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제2의 조희팔' IDS홀딩스 사건이 정관계가 연루된 '게이트'로 번지고 있다. 그런데 언론이 사건을 '검경 수사권 조정' 분쟁으로 몰아가고 있어,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IDS홀딩스 사건은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가 홍콩FX마진거래에 투자하겠다며 1만2174명으로부터 1조98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빼돌린 대규모 '폰지사기' 사건이다.

검찰은 IDS홀딩스 사건 관련 경찰 인사를 청탁한 IDS홀딩스 회장 유 모 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청탁 대상인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금품 전달자로 알려진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의 전직 보좌관 김 모 씨도 제3자뇌물취득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과 변웅전 전 의원도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IDS홀딩스 사건보도, '게이트'를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으로 '물타기'하는 언론

이처럼 사건이 사기업체에 정관계가 연루된 '게이트'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언론이 관심을 갖는 주제가 하나 있다. 바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화 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전직 경찰 고위인사를 치는 것을 이슈의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 같은 언론보도 행태에 자칫 사기업체와 정관계가 연루된 '게이트'의 본질이 '수사권 조정'으로 물타기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3일 연합뉴스는 <'수사권 조정' 앞두고 검찰이 경찰 비위 수사…미묘한 기류>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과제 중 하나인 검경 수사권 조정 작업이 본격화를 앞둔 시점에 검찰이 전직 경찰 최고위간부의 비위 수사에 나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면서 "구은수 전 청장 수사를 계기로 한동안 잠잠하던 검경 사이의 '힘겨루기'가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같은날 MBN은 <검찰, 구은수 前청상 수사…'수사권 조정' 앞두고 檢·警 미묘한 기류>라는 제목으로 연합뉴스 보도를 일부만 수정한 기사를 내놨다. 서울경제는 <前 경찰간부 사정 칼날에…檢·警 미묘한 분위기> 기사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양측이 몇몇 사건을 두고 이미 신경전을 벌인 터라 구 이사장 사건이 검경 사이 힘겨루기의 도화선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면서 서울경제는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의 발언을 들어 "최근 경찰 쪽에서 진행 중인 사건 가운데서도 일부가 전직 검찰 고위직을 겨냥하고 있다고 알려져 앞으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13일자 연합뉴스 보도 일부.

조선일보는 <'제2 조희팔 사건' 연루된 前서울경찰청장> 기사에서 "검찰이 전직 경찰 고위 간부를 겨냥해 본격 수사에 돌입하면서 이번 사건이 검경 갈등의 불씨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면서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조정' 문제로 불편한 사이"라고 했고, 세계일보도 <구은수 前 서울청장 집·사무실 압수수색> 기사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본격 논의를 앞두고 검찰이 '기세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수사 배경에까지 의혹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검찰, 금품수수 의혹 전직 경찰 고위간부 자택 압수수색>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물밑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등장한 사건으로 향후 수사 배경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는 보도를 내놨다.

청와대, 피해자들 민정수석실 민원 후 검찰로 사건 이관시켜

이처럼 복수의 언론은 IDS홀딩스 사건 수사의 확대를 비중 있게 다루면서도 수사의 시작 자체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 이 같은 의혹제기에 미디어스는 이번 사건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돼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 5월 18일, 청와대를 찾은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와 약탈경제반대행동, 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IDS홀딩스 사건의 실체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으로 IDS홀딩스 비호세력에 대한 수사를 이관했다고 보내온 공문. (사진=IDS홀딩스 피해자 연합회 제공)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잘못돼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고, 정관계 '비호세력'에 대한 의혹을 검찰이 손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IDS홀딩스 피해자 연합회 회장인 A씨 등이 직접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방문해 진정서류를 접수했다.

그리고 지난 6월 1일 검찰총장 명의의 민원서류 처리결과 통보 서류가 IDS홀딩스 피해자 연합회로 날아왔다. "대통령 비서실에 제출한 민원서류는 2017년 6월 1일 관할 관청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송부해 처리케 하고, 그 처리결과를 통지하도록 조치했다"는 내용이다.

IDS홀딩스를 수년째 추적 중인 약탈경제반대행동 이민석 변호사는 "우리가 피해자들과 함께 집회를 한 후 6월 초에 공문이 왔다. 민정수석실에서 사건을 중앙지검으로 넘겼다는 내용이었다"면서 "검사장이 직접 나서서 사건을 이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청와대 민원에 대한 대응 지시로 사건을 챙긴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민석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아닌 '정권교체' 때문에 검찰이 IDS홀딩스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봤다. 이 변호사는 "엄밀히 말하면 검찰이 IDS홀딩스 회장 유 씨를 구속시키지 않다가 갑자기 정권이 교체되고 구속시켰다. 정권이 바뀌면서 IDS홀딩스를 비호하던 세력이 약화된 것"이라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검경 갈등은 사건의 본질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9월 IDS홀딩스 본사 이전식에 검찰 관계자들이 보낸 축하 화환. ⓒ미디어스

또한 IDS홀딩스 사건에는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도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2014년 9월 IDS홀딩스 본사 이전식에 검찰 관계자들이 축하 화환을 보낸 정황이 있다. 당시 서울북부지검장이었던 김 모 검사와 서울고검 부장검사였던 이 모 검사가 IDS홀딩스에 화환을 보냈다. 당시 검찰이 2014년 7월부터 김성훈 대표를 불구속 기소해 조사하고 있었다. 특히 김 모 검사의 경우 지난 김성훈 대표가 최초 672억 원 사기 혐의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을 당시, 공판송무부장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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