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인터넷 음란물의 온상으로 지적받고 있는 텀블러(Tumblr)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협조 요청을 외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이 방통심의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텀블러 측에 '불법콘텐츠 대응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으나, 텀블러 측은 '미국회사'라는 이유로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부터 2017년 6월까지 방통심의위 시정요구. (자료=최명길 의원실 제공)

방통심의위의 불법·유해정보 통신심의 내역을 보면 삭제 또는 차단 등 시정요구를 내린 게시물 중 '성매매·음란' 정보가 가장 많다. 지난해 심의내역 전체 20만1791건 중 성매매·음란 정보는 8만1898건으로 40%를 넘는다. 올해 6월까지의 통계에서도 성매매·음란 정보는 전체 8만4872건 중 3만200건으로 가장 많았다.

시정요구를 받은 성매매·음란 정보 가운데 텀블러의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텀블러의 성매매·음란 정보는 9477건으로 SNS서비스 가운데 가장 많았던 트위터(1만165건)보다 적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트위터 성매매·음란 정보 건수가 6853건으로 줄었지만, 텀블러는 4만7480건으로 급증했다. 성매매·음란 정보의 58%에 달하는 수치다. 올해도 비중이 더 늘어 전체의 74% 가량을 텀블러의 성매매·음란 정보가 차지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인터넷 음란물이 텀블러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자,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8월 텀블러 측에 "최근에 성적으로 노골적인 많은 동영상이 텀블러에 업로드 되고 있어 텀블러는 한국에서 새로운 포르노 사이트로 오해받게 됐다"면서 "불법 콘텐츠에 대한 대응에 협력을 요청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텀블러 측은 "텀블러는 미국 법률에 의해 규제되는 미국 회사다. 텀블러는 대한민국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으며 관할권이나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요청을 거절했다.

또한 방통심의위가 몇몇 음란 콘텐츠의 인터넷주소를 적시해 한국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불법정보라며 한국에서 제거되거나 블록조치하도록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텀블러 측은 "신고된 콘텐츠를 검토했지만 우리 정책을 위반하지 않으므로 현재로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회신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율심의협력시스템 협조 요청에 대한 텀블러 측의 답변 메일. (자료=최명길 의원실 제공)

방통심의위는 지난 2012년부터 네이버,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스 등 포털사업자를 비롯한 국내 인터넷사업자들과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은 도박, 불법 마약, 아동포르노, 성매매·음란, 장기매매, 자살 등 명백한 불법정보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심의에 앞서 사업자에게 자율규제를 요청하면 사업자가 직접 정보를 삭제하거나 사용자의 계정을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불법정보 유통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율심의협력시스템 참여 사업자는 2015년 국내의 경우 웹하드, 커뮤니티사이트 등으로 확대됐고, 특히 해외사업자인 트위터와 구글, 페이스북까지 참여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하는 인터넷사업자는 모두 39곳으로, 해외사업자 중에서도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과 일본의 동영상 사이트 FC2도 추가로 참여했다. 트위터의 경우 2015년부터 전년도에 비해 시정요구 건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이 시스템에 참여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텀블러는 2013년부터 야후가 운영 중이다. 야후는 야후코리아가 2013년 사이트를 폐쇄한 후 2014년에는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방통심의위가 텀블러 본사 측에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해외사업자와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자율심의협력시스템 참여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이다.

최명길 의원은 "한국에서 불법 성매매·음란 정보의 온상으로 떠오른 텀블러가 방통심의위의 자율심의 협력 요청을 거절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텀블러는 한국에 지사는 없지만 2013년부터 한글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한국법과 실정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을 가지고 협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방통심의위 역시 메일을 보내는 수준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외교부나 방통위 등의 협조를 얻거나 미국에 직접 찾아가는 등 텀블러가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