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준비기일에 난데없이 '박근혜 무죄석방 서명운동' 동참을 촉구하는 호외가 날아들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적극 지원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극우매체 '미디어워치'의 호외다.

28일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을 취재하기 위해 법정을 찾은 법조기자 A씨는 한 어르신이 신문을 나눠주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A기자는 궁금증에 어르신이 나눠주는 신문을 받아들었다. 미디어워치가 발행한 9월 16일자 호외였다. 다만 미디어워치 호외를 배포하는 어르신은 미디어워치 직원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이재용 항소심 준비기일에 법정 앞에서 뿌려진 16일자 미디어워치 호외.

미디어워치 호외에는 1면에 <박근혜 대통령 무죄석방 1천만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호소문이 실려있었고, 2면에는 <대한애국당의 끈질긴 태극기집회, 행인들 분위기가 달라졌다>, <탄핵 진실규명 이끌 대한애국당 지도부는 누구?>, 4면에는 <박근혜 대통령 4년 업적, 통진당 해산부터 사드배치까지>, <"결국 박근혜가 옳았다"> 등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글이 실려있었다.

의아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 공판준비기일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호외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서로 적대적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 등과 관련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가 인정되면 박 전 대통령의 형은 낮아지고, 인정되지 않으면 박 전 대통령은 강요에 의한 뇌물수수, 즉 공갈 혐의가 적용돼 형이 무거워질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더라도 이 부회장 공판에서 이러한 호외를 나눠주는 것은 법 상식을 벗어나는 일인 것으로 판단된다.

A기자는 "법정에 들어가는 방청객이나 기자들에게 이런 신문을 나눠주는 것은 처음 목격하는 장면"이라면서 "이재용 부회장 재판과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석방이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또 다른 기자 B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련된) 어느 집회를 가든 항상 그런 걸 나눠준다"면서 "별 생각은 안 들지만 기사 내용이 너무 허무맹랑하고 황당해서 볼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디어워치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JTBC와 노컷뉴스 등은 국정원이 미디어워치를 활용해 당시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에 대한 측면지원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를 청와대에 올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JTBC와 노컷뉴스에 억대 민사소송을 걸겠다고 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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