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는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특종을 터뜨렸다. BBK 의혹의 중심에 선 다스의 실소유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일 수 있다는 의혹을 추적해 보도한 것이다. 그 근거로 주목한 것은 다스 해외법인 대표이사에 대주주인 이상은 씨의 아들이 아닌 조카 이시형 씨, 다시 말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이 선임된 사실이었다.

<뉴스룸>은 이 사실을 톱뉴스로 보도했다. 얼마 전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상세히 파고든 BBK 사건들로 인해 아주 생소하지는 않은 사실이었으나 탐사프로그램의 보도와 저녁 시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JTBC <뉴스룸> 톱뉴스의 무게감은 다르다. 그렇다면 당연히 여러 언론에서 이를 받아쓰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며,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이를 받아 보도한 매체는 하루가 지나도록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이상하고 또 수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언론은 클릭수의 노예가 되어 있다. 그래서 제목이나 기사를 살짝 바꾸는 ‘우라까이’를 해서라도 기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내려고 한다. 그런데 갓 보도된 따끈따끈한 특종을 일치단결 외면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단독] 다스 해외법인 대표에 MB 장남…실소유주 논란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아니다. 오히려 진작 이래야 했을지 모른다. 경쟁 언론사가 힘들여 발굴해낸 특종을 말을 잘 바꾸는 수사의 능력만으로 특종의 물길을 빼돌리는 행위는 삼가는 것에서 비로소 취재의 페어플레이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뉴스룸>의 특종을 외면한 이유가 거기에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외신발 오역 기사는 그렇게들 열심히 퍼 나르던 매체들 아니었던가. 도대체 한국의 언론은 어쩌다가 오보는 받아쓰고, 특종은 외면하는 수상한 지형이 돼버린 것일까. 그런 가운데 연휴 막바지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른 안건 하나가 꾸준히 네티즌 사이에서 독려되면서 퍼져나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10월 8일 시작된 이 청원의 제목은 <연합뉴스 및 언론사 국고 지원금 폐지 청원>이다. 하루에도 수십 혹은 수백건의 청원이 쇄도하는 청와대 청원 공간임을 감안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청원에 동참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편이다. 그런데 유독 해당 청원이 참여자 1만 명을 넘기며 파급력을 키워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 수가 30일 동안 20만 명이 넘을 경우 해당 청원에 대해서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비서관, 특별보좌관 등)’가 답하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이다. 만일 이 청원에 참여자가 20만 명을 넘어설 경우 과연 정부의 공식 답변이 어떻게 나올지가 흥미로운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갈무리

사실 청와대는 이 청원에 편한 입장은 아닐 것이다. 청원의 내용이 맞고 틀림을 떠나서 정부 입장에서는 해오던 지원을 중단하기도 곤란하거니와 특히나 현 정부에 대해서 우호적이지 않은 매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청원이 청와대의 가려운 데를 긁어준 것 같으면서도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같은 딜레마를 던져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죽하면 시민들이 이런 청원까지 내야 했는지, 언론의 현주소를 대략 짐작해볼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청와대에 현답이 준비되어 있는지 확인하려면 먼저 이 청원에 동참한 수가 20만 명을 넘어야 한다. 이는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예컨대, 얼마 전 우리 사회를 크게 동요하게 만든 청소년 보호법 폐지 청원의 경우도 28만 명을 넘겼을 뿐이다. 체감되는 분노지수는 200만 명도 넘었을 것 같지만 청와대 홈페이지까지 가서 해당 청원을 찾고, 서명을 하는 일이 보통의 경우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어쩌면 더 근본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의 뒤에 존재하는 포털의 작용이다. 메이저 언론들마저도 대부분의 기사는 포털을 통해서 소비되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개별 매체의 편집보다는 포털 지면 어디에 배치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과거 일상적으로 쓰였던 '일면 톱'이라는 표현마저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에 놓였다. 포털을 통한 집중 소비현상이 낳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포털들의 기사 배치와 검색어 반영의 정직성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포털이 기사 배치나 검색어 조작을 한다는 의혹은 그동안 자주 제기된 바 있다. 또한 포털의 기사 배치는 언론사의 편집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 포털에 대한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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