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형래 기자] 박근혜 정권의 국가정보원이 방송통신위원회 간부들의 이념 성향을 조사했으며 이는 승진 인사 등에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방통위 화이트리스트’를 작성, 운영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10일 방통위로부터 받은 '간부 승진 대상자 신원조회 결과 회보' 자료를 공개하고 “국정원이 방통위 간부 승진 대상자들의 이념 성향을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사진=연합뉴스)

박홍근 의원이 공개한 국정원이 2013년 6월부터 방통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신원조회 문건 20건에는 방통위 승진 대상자들을 △국가관 및 직무 자세 △준법성 및 보안 의식 △생활 상태 △성격품행·대인관계 등의 항목을 평가한 결과가 포함됐다. 국정원은 이 가운데 ‘국가관 및 직무 자세’ 항목을 통해 간부 승진 대상자들의 이념성향을 평가했다.

박홍근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방통위 승진 대상자 A씨에 대해 “KBS·MBC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며 방송의 공영성을 위해서 유관부처와 긴밀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여기서 나오는 '불법 파업'은 지난 2012년 2월 당시 진행된 KBS와 MBC의 동시 파업으로 보이며, 승진 대상자 A씨는 방송업무 총괄 서기관에서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또 2016년 3월 작성된 문건에서 국정원은 승진 대상자 B씨에 대해 “방송의 편파보도·오보 적극 개선 등 방송 공정성 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B씨는 이후 과장으로 승진했다.

국정원이 2015년 5월 “과거 통신비밀보호법 관련 업무 경험을 토대로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국가기관의 감청 업무가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고 평가한 C씨 역시 부이사관 승진에 성공했다.

이밖에도 박홍근 의원은 국정원이 방통위 간부들에 대해 "국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종북좌파 세력의 용어선점전술을 경계해야 한다며 북 주체사상의 허구성을 강하게 비판", "'실패한 체제인 북한에 동조하는 종북세력은 발본색원해야 할 대상이라 지칭", "종북사이트 규제 업무 적극 수행" 등의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박홍근 의원은 “국정원이 신원조회를 통해 공영방송 파업과 정부 비판적 보도에 개입한 간부들을 긍정 평가하며 지원했다”며 “국정원의 공직자 ‘사상검증’ 탓에 방송자유 수호에 앞장서야 할 방통위의 독립성이 심각히 훼손됐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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