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동이의 활약이 활발해지며 왕과 장옥정의 눈에까지 띠며 극의 중심으로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매회 등장인물들이 늘어나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인 그들은 7회에서 고경명의 <황백국>이라는 싯구를 통해 주제를 이야기했습니다.

천민이 주인공인 드라마에 황백국은 주제일 수밖에 없다

1. 위기는 곧 기회 일뿐

위기에 몰린 숙종은 칼은 들었지만 터무니없는 검술로 적과 대적하려 합니다. 자신이 왕이라 해도 사실로 믿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위기에 처한 그들은 마침 도착한 서종사관으로 인해 위기에서 빠져나옵니다. 그렇게 자신과 장옥정을 위기에서 구해준 동이는 임금에게 큰 상을 받습니다.

장악원에 어식을 내리고 동이에게는 따로 하사품을 전하는 등 그 사건으로 동이는 예상하지도 못했던 환대를 받게 됩니다. 아버지와 오빠의 죽음을 풀어내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생각지도 않은 결과로 돌아오며 그녀가 그렇게 염원하던 장옥정과의 만남도 추진되게 됩니다.

아무리 원한다 해도 천민인 동이가 왕의 총애를 받는 장옥정을 만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렇게 염원하던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죽음을 넘나들던 사건이 행복하기만 합니다.

자신이 총애하는 여인 장옥정이 억울한 누명을 쓴 사건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 숙종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동이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만난 그 아이는 당돌하고 영특하기만 합니다. 감히 임금에게 무릎을 꿇게 하고 등을 밟기까지 한 그녀를 숙종이 잊을 수는 없습니다.

동이로 인해 어려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숙종은 이를 통해 자신의 왕권을 더욱 강력하게 할 수 있는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서인과 남인 사이에서 수세에 몰리거나 농락당하기 일쑤였던 왕이 허울 좋은 자리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나라를 보살피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기틀을 준비하게 되었다는 것은 중요할 수밖에는 없지요.

서인과 남인 사이에서 캐스팅보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장옥정이 현재의 상황에서 흔들리거나 좌초해서는 안 됩니다. 그녀를 통해 왕의 권위를 드높이고 서인과 남인을 활용하려는 숙종으로서는 옥정은 중요한 인물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옥정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천민 동이가 사건을 캐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으니 어찌 고맙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운명적인 그들의 만남은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루어졌습니다.

2. 노란 국화와 하얀 국화

<동이>의 주제는 한효주와 이소연이 나누었던 고경명이 <황백국>에 담겨져 있습니다. 조선 중기 문인이자 의병장이었던 고경명이 남긴 이 멋진 시는 의미 속에 내포된 정신이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정색황위귀 천자백역기 正色黃爲貴 天資白亦奇
-국화라면 황국을 귀하다 하지만 하늘이 낸 자태라면 배색도 아름답네

세인간수별 균시오상지 世人看雖別 均是傲霜枝
-세상 사람들은 그리 구별하지만 서리 속에 꽃피운 기상은 모두 같네

'노란 국화가 좋네 흰국화가 좋네 말들이 많지만 그것은 다 사람들 생각일 뿐이다. 국화꽃 모두 차가운 서리를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송이를 피워냈다. 그 것이 중요하지 색깔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 가'라는 싯구를 이야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장옥정은 알려진 대로 천민 출신입니다. 그런 이유로 명성황후의 반대가 극심할 수밖에는 없었지요. 동이 역시 몰락 양반이라고는 하지만 천민의 신분임은 동일합니다. 그런 천민들과 숙종의 관계가 중요한 내용일 수밖에 없는 <동이>에서 고경명의 <황백국>을 거론한 것은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신분이 확실했던 조선시대에 천민이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르는 일은 어쩌면 장옥정과 같은 방법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입니다. 신분과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대접 받을 수 있기를 원했던 그녀는 당연하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이에게 이런 싯구를 읊었지요.

신분이라는 틀 역시도 국화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만들어낸 생각일 뿐 '역경을 이겨내고 화려한 꽃을 피워낸다면 무슨 문제가 되겠냐'는 그녀의 의지가 그대로 투영된 이 싯구는 장옥정과 동이의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한 내용이면서도 드라마 전체의 주제를 알려주는 중요한 문구입니다.

과거 뿐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황백국>은 유효합니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편견이라는 잣대는 그 사람의 진정성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가 가진 재산과 외모, 페이퍼 포토 폴리오등 외형적으로 규정된 수치만이 타인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올바른 평가나 대결은 꿈조차 꿀 수 없는 상황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언론에서 주로 흔들었던 주제 중 하나가 고졸 출신이 한 국가의 대통령이라는 점이 부끄럽다 였습니다. 그들에게는 그럴 듯한 대학을 나온 엘리트 지도자를 원했을 뿐 참 어른을 원하지는 않았습니다. 왜 우린 고졸을 부끄러워해야만 하는 걸까요?

능력과는 상관없이 고착화된 시각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세상에 고경명의 <황백국>은 여전히 유효함을 생각해보면 그저 씁쓸할 따름입니다. 그렇기에 <동이>를 지켜봐야할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천민에서 최고의 권력을 가진 희빈이 되는 장옥정의 모습(기존 드라마의 시각과 다른)이 보고 싶고 영조의 어머니가 되는 동이의 역경을 이겨낸 인간 승리도 기다려집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하더니 1600년대 조선시대 풍경이 2010년 우리의 모습과 그리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기만 합니다. 우리 시대 장옥정과 동이는 존재하는 것일까요?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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