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이 악역으로 나오고 서우는 착한 역할로 나온다더니, 전혀 반대였다. <신데렐라 언니>에게 완전히 속았다. 덕분에 문근영에 대비되어야 하는 서우가 피해자가 됐다.

문근영은 악역이 아니라 착한 역할 중의 착한 역할, 즉 완전 착한 역할이었다. 악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수상한 삼형제>의 태실장을 들 수 있겠다.

문근영은 정반대다. <신데렐라 언니> 3회에서 문근영은 엄마의 전 동거남이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집 밖으로 나가 그를 막았다. 그녀는 언제나 엄마를 공격했었다. 하지만 정작 엄마에게 위험이 닥치자 그 위험을 막은 것이다.

문근영은 눈물을 흘려가며 그 남자와 담판을 지었다. 극 중에서 문근영은 그 남자를 혐오하고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그와 단 둘이 담판을 짓는 것은 문근영에겐 대단한 사건이었다. 그렇게 문근영이 엄마를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집안에선 엄마와 서우가 레크레이션을 즐기고 있었다.

문근영은 말로는 그 남자더러 죽어버리라고 하지만, 막상 그 남자가 음주운전을 하려 하자 한사코 막는다. 그 남자가 빨리 집을 떠나야 자신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는 상황인데도, 설사 자신이 피해를 입는 한이 있더라도 그 남자가 당할 사고를 막은 것이다.

1회에서 엄마와 도망칠 때도 그랬다. 말로는 혼자 떠나버리고 싶다고 하지만 엄마가 깡패들에게 잡혀갈 위험에 처하자 결국 엄마 곁에 남았다. 2회에선 엄마의 거짓말이 탄로 날 위기에 처하자 일부러 서우를 밀쳐서 자신이 뺨을 맞는 것으로 엄마를 구원했다.

이것은 흑기사 캐릭터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흑기사. 자신이 욕을 먹는 것은 감수하지만, 남이 당할 피해는 편히 넘기지 못하는 성격. 악랄한 추노꾼이란 욕을 감수하면서 속으로는 비참한 노비들을 도망시켜주던 <추노> 장혁의 캐릭터와도 비슷하다. 전형적인 주인공 캐릭터인 것이다.

이 작품은 노골적으로 문근영 편을 든다. 문근영이 무릎에 상처 입고 돌아왔을 때 엄마 품에 안겨있는 건 서우였다. 서우를 얄밉게, 문근영을 불쌍하게 느끼도록 하는 구도다. 문근영이 엄마를 위해 힘든 일을 처리한 순간에 엄마 옆에 있는 것도 서우이고, 3회 후반에 문근영이 천정명 옆의 여자 때문에 상처 입은 순간에도 엄마 옆엔 서우가 있었다.

<신데렐라 언니> 3회는 엄마에게 자기가 무릎 다친 것도 모르지 않느냐고 하소연하는 문근영의 모습을 통해, 이 아이가 얼마나 따뜻한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지 보여줬다. 보살핌 받지 못해서 상처 입은 아이인 것이다. 이러면 문근영이 아무리 독한 말을 해도 시청자 귀에는 아픈 비명소리로만 들린다. 단 1%도 악역이 아닌 것이다. 그저 보살펴주고 싶은 여동생 캐릭터일 뿐이다.

- 서우, 가증스러운 밉상인 이유 -

그에 반해 서우는 전혀 착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서우는 자기밖에 모르는 떼쟁이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의 상처나 감정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1~3회의 서우에게 문근영은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의 구성원에 불과하다. 그 가족 속에서 주인공은 ‘사랑스러운’ 자신이다. 문근영은 그런 자신을 사랑해주는 언니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문근영은 서우의 친절 이면에 담긴 이기주의를 간파했다. 그래서 문근영은 서우에게 ‘넌 ’나‘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했다. 서우는 ‘아니야 난 ’언니‘를 정말로 좋아해’라고 한다. 서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건 문근영이 아니라 언니 대용품이라는 사실이 이 대화에 극명히 나타났다.

문근영은 자신의 내면 속에 담긴 따뜻함과 상처를 알아봐주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불러준 천정명에게 끌린다. 서우는 문근영을 부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언니를 호명할 뿐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문근영에게 그 언니 역할을 해달라고 보챈다.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완전히 밉상이다.

셋 다 상처를 가지고 있다. 문근영도 천정명도 서우도 그렇다. 문근영과 천정명은 그 상처를 속으로 끌어안는데 반해, 서우만이 자기 상처를 감싸 안아 달라고 징징댄다. 작품이 작정하고 서우를 밉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밉상이면서 귀여운 척, 사랑스러운 척은 혼자 다 한다. 또, 자신이 원해서 언니에게 친절한 것이면서 마치 상대를 위해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가장한다. 가증스러운 가식 캐릭터다. 가식이라는 면에서 <수상한 삼형제>의 태실장 캐릭터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이렇게 가증스러운 밉상이므로 시청자들이 미워하는 것이 당연하다. <신데렐라 언니>는 문근영이 악역, 서우가 선역으로 출발한다고 하더니, 속아도 크게 속았다.

서우 발연기 논란이 계속 되는데, 황당하다. 발연기가 아니다. 이런 저런 작품 외적인 이유로 서우가 밉고, 작품 속에선 서우 캐릭터가 미운 것이다. 미운 것과 발연기는 구분해야 한다. 서우는 가증스러운 캐릭터를 맡아 그대로 연기하고 있다. 그런데 왠 발연기?

3회 마지막 장면에서 서우는 문근영에게 ‘거지’라고 했다. 문근영에게 자기 것을 빼앗기자 드디어 이기적인 성격을 드러낸 것이다. 예고편에서는 ‘빽’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것이 차라리 시원했다. 지금까지 귀여운 척 예쁜 척 착한 척하는 가증스러운 캐릭터였다면, 이젠 시원시원한 악역으로 반전될 단초가 보였다. 서우를 위해선 차라리 이게 낫다. 대중은 이중적이고 가식적인 악역을 특히 증오하니까. 더군다나 얼굴도 천사표이고 극 중 성격도 흑기사 캐릭터인 문근영 옆에서 착한 척을 계속 하는 것은 서우에게 화를 부를 뿐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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