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가 회동을 가졌다. 그 자리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거부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일대일 만남은 고려하겠다는 입장인 것을 보면 홍준표 대표는 다른 야당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제1야당의 위세인지 몰라도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북미 간에 말폭탄 경쟁이 지나쳐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지만 이 상황이 안보위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무리 정쟁해야 하는 여야라도 이럴 때는 모여서 의논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는 것이 정치인의 국민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고 할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청와대 여야대표 회동이 ‘보여주기식 만남’이라고 갈 필요 없다고 했다. 정치인이 가장 잘하는 것이 보여주기인데 이제 그것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4당 대표를 초청해 만찬 회동을 하기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대표들과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불참했다. Ⓒ연합뉴스

그러더니 28일에는 그 자리에 불러도 안 가겠다고 거부한 것은 까맣게 잊은 것인지 ‘왕따’ 운운하고 나섰다. 또한 여야 대표들이 회동을 마친 후에 청와대 지하벙커 방문을 ‘놀러 다닐 때냐’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안보 위기 상황에서 여야 대표가 위기관리센터를 둘러보고 경각심을 점검하고자 한 것을 고작 놀러 다닌 것으로 보는 자유한국당의 시각에 동의할 국민이 과연 있을지가 의문이다.

아니 자유한국당에게 국민은 그저 때가 되면 표나 주는 존재인지 묻고 싶다. 불러도 안 가겠다고 하고는 하루 만에 왕따라고 생떼를 부리면서 국민들의 찌푸려지는 인상은 안중에도 없었는지 의문이다. 도대체 국민을 뭘로 보는 것인가? 반대를 하고, 정쟁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수준은 지켜야 하다못해 욕할 맛이라도 나는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28일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논평할 가치도, 비판할 의욕도 주지 못하는 참담한 감정만 남겼다. 청와대 회동을 거부한 이유가 왕따를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는데, 이는 최악의 악수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수를 논하기조차 민망하다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 때의 국정원, 기무사, 사이버사령부 등의 대민 첩보활동이 봇물 쏟아지듯이 보도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상대로 북한이 주적이 왜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정작 자신의 정권에게는 주적(?)이어야 할 북한을 상대하라고 만든 국정원, 기무사 등이 정치와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

상대 후보에게 북한이 왜 주적이 아니냐고 물으며, 보수는 안보라는 무너진 가치를 세우려 애를 썼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 속에서 안보를 주제로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모이자는데 불참한 것부터가 자기부정이라 할 수 있는데, 거기서 한술 더 떠서 왕따라고 생떼를 부리는 모습은 유치원 아이들 보기에도 부끄러운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운데)가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추석 민생점검회의에서 정우택 원내대표(왼쪽), 이철우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얼토당토않은 왕따 주장은 2012년 대선 직전의 국정원녀 셀프감금과 동일한 연상 속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다. 때려죽어도 자유한국당만 찍는다는 사람이 아직 존재하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더 많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막무가내 정치는 곤란하다. 자유한국당에게 큰 걸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 말이라도 되는 뭔가를 해도 하라는 것이다. 또한 국정원 부정이 드러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정조준하게 되자 노무현 대통령을 걸고넘어지더니 이제는 셀프 왕따까지, 다 드러난 자유한국당의 전략과 전술은 이제 아프지도, 신선하지도 않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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