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효리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때가 드디어 도래했다. 공교롭게도 거의 같은 시기에 컴백할 것으로 예정되어서 가요계의 흥분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이효리의 음원 공개가 미뤄지면서 보름 정도 차이를 갖게 되서 공평한 맞대결로는 보기 어렵게 돼버렸다. 그래도 당분간은 이 두 대형스타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이슈임에는 분명하다. 아직 이효리의 컴백무대는 며칠 더 있어야 볼 수 있겠지만, 일단 비의 경우는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게다가 댄스머신의 진면목을 다 보여주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발라드를 선택한 탓인지 음반의 강자인 비의 초동판매는 월드스타답지 않은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역시나 유출소동을 빚으며 하루 일찍 음원을 공개한 이효리의 정규4집 음반의 여러 곡이 음원 사이트 실시간 상위권에 오르며 여전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지만, 비의 컴백 때 지적된 가창력의 문제는 이효리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아쉬움일 수밖에 없다.

어차피 비와 이효리 모두 노래하는 가수가 아니라 춤추는 가수이기 때문에 가창력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하기에는 이미 시기가 너무 지났다. 고음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이들을 가수라는 기준에 끼워 맞추기 보다는 스타라 부르고 마음 편히 먹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어차피 이미자, 조용필의 시대가 아니라 현재 한국의 가요계가 아이돌의 시대인 탓이고, 비와 이효리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때문에 후천적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는 가창력문제로 그들을 옥죄는 것은 유효치 않다.

한편 이 둘의 컴백에는 커다란 장벽이 있었다. 그것은 걸그룹이 아니라 갑자기 터진 천안함 침몰 사고였다. 그러나 비는 이미 3월 30일 음원을 공개한 터라 음반발매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 일정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이효리의 경우는 타이틀곡이 아닌 수록곡인 그네만 내놓은 상태라 애도 국면을 피해 한 주를 미룰 수 있었다. 소심한 연기였고 과연 얼마나 큰 효과를 본 것인지 의문이 간다.

거듭된 말이지만 이들이 가수로서 갖는 태생적 한계에 대해서는 굳이 우열을 가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번 비는 곡의 퀄리티를 떠나서 자작곡으로 팬들에게 다가섰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비의 스페셜 앨범은 상업적 목적을 염두에 두지 않은 작업이 아닐까 짐작된다. 백투더베이직이라는 음반제목이 그런 의미를 뒷받침한다.

반면 효리 로직이라는 제목을 단 이효리는 그녀의 논리가 무엇인가 다소 의문을 갖게 한다. 첫째, 이번에도 여지없이 터진 음원유출사건이다. 유투브를 수없이 들락거리는 누리꾼보다 더 빨리 언론에 의해 유포된 이 사실에 대해 자작극이나 아니다 공박도 있지만 정작 대중은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대신 이효리니까 하고 마는 듯하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계속되는 사건에 대해서 소속사의 대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정말로 치명적인 손실을 주는 것이라면 당연히 그 범인을 잡는 것이 우선이다. 집에 도둑이 들었다면 먼저 경찰에 신고부터 하는 것이 상식적 대처이다. 그러나 언론만 펄쩍 뛰었을 뿐 사법당국이 범인색출에 나섰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음원사전유출은 분명 절도와 영업방해를 한 범법행위이다. 이번에는 꼭 범인을 잡아서 노이즈 마케팅 운운의 오명을 벗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효리로직이라고 보기에는 절반이나 되는 곡에 피처링이 사용됐다는 점이 아쉽다. 똑같이 가창력의 문제를 안고 있는 비가 되건 안 되건 혼자 다 부른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표절문제는 거론하고 싶지 않다. 개인적으로 이번 이효리 신곡 중 그네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한다. 원곡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작권협회에 등록한 것에는 원작자인 그리스 작곡가의 이름이 없다는 제보가 있었다. 반드시 해명하기 바란다. 이효리 마저 표절에 얼룩지는 것은 너무나도 큰 비극이다.

이효리의 활동이 그녀의 음악성을 확인시키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상업적인 성공이 목적이라면 그것은 충분히 아니 반드시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치티치티뱅뱅은 앞으로도 스타 이효리의 입지를 확인시켜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효리는 그저 이 시대의 빼어난 스타이다. 그녀에게 아직도 여전한 스타성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대스타가 보여주기에는 소심한 몇 가지 옥의 티는 있다고 해도 그녀의 컴백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이효리가 대형스타로서는 고쳐야 할 점들에 대해서 소속사가 아닌 이미 충분히 성인인 그녀 스스로의 논리를 세워주기 바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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