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강규형 KBS이사의 인터뷰를 실으며 공영방송 적폐청산 '제동 걸기'를 시도했다. 강 이사는 지난달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 현장에서 활짝 웃으며 손가락으로 V를 만들고 사진을 찍는 기행을 벌인 인물이다.

12일자 조선일보는 3면을 할애해 구여권 추천 공영방송 이사들을 감싸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마음에 안들면 대통령이 해임하라…뒷구멍으론 못 나간다>라는 제목의 강규형 이사의 인터뷰와 <강의 때마다 찾아와 사찰하듯 조사 제자 직장까지 찾아가 질문 공세도>, <MBC노조도 野추천 방문진 이사들에 압박 높여> 등의 기사를 게재했다.

▲12일자 조선일보 3면.

이중 백미는 강규형 이사의 인터뷰다. 강 이사는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사퇴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심지어 명지대 학생들조차도 강 이사의 이사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뷰에서 조선일보는 "권력의 방송장악 시도는 예전에도 있었다"고 질문했고, 강규형 이사는 "예전엔 사장을 직접 겨냥했다. 지금은 방송국 사람을 동원해 이사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라면서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이사는 "여당이 만든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면서 "시나리오가 폭로됐으면 좀 창의적으로 바꿀 법한데 그대로 밀고 간다"고 조롱했다.

조선일보가 "방송법을 바꾸면 순리대로 교체할 수 있는데"라고 묻자, 강규형 이사는 "방송법을 개정해서 물러나게 해달라고 말한다. 그랬더니 어렵다고 한다"면서 "정권을 잡으니 마음이 달라졌겠지. 탈레반을 데려오든, 차장을 사장으로 만들든 마음대로 하고 싶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법을 바꾸려면 시간도 걸리고 마음에 안들면 대통령이 나를 직접 해임하면 된다"면서 "방송에 개입 안 한다고 했으니 부담이 크겠지만, 야비하고 치졸하게 하지 말고 지지율 높을 때 부담을 져라. 법대로 하면 환영이다. 뒷구멍으로 나가라고 하면 응할 수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강규형 이사의 인터뷰 내용 자체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일단 강 이사가 '여당이 만든 시나리오'라고 말한 것은 민주당 워크숍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위원들에게 배포된 '공영방송 상황문건'이다. 애초에 민주당의 방송장악 시나리오라는 것은 존재한 적이 없다.

"예전에는 사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강규형 이사의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스스로 사장직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집요한 'MBC 흔들기'가 있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KBS 정연주 전 사장 해임을 위해 정부부처를 동원해 공영방송 이사진에 손을 대기도 했다.

또한 강규형 이사가 말하는 '방송법 개정'을 막아선 것은 자신을 KBS 이사에 추천한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7월 국회의원 162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된 '언론장악방지법'을 1년 4개월 째 막아서고 있다.

언론장악방지법은 공영방송 이사회의 구조를 여야 7대6으로 하고, 사용자·종사자 동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언론공정성 제고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법안 통과 후 3개월 이내에 공영방송 이사회 재구성을 하는 부칙을 담고 있는데, 자유한국당이 이 부칙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강규형 이사의 주장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국 조선일보가 구여권 공영방송 이사들을 감싸기 위해 진행한 인터뷰는 '왜곡'에 그쳤다. 동시에 공영방송 KBS의 임원인 강규형 이사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현재 공영방송 이사회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사퇴 이유만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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