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을 꾸는 이 남녀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 그들이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미래에 대한 문제에 대비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들의 인연이 재찬이 홍주의 앞집으로 이사 온 후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예지몽 커플 시작;
재찬과 홍주가 예지몽을 꿀 수밖에 없었던 이유? 홍주 아버지 죽음에 비밀이 있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준 인물이 재찬이었다. 애써 피했던 재찬이 운명을 바꿔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단 홍주는 금사빠다. 두 번 만났던 유범을 연인이라 표현하던 홍주에게 남녀 관계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저 좋은 마음으로 만나고 있으면 그게 연인이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인이라 생각했던 유범으로 인해 자신과 어머니가 모두 죽는다던 재찬의 말을 홍주는 믿었다. 이미 자신의 꿈에서 봤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역시 자신과 같은 능력이 만든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며 더욱 특별한 감정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SBS 새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홍주는 노선이 명확했지만, 재찬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처음 느낀 감정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꾼 꿈이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그 일로 인해 많은 이들을 구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두렵다. 세상 모든 일을 자신이 다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담과 불안함이 그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재찬의 고민과 달리, 홍주는 그 꿈의 힘이 무엇인지 증명하기 위해 아침부터 열심이다. 주먹밥을 만들고 재찬의 출근길을 앞서 가며 신기한 경험을 이끈다. 유치원생의 풍선을 잡아주자 생전 처음 보는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고맙다고 한다. 커피숍에서는 주문도 하기 전에 이미 자신이 무엇을 주문할지 알고 있다.

지하철에서는 언제 탔는지 알 수 없지만 옆자리에 홍주가 있다. 모든 것을 우연이라 할 수 없는 이 기괴한 아침 출근의 미스터리는 모두 홍주가 꾼 꿈이 원인이었다. 홍주는 꿈을 통해 재찬의 출근길 에피소드를 모두 알고 있었다. 이런 홍주의 행동에 재찬은 다시 한 번 두려워졌다. 그게 홍주와 재찬의 차이였다.

홍주는 어린 시절 이미 이 경험을 했다. 아버지 죽음을 예견했던 꿈은 끔찍했다. 자신도 처음 꾼 예지몽이라 확신할 수 없었지만, 아버지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학교도 가지 않고 버스 기사인 아버지의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군인이 총과 수류탄을 들고 버스에 올라 많은 사람들을 죽인 자신의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을 목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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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그날 떠나는 버스를 멈춰 탄 이는 군인이었다. 그리고 그 불안정해 보이는 군인의 모습을 보고 어린 홍주는 더욱 불안했다. 딸을 너무 사랑한, 그래서 쉽게 믿을 수 없었을 꿈 이야기를 믿어준 아버지는 기지를 발휘한다. 타이어에 문제가 생겼다며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했다. 당연히 딸과 함께 말이다.

아버지를 두고 홀로 내리지 않을 홍주를 위해 승객들을 멀리 대피시키라는 임무까지 주었다. 버스를 버리고 도망치면 아버지는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승객을 두고 자신만 도망칠 수 없었다. 그렇게 승객과 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홍주 아버지는 군인을 설득해보려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그저 홍주의 꿈과 동일한 죽음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홍주의 말을 애써 모른 척하며 말단 검사로서 일상을 시작하려 노력하는 재찬은 쉽지 않다. 학교 후배지만 먼저 검사가 된 희민이와 관계 설정부터가 복잡하다. 학교 후배라는 이유로 반말을 하지만 서열이 분명한 검찰 조직에서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박대영 부장검사를 중심으로 함께 일하고 만날 수밖에 없는 검사들과 일상을 시작한 재찬은 그들의 문화에 적응하려 노력하기는 하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을 무시하는 같은 방 식구들을 위해서도 열심히 일하지만 여전히 초임 검사에게 모든 일들은 부족하고 힘들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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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 잠시 잠이 든 재찬은 꿈을 꾸었다. 이건 악몽이다. 자신의 동생이 경찰차에 실려 가는 꿈이다. 그리고 그 꿈에 홍주가 등장했다. 그녀는 자신의 말을 들었으면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을 했다. 이는 동생 승원이가 살인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반복되는 예지몽은 재찬도 빠져들게 될 수밖에 없게 한다. 믿고 싶지 않아도 말도 안 되는 현실이 사실이라면 믿을 수밖에 없다. 더욱 다른 누구도 아닌 친동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면 이는 어떻게 하든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힘을 홍주가 가지고 있다면 그녀와 함께해야 한다.

승원이가 형 때문에 살인자가 된다는 예지몽의 핵심에는 다시 유범이 존재한다. 유망한 피아니스트 박소윤의 아버지는 상습 가정폭력범이다. 그런 어머니를 안타까워 한 소윤은 아버지를 죽일 생각을 했다. 전과자 아버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참고 있는 엄마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악마인 아버지를 죽이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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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변호하는 유범과 현장에 출동해 소윤 아버지를 체포한 경찰 우탁. 그렇게 재찬의 꿈은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사건에 소윤을 좋아하는 재찬의 동생 승원이 개입되면서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돈이면 뭐든 다하는 유범이 다시 한 번 진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두 사람은 처음이 아니다. 홍주가 머리를 짧게 하고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 열심히 연습하던 어린 시절부터 그들은 만났었다. 남들이 언뜻 보면 남자라고 생각할 정도였던 홍주. 그런 홍주에게 아버지는 소망이 하나 있었다. 보통의 여자애들처럼 긴 머리를 자신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홍주는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했다. 그렇게 불 꺼진 장례식장에서 울고 있던 홍주 앞에 등장한 것은 어린 재찬이었다. 서로는 그게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 사람이 필연적으로 다시 만날 수밖에 없단 점이다. 추측이지만 홍주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군인의 정체는 재찬과 관련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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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찬이 왜 그 자리에 왔는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 죽음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어야 했다. 경찰인 재찬의 아버지, 그리고 어긋나기만 했던 재찬의 어린 시절. 아직 드러나지 않은 그의 가족사는 결국 그 버스 사고를 놓고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홍주와 재찬이 예지몽을 꾸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그 예지몽의 끝에는 화해와 사랑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거의 아픔을 씻어내고 홍주와 그 어머니의 죽음을 막아줄 재찬은 그렇게 은혜를 갚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홍주 어머니가 주먹밥을 싸며 들떠 있는 딸을 보고 "은혜가 아니라 원수 갚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농담은 실제일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좋은 복선으로 작용하니 말이다.

독특한 세계관으로 시작된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분명 흥미롭다.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하면 보다 재미있어질 수밖에 없다. 미스터리한 상황 속에 달달한 사랑과 엉뚱한 유머가 함께하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그동안 좋은 드라마를 기다려온 시청자들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만하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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