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수상한 삼형제>에서는 현찰이 태실장의 복수에 당하고, 도우미가 태실장에게 무릎 꿇는 에피소드가 전개되어 시청자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에피소드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상한 장면까지 나와 더욱 불편했지요.

현찰과 도우미가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현찰 아버지가 순찰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근무하는 날도 아닌데 출근해서 순찰을 도는 헌신적인 민생 경찰의 모습이었지요. <수상한 삼형제>에서 경찰이 미화되는 것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우리나라 경찰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런 장면을 굳이 넣는 것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현찰의 아버지는 재개발촌은 범죄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면서, 더욱 잘 관리해야 한다는 대사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경찰들이 휴일도 반납하고 재개발촌 주민들의 민생치안을 위해 헌신한다는 이미지를 그린 셈입니다.

현찰의 아버지와 동료가 그렇게 주민들을 위해 순찰을 할 때 그 배경엔 ‘전 철 연, ... 경찰서는 각성하라’는 빨간 글자가 보이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습니다. 무작정 떼만 쓰는 철거민들과 그래도 주민을 위해 헌신하는 경찰이 극명히 대비되는 그림이었지요.

경찰이 헌신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부각시키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굳이 철거민들과 대비시켜야 했나요?

철거민들과 경찰 사이의 문제는 현찰의 아버지 같은 소시민형 경찰하고는 상관이 없는 문제입니다. 철거민들은 국가 공권력에 호소하는 것이고, 자신들을 삶터에서 내쫓는 거대권력에 저항하는 겁니다.

그런데 <수상한 삼형제>는 공권력의 자리에 헌신적인 소시민형 경찰인 현찰의 아버지와 동료를 놓음으로서 철거민들의 시민적 권리와 피눈물 나는 사연을 희화화하고 있습니다.

이번이 처음이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수상한 삼형제>는 전과가 있습니다. 이전에도 드라마 맥락과 상관없는 시민들 비하 장면이 나와 물의를 빚었지요. 현찰 아버지의 동료가, 아들이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맞아 화상을 입었다며 울부짖는 장면이 나왔었고, 매스컴이 일방적으로 경찰의 과잉진압만을 탓한다며 다친 경찰은 신경도 안 쓴다는 볼멘소리도 나왔었습니다.

시민들의 저항권이라든가, 자기 삶터에서 어느 날 갑자기 쫓겨나게 된 철거민들의 절규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경찰의 입장만을 대변한 장면이었지요. 물론 경찰에게도 사연은 있겠지만, 경찰을 옹호하자고 시민과 철거민을 공격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경찰 입장에서 불만을 말한다면, 비인간적인 개발이 강행되면서 경찰이 시민진압용으로 동원되는 현실에 대한 한탄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수상한 삼형제>는 철거민과 매스컴을 탓하는 분위기입니다.

철거민이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생존권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 국가공권력과 시민의 생존권 요구가 물리적으로 부딪혔을 때 매스컴이 시민 중심의 보도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시민들이 저항도 하지 않고, 매스컴이 시민들 입장에서의 보도도 하지 않는다면, 경찰의 몸은 편할지 모르지만 우리 공화국은 죽습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수상한 삼형제>에서 반복되는 일방적인 경찰 편들기는 보기가 불편합니다.

경찰이 고생하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소방관들이 인력부족으로 고생하는 것처럼 경찰도 인력부족, 자원부족으로 고생한다고 합니다. 그 문제는 시민이 저항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민생치안인력에 대한 지원으로 풀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상한 삼형제>같은 인기드라마가 철거민의 아픔을 절절하게 조명해 우리 사회에 무리한 개발이 사라진다면, 자연스럽게 철거민과 경찰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비극도 사라지겠죠.

지금 <수상한 삼형제>는 거꾸로 무리하게 경찰만을 두둔함으로서 철거민들의 상처를 더 깊게 하고 사회적 대립을 조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면 경찰업무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겁니다.

지난번에 경찰입장을 지나치게 대변한 것으로 물의를 빚었을 때 <수상한 삼형제> 측은 앞으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랬는데, 이번에 태실장의 복수 에피소드에 슬그머니 철거민 플래카드를 등장시키는군요. 시청자의 신경을 긁는 것인가요? 이런 플래카드가 나오느니 차라리 태실장의 막장 행패가 한 번 더 나오는 게 좋겠네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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