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드라마 스페셜>, <MBC 세 가지 색 판타지>, <JTBC 드라마 페스타>

긴 추석 연휴, 특선 영화로 즐비한 편성표엔 이렇다 할 추석 특집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없다. 그 가운데 예년과 다르게 '단막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청자들을 찾으며 긴 연휴 편성표의 빈틈을 메웠다. 물론, 시청률이란 성과 면에서는 만족스럽지 않다. 대부분 2% 대의 시청률에서 고전했으며, 그중에서 화제가 되었던 라미란 출연작 <KBS 드라마 스페셜- 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도 3.7%에 불과했다.

하지만 KBS2의 미니시리즈 <맨홀>이 1%대에서 고전하고, 화제의 <청춘시대2>도 2%대를 종종 오르내리는 상황에 비교하면 추석 특선 <변호인>과 <밀정>과 정규 미니 시리즈 사이에서 단막극이 성취한 2~3%의 시청률을 비관적이라고만 할 순 없다. 오히려, 특선 영화와 미니 시리즈가 아닌 선택을 한 2~3%의 시청자들의 개성에 주목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 <강덕순 애정 변천사>: 멜로의 계절, 그 정점을 찍다

2017 KBS 드라마 스페셜 <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

10월 4일과 5일에 걸쳐 방영된 <KBS 드라마 스페셜> 두 편 <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과 <강덕순 애정 변천사>는 드라마 스페셜의 시리즈 중 일부로 방영되었지만, 추석 특집극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작품들이다. '멜로의 법칙'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시작했던 <2017 드라마 스페셜>은 이제 종반을 향해 달려가며, 흔히 자본주의 시대 남녀 간의 통속적 사랑 이야기라는 '멜로'의 본원적 정의를 보다 확대해 나간다.

10월 4일 방영된 <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은 공소시효 일주일을 앞둔 정마담(라미란 분)의 마음을 단번에 빼앗아 가버린, 맞은편 집 딸 은미(신린아 분)의 운명적인 사랑을 다룬다. 부산 조폭의 돈 가방을 탈취하여 오로지 공소시효가 지나기만을 기다리며 두문불출 살아왔던 정마담은, 어린 시절 계모의 학대로 잃었던 자신의 동생을 연상케 만드는 맞은편 집 계부에게 학대당하는 은미를 본의 아니게 납치하기에 이른다. 드라마는 교도소에 들어가 비로소 두 다리 뻗고 자는 정마담과 납치가 학대의 폭로로 이어진 훈훈한 인연의 해피엔딩으로, 그 어떤 추석 특집극에 손색없는 따스한 사랑의 미담으로 완성된다.

2017 KBS 드라마 스페셜 <강덕순 애정 변천사>

그런가 하면, 5일 방영된 사랑은 보다 스케일이 커진다. 어릴 적 할아버지가 정혼시킨 정혼자에게 마음 설레던 덕순(김소혜 분)은 독립 운동에 헌신하겠다는 석삼(오승윤 분)을 찾아 경성으로 향한다. 하지만, 덕순이 애달프게 찾던 석삼의 주소는 '자신을 찾지 말아 달라'는 석삼의 쪽지였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덕선은 그 황망함을 한글이라도 배우겠다는 결심으로 대신하는데. 하지만 한글이라도 배우고자 의탁한 '모녀 주막' 모녀들의 수상한 동정은 시골처녀 덕순의 일부종사 애정을 '모녀 주막'의 동지로 성장하게 한다.

사랑이라고 쓰고, 측은지심과 애국심으로 확대해석한 <KBS 드라마 스페셜>의 두 편은 추석이라는 풍성하고 넉넉한 수확의 계절에 그 어떤 드라마보다 어울리는 단막극이 되었다.

역주행한 단막극들

MBC <세가지색 판타지>

파업의 여파가 가장 큰 MBC에서 공백을 구원해 준 건, 지난 1월에서 3월 그리고 2015년 12월 화제리에 방영된 <세가지 색 판타지>와 <퐁당퐁당 러브> 등 초미니 드라마들이다. 그리고 JTBC는 이미 네이버 캐스트와 JTBC 온라인을 통해 '웹 드라마'의 형식으로 방영한 <알 수도 있는 사람>, <힙합 선생>, 그리고 <어쩌다18>을 방영한다.

이 드라마들은 TV를 통해 혹은 다른 채널을 통해 방영된 단막극과 흡사한 형태의 드라마이다. 또한 이들이 타임슬립 <어쩌다18>, <퐁당퐁당 러브>, 신선한 설정 <알 수도 있는 사람>, <생동성 연애> 등 다양한 구도를 이루고 있지만, 일관되게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순정 만화- 로맨스 소설- 순정 웹툰'의 계보를 잇는 기승전 '사랑'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추석 특집 JTBC <드라마 페스타>

이야기의 구성에서 힙합을 좋아했던 초등학교 선생님이 자신의 좋아했던 것을 포기하지 않고 이루려는 점이나, 좌절한 스타가 다시 음악을 하게 되는 등 젊은이의 좌절과 성장을 다루지만, 그 매개가 사랑이라는 점에서 '당의정'에 싸인 고뇌라는 한계를 답보하고 있다. 연애와 사랑, 결혼을 사치라고 생각하는 시대에 '대리만족'인 것일까. 아니면 '포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솔깃한 로망인 것일까? 그런 면에서 MBC와 JTBC 단막극은 '땜빵용'이라는 구성의 한계 이상의 숙제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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