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방통위로부터 막말 권고를 받았다. 현실적인 제재 없는 말 그대로의 권고사항이라고 하지만 유난히 MBC 그것도 무한도전에 대한 방통위의 식지 않은 관심과 애정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방통위가 지적하고 나선 것이 대단히 하찮은 것들이라 기관으로서 권위를 스스로 실추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가 될 지경이다.

방통위의 엄숙한 시선에만 '야! 너 미친 놈 아니냐?' '다음 MT 때는 내가 똥을 싸겠다' 등의 저속한 표현이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받았다. 그런데 저런 정도의 대사는 일반 드라마에서 아주 빈번하게 대할 수 있는 가벼운 것들이다. 그것이 무한도전이기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방통위의 제재 이전에 무한도전은 스스로 쩌리짱, 뚱보 등의 케릭터 별명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미 무한도전 스스로도 어떤 위기의식을 느꼈던 것이라 보여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불이익이 없다는 권고를 굳이 아끼지 않은 방통위의 집요함을 접하면서 대중은 본능적으로 무한도전에 대한 흉칙한 미래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 이미 김제동과 손석희의 퇴출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방송의 퀄리티는 제작진과 시청자의 소통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무한도전이 정 가망 없는 막장으로 달린다면 시청자가 먼저 외면할 것이다. 지금까지 시청자보다 더 현명한 제작자는 없었다. 프로그램 제작자와 시청자의 밀고 당기는 관계에 방통위가 이런 식으로 끼어드는 것은 일종의 불륜행위이다.

물론 요즘 예능이 때로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요소들을 담고 있음은 일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넘치거나 혹은 부족한 부분은 시청자의 비판을 통해서 해결되고 있다. 설혹 그것이 법적 제재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그것이 민주적 해결방식이다. 게다가 무한도전은 지금까지 시청자의 의견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프로그램이다.

지난 연말 이후 대단히 시끄러웠던 각종 무한도전 논란 때마다 담당 김태호 피디는 변명보다는 솔직하고 겸손한 자세로 문제를 시인했고 더불어 웃음으로 승화시킨 사과도 잊지 않았다. 그런 무한도전의 전향적인 자세를 보면서 비판하던 사람들조차 앞장서서 무한도전을 찬양하게 고무시켰다.

무한도전의 이런 태도는 아직까지도 폐쇄적인 우리 사회의 소통방식에 대한 한편의 풍자도 담고 있었다. 금언으로만 여겨졌던 '비 온 뒤 땅 굳어진다'는 무한도전을 두고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무한도전은 오히려 실수를 통해서 성장했고 프로그램 밖에서조차 시청자를 감동시켰던 유일한 존재이다.

그런 이유로 해서 소통과는 담쌓은 정권에서 보기에 무한도전은 위험한 존재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혹시라도 무한도전을 폐지하려는 밑작업의 일환이라면 방송사 사장이 아니라 전 국민의 쪼인트를 까야 할 것이다. 아니 그런다 해도 물러설 국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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