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라인 기사들을 보면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사가 어떤 내용을 다루든 댓글 상위에는 한결같은 문구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 댓글은 짧은 만큼 메시지도 명확했다. 또한 각종 커뮤니티에는 이를 반영한 다양한 패러디도 넘쳐났다. 형식과 내용은 달랐지만 이들은 모두 하나의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

그 유명한 댓글의 내용이다. 사실 이 댓글을 기사마다 열심히 쓰고, 또 그것을 베스트 댓글로 만들기 위해서 보는 이마다 ‘좋아요’를 누른 이들은 역설적으로 그 해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JTBC <뉴스룸>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서 적잖이 이 문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JTBC <뉴스룸> 10월16일 [비하인드 뉴스]

그래도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스>는 자동차부품 회사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은 씨가 최대 주주로 돼 있다. 하지만 ‘BBK사건’과 맞물리면서 이 회사의 실제 소유자는 따로 있다는 의혹이 오래 제기된 내용이다.

네티즌들의 재기발랄한 댓글운동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어준은 “다스는 누구 겁니까?”로 문구를 통일하자고 방송 중에 제안했고, 이에 네티즌들이 호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기사를 보는 이들은 적어도 한두 번 이상은 이 문구를 볼 수밖에는 없게 됐다. 이는 특히 포털을 통해 노출되는 기사에 더 집중되었다.

상황이 이러자 언론들도 이를 흥미롭게 다뤘다. 이 문제를 심층 보도한 JTBC의 최초 보도를 거의 외면 수준으로 대했던 것에 비교한다면 믿기 힘든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엔 16일 JTBC <뉴스룸>도 이 사실을 ‘비하인드 뉴스’ 시간에 한 꼭지로 다루는 모습이었다.

JTBC <뉴스룸> 10월16일 [비하인드 뉴스]

시민들의 '댓글놀이'의 여파는 컸다. 심지어 보수언론마저 이 소식을 다루는 모습들이었다. 또한 며칠 전만 해도 하나의 연관 검색어도 뜨지 않던 네이버조차 네티즌들의 다스놀이 이후 다양한 관련단어들이 등장했다. 이런 현상까지 최초의 제안자가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또한 시작은 작년의 촛불집회처럼 자신이 참지 못해 시작한 것이 민심의 파도를 타고 결국엔 여론이 된 것이다.

적폐청산 테마에 대해서는 ‘본의 아니게’ 특종을 독점하다시피 한 JTBC가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포털의 검색어까지 변화시켰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다. 언론과 또 그 언론의 상위에 올라 있는 포털이 외면한 중대 이슈를 시민들의 힘으로 재점화시킨 것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스’ 연관검색어

워낙 이슈와 뉴스가 넘쳐나는 한국의 상황에서 이 댓글놀이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겠지만 이런 현상은 여론형성의 주체가 과거와 다르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중대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은 언론이 편집해놓은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시대가 아님을 선언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균형이라는 미명 아래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이라는 단어가 마치 여론을 반으로 나눈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언론의 기술과 노력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또한 언론이 어떤 기사를 쓰더라도 시민들이 원하는 말을 할 때까지 손 놓고 있지는 않겠다는 작은 저항의 의미도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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