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2017)은 지난겨울의 촛불 집회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옴니버스 다큐멘터리이다. 홍형숙, 황윤, 김철민, 강유가람, 박문칠, 김정근 등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감독들이 연출자로 참여했고, 얼마 전 병마로 세상을 떠난 고 박종필 감독이 <광장>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미디어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 열린 인디다큐페스티발과 인디포럼 등 몇몇 영화제에서 <광장>이 상영됐지만, 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상영에서야 <광장>을 보게 되었다. 참으로 뜨거웠던 촛불집회가 끝나고 6개월 만에 본 <광장>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만감이 교차하게 만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촛불집회가 막을 내리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 여가 지났다.

영화 <박근혜정권퇴진행동 옴니버스 프로젝트 '광장'> 스틸 이미지

<광장>에는 지난 연말 촛불집회 현장을 기록한 영상만 있지 않았다. 평소 동물권 운동에 큰 관심을 기울어온 황윤 감독의 <광장의 닭>.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이야기 <그림자들의 섬>(2014)으로 주목받은 김정근 감독은 촛불집회가 열리던 그 시각에도 청소를 하고 있던 부산지하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일상을 담은 <청소>를 제작해 눈길을 끈다. <시국페미>를 연출한 강유가람 감독은 당시 촛불집회에 참여한 페미니즘 운동가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지난겨울 광장에서 나온 여성 혐오 발언들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소성리 주민들의 사드배치 반대 투쟁을 담은 <파란나비효과>(2017)의 단편 버전 <파란나비>도 <광장>에서 짧게나마 만날 수 있다.

10명의 감독들이 각각 바라본 2016-2017 촛불집회 현장이 담긴 <광장>은 촛불집회 기록에 큰 의의가 있다. <광장>에 참여한 감독들은 현장 기록에 충실하면서도 촛불 집회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담고자 한다. 황윤, 김정근, 강유가람, 박문칠은 촛불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내면서도 평소 자신이 관심 있었던 사회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녹이고자 한다. <누가 청춘을 아름답다 했는가>의 김수민 감독은 평소 강릉 지역 내 청년인권, 진보운동에 활발히 참여하지만, 지역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청년 단체의 인터뷰를 빌러 청년 문제를 도외시하는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를 꼬집는다. <광장>을 통해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었다던 김상패 감독은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계성고등학교 학생의 모습을 바라보며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떠올리기도 했다.

영화 <박근혜정권퇴진행동 옴니버스 프로젝트 '광장'> 스틸 이미지

<광장>에 섰던 사람들의 상당수는 의외로 촛불집회 이후에도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기꺼이 촛불을 들고 광장을 찾은 이유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염원이 컸다. 단순히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던 것은 아니다. 김정근 감독의 <청소>에 출연한 부산 지하철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은 촛불집회가 성공적으로 끝나도 자신들은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물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나라다운 나라,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신장을 위한 여러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산더미이다.

얼마 전 세계시민상을 수상한 문재인 대통령은 그 영광을 촛불집회 시민들에게 돌렸다. 지금 생각해도 여러모로 대단한 촛불 집회였지만, 이제는 촛불 집회 이후의 이야기에 주목할 때이다. 촛불 집회의 이후 세상은 온갖 부조리와 모순들이 가득했던 이전의 세상과는 달라야 한다. 정권을 바꿨다는 데에 만족하지 말고, 동물인권, 여성 인권, 성소수자 인권, 장애인 인권, 세월호, 비정규직 등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광장>이 많은 곳에서 상영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았으면 좋겠다. <광장> 촛불 집회를 다시 돌아보는 의의도 크지만, 촛불 집회 이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광장>은 26일 메가박스 파주 출판도시에서 한 차례 상영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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