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펼쳐진 수목드라마전쟁의 승패를 놓고 온갖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느 드라마의 내용이 어떻고, 어느 주연 여배우의 연기가 어떻고, 하는 식들의 분석이다. 대체로 주연들이 얼마나 잘 부각됐는가, 그들이 얼마나 캐릭터를 잘 표현했는가, 그들 사이의 관계는 또 얼마나 잘 표현됐는가 등을 따지고 있다.

그런 식으로 보면 이번 주 수목드라마 전쟁 승패의 이유를 알기 힘들다. 수목드라마 전쟁 첫 주차 1,2회의 승패에는 이런 것들과 상관없는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먼저, <검사 프린세스>가 꼴찌를 한 이유는 스타파워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드라마 내용이나 주연의 연기와는 상관이 없다. 드라마 내용이 앞으로의 흥행에 영향을 미칠 순 있겠지만, 1~2회 경쟁에서 꼴찌한 건 스타파워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그다음 <개인의 취향>이 2등을 한 것은 장르 자체의 한계 상 필연적인 것이었다. <개인의 취향>은 트렌디 드라마다. 트렌디 드라마는 원래 시청률 20%만 넘겨도 성공이라고 할 정도로 시청률 경쟁에서 불리한 장르다. 왜냐하면 리모콘을 잡고 있는 주부들의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막장드라마나 질척질척한 통속극을 툭하면 국민드라마 시청률로 만들어주는 것이 주부들의 힘이다. 그것은 반대로 젊은 감각의 드라마가 시청률을 올리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바로 직전의 트렌디 드라마였던 <파스타>도 초반에 고전하다가 막판에 20%를 넘기며 대성공이란 평가를 받았다. <파스타>가 20%를 넘기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두 달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개인의 취향>은 스타파워 덕분에 <검사 프린세스>에는 앞섰으나, 장르의 특성 때문에 <신데렐라 언니>에게 밀렸다고 할 수 있다.

- 수목극 전쟁, 이미숙이 승리했다 -

그럼 <신데렐라 언니>가 1위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숙의 승리다. 문근영이나 서우의 이야기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신데렐라 언니> 1~2회는 이미숙의 이야기였다.

이미숙은 <에덴의 동쪽> 초반부에서도 발군의 장악력으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문근영의 드라마로만 믿어 의심치 않으며 시청을 시작했는데, 1회에서 화면을 장악한 건 이미숙이었다.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극 자체가 이미숙이 부각될 구도이기도 했다. 1~2회에서 이미숙은 ‘지긋지긋한 동거남에게서 탈출 - 새로운 남자를 유혹 - 마침내 결혼에 성공‘이라는 완결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다시 말해 <신데렐라 언니> 1~2회는 국민여동생의 변신이 곁들여진 중년 로맨스극이었던 셈이다. 이것으로 주부 시청자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었다. 통속극과 불륜 멜로극에 열광하는 주부 시청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TV를 켰더니 손예진이 푼수를 떨고 있다. 어쩌라고? 채널 돌아간다. 그랬더니 이번엔 김소연이 시트콤을 찍고 있다. 어쩌라고? 채널 돌아간다. 어? 이미숙이 김갑수와 야릇한 시선을 교환하고 있다. 게다가 귀여운 문근영이가 나오네? 이건 뭐지? 일단 보게 된다. 이래서 <신데렐라 언니>가 1등을 한 것이다.

구도도 구도지만, 이미숙이 워낙 잘했다. 특히 서우의 엄마 옷을 입고 김갑수를 계획적으로 유혹하는 대목에서는 ‘아 이래서 이미숙이구나’라는 찬탄이 절로 나왔다. 이미숙이 계속해서 자리를 지켜준다면 <신데렐라 언니>는 시청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못된 계모가 아이 구박하고 남편에게 여우짓하는 것은 주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코드이니까.

하지만 위험 요인도 있다. <신데렐라 언니>는 상대적으로 무겁고 우울하다. 미니시리즈 시청자들은 가볍거나 밝은 분위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질척질척한 주말드라마나 일일드라마와는 또 다른 것이다. 진지 우울 모드로 갔을 때 과연 시청자들이 받아줄 것인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개인의 취향>이 알콩달콩한 재미를 주거나, <검사 프린세스>가 <찬란한 유산>과 같은 공감을 준다면 수목드라마 전쟁 1~2회의 순위는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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