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당시 보고 시점을 조작해 사건 발생과 조치 시간의 간격을 좁히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태만을 무마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또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적으로 변경한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1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이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3시 30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긴급 브리핑을 개최하고 세월호 참사 관련 문서 조작 사실을 발표했다. 임 비서실장은 "발견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위기관리 센터는 최초 상황보고서에 2014년 4월 13일 오전 9시 30분에 보고한 것으로 돼 있다. 전파 대상은 대통령, 비서실장, 경호실장 등이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2014년 10월 23일 사고 당일 보고시점을 10시라고 밝힌 바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10월 23일 작성된 보고서에는 10시로 변경돼 있었다"면서 "대통령 보고 시점을 30분 늦췄다"고 말했다. 임 비서실장은 "시점과 대통령 첫 지시 사이의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 "당시 1분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참 많은 생각이 드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에 보고된 보고서에는 9시 30분에 최초 상황보고가 들어갔고, 2보 10시 40분, 3보 11시 10분, 4보 16시에 위기관리센터가 보고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6개월 후 청와대가 공개한 자료에는 4보는 보고한 바 없고, 3보는 10정도 늦춰졌으며, 1보는 30분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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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적으로 변경한 사실도 드러났다. 세월호 사건 발생 이후인 2014년 7월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사고 당시 시행중이던 기본지침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종합관리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돼 있었다"면서 "기본지침이 2014년 7월 말에 와서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안보는 안보실, 재난은 안전행정부가 한다고 불법적으로 변경했다"고 폭로했다. 임 비서실장은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필사로 국가안보에 관련한 안정적 국정수행을 보좌한다고 불법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대통령 훈령인 위기관리지침은 관련 규정에 따라서 법제처장에게 심사를 요청하고, 법제처장이 다시 대통령에게 재가를 받고, 재가 받은 훈령안에 번호를 부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그런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청와대는 수정된 지침을 2014년 7월 31일에 전 부처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임 비서실장은 "이러한 불법 변경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6~7월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서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고, 안전행정부라고 보고한 것에 맞춰 사후에 조직적인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청와대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가장 참담한 국정농단의 표본으로 보고 진실을 밝히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 관련 사실을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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