는 "정지민이 거짓말을 하면서 갑자기 뜨는 것도 신기했다. 아무리 해명해도 검찰과 조중동이 한통속이 되는 것도 한심했다"며 "이번 기회에 검찰은 정지민과 그 일당들을 수사하고, 우리를 기소한 정치 검사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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