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언니의 방문은 슬픔에 빠진 예은을 구원해냈다. 분홍색 편지지에 쓰인 저주의 글. 그 글은 누구를 향한 분노였을까? 그 의문을 풀기 위해 하메들은 그날의 기억들을 떠올린다. 강 언니로 인해 처음 방문한 고급 마사지 샵에서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비밀은 가까운 곳에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미움 받는다는 것, 지난겨울 왜 그는 그를 증오하게 되었을까?

너무 솔직해서 투박한 강 언니의 위로는 예은에게 큰 힘이 되었다. 때로는 따뜻하고 그럴 듯한 말보다는 차마 말하지 못한 말들을 해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잠깐 들른 강 언니로 인해 다시 평안이 오는 듯했지만, 더 큰 위기가 찾아왔다.

아무리 큰 파도가 몰아쳐도 지나고 나면 특별할 것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는 한다. 그렇게 한 번 파도가 지나간 후 평온을 원하는 그들에게 저주의 편지와 함께 어긋난 사랑에 대한 갈등과 불안이 급습하기 시작했다. 미처 생각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맞닥트려야 하는 불안은 그들을 위태롭게 했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2>

강 언니로 인해 하메들의 고민은 한순간에 사라지게 되었다. 위로를 받고 싶기는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예은을 한 방에 치유해준 강 언니는 분홍 편지의 출처가 어디인지도 확인해 주었다. 강 언니가 다니던 마사지샵의 쿠폰으로 문제의 날 그곳을 찾은 하메들은 분홍 편지의 주인공이 되었다.

아직 그녀가 누구에게 그 편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그녀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싼 마사지샵을 찾은 4명의 여대생. 그들의 여유로운 일상과 대비되는 자신의 처량한 삶에 대한 분노가 그렇게 글로 남겨졌을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정말 저주를 하며 괴롭히고 싶었다면 직접 편지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책 속에 그 편지가 남겨져 있었다는 것은 당시 느낀 감정을 품은 것뿐이라는 의미다. 강이나의 방문으로 문제 풀이에 한껏 다가선 그들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쉬울 수는 없다. 장소와 그 편지의 주인공이 마사지사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만 알게 됐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2>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은이는 처음으로 다가온 사랑이 힘들기만 했다. 말하고 싶지만 어색한 은이의 사랑은 결국 이별로 향하기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은 연인과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 장훈과 은이로서는 뭔가 결단을 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상대의 마음을 알지 못해 확신하지 못한 그들의 연인 관계는 그렇게 장난처럼 치부되고 말았다.

은재는 종열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확신에 행복해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동기의 선전포고는 당혹스러웠다. 은재의 마음도 모른 채 헤어졌고, 다른 남자가 생겼으니 종열에게 고백을 하겠다는 동기의 발언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렇게 종열을 포기할 수도 없는 은재로서는 이 모든 것이 당혹스럽기만 하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이 상황은 결국 종열의 선택으로 결정 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은 언제나 타이밍이다. 그 타이밍을 놓치는 순간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모든 것이 뒤틀릴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랑이고 인생이니 말이다.

분홍 편지는 각자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미움 받는다는 것. 이는 힘들고 불편한 일일 수밖에 없다. 누구인지 명확하게 지목하지 않은 그 편지는 결국 낯선 이의 침입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2>

지원은 성민을 데리고 마사지샵을 찾아 그녀가 잘하는 거짓말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어낸다. 당시 그 샵에 다니던 마사지사의 이름은 조앤이었다. 이후 사라진 그녀의 집 주소까지 찾은 지원으로 인해 모든 사건은 쉽게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호기심은 오히려 큰 화를 불렀다.

그녀는 없다. 어쩌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준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죽여줄 수 있어?"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남겼다. 그렇게 누구에게인지도 모를 분노. 그래서 들어줄 수도 없는 그 분노의 대상이 제 발로 찾아왔다는 사실은 어쩌면 그에게는 기회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거. 누군가에게 미움 받는다는 거. 처음 그 편지를 보았을 때 소름이 돋았다. 강렬한 증오에 압도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미워할 수 없을 거라고. 누군가에게 그렇게 미움 받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 전에도 앞으로도. 미움이란 눈덩이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주먹만 하다가 여러 가지 감정 위를 구르고 굴러 몸피(몸의 두께)를 키워나간다. 너무 좋아해서 밉고, 좋아해주지 않아서 밉고, 너무 가져서 밉고, 너무 미안해서 밉고, 어쩔 수 없어서 밉다. 그렇게 커진 미움은 어느 순간 주인의 손을 벗어나 버린다"

"나일지도 모른다. 그 분홍색 편지는 어쩌면 나에게 온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내일이나 모레, 언젠가 한 번은 받아야 할 편지가 너무 일찍 도착한 것인지 모르겠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2>

진명의 내레이션은 분홍색 편지가 <청춘시대2>의 핵심 기제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해주었다.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은 그 분노, 그 분노에 대한 궁금증은 그렇게 의도하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모든 것이 갑작스러웠지만 세상에 우연은 없다.

은이가 하메가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그 분홍색 편지는 그렇게 그녀에게 다시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녀를 잊지 못하는 남자는 칼을 들고 퇴근하는 진명을 위협해 하메의 집에 들어섰다. 그렇게 진명이 주고 간 명함을 가지고 미행을 한 그 남자는 과연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박연선 작가다운 이야기 흐름이다. 그리고 박 작가의 이야기 재미를 가장 잘 살리는 이태곤 피디의 감각적인 연출은 <청춘시대2>를 더욱 맛깔스럽게 만들고 있다. 인트로 영상 이미지와 매회 이어지는 이야기의 상징성은 이 드라마가 왜 특별할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준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2>

이별이 분명해 보이지만 헤어질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이 드라마의 영민함은 빛을 발한다. 의자를 만들던 장훈이 칠을 하고 '칠주의'라고 써놨지만 그걸 보지 못한 채 눌러 보는 은이.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에 묻은 하얀 페인트 자국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그들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시즌1과 비슷한 분노가 표출되었다. 하지만 그 방식은 다르다. 폭력을 통해 극대화되는 분노의 본질은 열등감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동일할 수는 있다. 혐오주의 범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청춘시대2>는 다시 한 번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게 만드는 시대적 병폐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 기대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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