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백사태가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방통심의위 구성은 오리무중이다. 자유한국당이 무조건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방통심의위가 공백사태를 맞은 지 100일이 넘었다"면서 "이탓에 불공정보도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이 판을 치고, 방송 프로그램인지 광고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프로그램들이 범람해도 아무런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디지털 성폭력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했음에도 대책 마련에 책무가 있는 방통심의위는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 오른쪽부터 우원식 원내대표,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조승래 의원. (연합뉴스)

박홍근 원내수석은 "지금까지 누적된 심의 안건만 해도 방송 249건, 통신 11만5190건에 달한다"면서 "오늘 당장 위원 선임이 이뤄진다고 해도 연말까지 처리해야 할 안건이 매일 1200건이 넘는다"고 말했다. 박 원내수석은 "게다가 추석 연휴가 지나면 곧바로 국정감사가 시작되지만 방통심의위는 국정감사를 받을 책임자가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홍근 원내수석은 "방통심의위는 그간의 관례에 따라 대통령과 여당 추천 6인, 야당 추천 3인으로 구성돼 왔다"면서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야당 배분 몫을 한 명 더 늘려서 여당 5인, 야당 4인으로 해달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위원 선임조차 못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수석은 "위원 배분에 문제가 있다면 근거 법률을 개정해서 먼저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 법에도 없는 자유한국당의 몽니 때문에 방통심의위 개점 휴업이 더 이상 연장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하루 빨리 방통심의위가 제대로 구성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방통심의위는 관례에 따라 구성될 예정이었다. 대통령 몫 3명과, 국회의장 몫 3명,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몫 3명이다. 관례적으로 국회의장 몫은 의장이 1명을 추천하고, 교섭단체가 협의해 여야 각 1명 씩을 추천하고, 상임위 몫은 여당 1명, 야당 2명을 추천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3명, 국회의장 몫에서 정세균 의장이 1명, 민주당 1명, 바른정당 1명, 상임위 몫에서 민주당 1명, 자유한국당 1명, 국민의당 1명을 추천하기로 지난 2월 이미 합의가 된 상태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그러나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바뀌었다. 자신들은 어떻게든 2명을 추천해야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국회 의석의 1/3을 점유한 제1야당인데, 1명만 추천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논리다.

국회의장 몫이 이미 방통위로 추천안이 넘어간 상태에서 자유한국당 주장의 불똥은 국민의당으로 튀었다. 자유한국당이 지속적으로 2명을 요구할 경우 손해를 보는 건 야당 몫을 잃게 될 국민의당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사이에 신경전 끝에 민주당에게 여당 몫을 하나 넘기라는 요구까지 등장한 배경이다. 자유한국당의 관례를 무시한 생떼에 모든 게 틀어진 셈이다.

결국 지난 추경 협상과정에서 국회의장 몫 조정을 조건으로 민주당의 방통심의위원 몫 한 석 양보가 일시적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관계법령이나 그간의 관례 등을 고려해봤을 때 현실성이 없었고, 이 논의는 원내대표간 개별적인 발언 교환 수준으로만 이뤄졌다.

또한 이 논의가 정세균 의장까지 올라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의장이 물밑협상 단계에서 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후문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유한국당은 방통심의위원 추가 추천을 요구하고 있어, 방통심의위 구성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방통심의위 구성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강상현 연세대 교수가 방통심의위원장으로 내정했고, 정세균 의장이 허미숙 전 CBS TV본부장을 추천한 상태다. 민주당은 공모를 통해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과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자유한국당이 전광삼 전 춘추관장, 바른정당은 표양호 전 청와대 비서관을 추천차로 내정한 상태다. 대통령 추천 몫 2명과 과방위 야당 몫 1명이 정해지면 방통심의위 구성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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