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언론보도의 특성은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안 되고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가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자본주의 언론기업은 엽기적, 돌발적인 정보를 상품으로 가공해 시장에 내놓아 경제적 이익을 챙긴다. 이런 생리적 특징 때문에 최근 벌어지고 있는 북 미간 ’말 폭탄‘ 대치 국면에 대해 전 세계 주요 자본주의 언론은 앞장서 대서특필하고 있다.

‘완전히 파괴’ ‘자살 임무 수행’ ‘선제행동’ ‘예방조치’ 등등 최근 북미 두 나라 최고 지도자나 정부기관 등에서 주고받는 날선 공격과 비방 등은 금방이라고 큰 일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북미 두 나라가 벌이고 있는 말 전쟁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상대를 겁박하려는 공포탄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두 나라 정상 등이 쏟아놓는 메시지는 대중매체가 톱기사로 올리는 데 손색이 없을 만큼 자극적이다. 그 결과는 전쟁 공포의 확산이다.

지구촌의 정치집단이나 국가 등은 적대적인 상대방에 대한 메시지를 생산할 때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s) 차원의 정보와 실제 정책이나 전략 등에 대한 메시지를 뒤섞어 내놓는 경우가 흔하다. 심리전은 싸우지 않고 ‘세치 혀’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그 내용이 진실이건 허위이건 가리지 않는다. 이래서 심리전 정보를 언론이 액면 그대로 보도할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정보화시대, SNS 시대가 되면서 전 세계 정치집단은 대중매체를 심리전의 확산 매체로 이용하는 정도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관련 전문가가 아니면 정치적 메시지의 진위나 심리전 또는 선전, 홍보 메시지간의 구분이 쉽지 않은 시대다. 이 부분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는 제 4부 대중매체의 고충이 크지만 이는 언론 스스로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대중매체는 환경감시를 통해 진실과 허위를 가려내 보도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의무이자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대중매체가 제 4부의 위상이라면 객관적이고 진실 된 정보를 잘 골라 요리해서 전달해주기는 원하고 있다. 그것은 매우 정당한 요구다. 그러나 21세기 대중매체는 그런 책무를 제대로 이행치 못하고 있다. 언론자유를 제법 누리는 서방언론의 경우도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언론은 특히 국보법의 지배를 받고 있는 등의 이유로 심각하고 남북관계에서 자기검열을 하거나 국정원 등이 제공하는 보도 자료를 베껴 쓰는 관행이 굳어져 있다.

보도경쟁을 벌이는 자본주의 언론의 특성상 대중매체는 쏟아지는 각종 정보 가운데 일상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정보부터 맨 먼저, 크게 보도하는 작업을 흔히 벌인다. 돌발적이고 상식에서 어긋나는 것일수록 그것은 비중 있게 보도된다. 북미 대립 과정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관련 정보 가운데 어느 것이 심리전 정보이고 어느 것이 정책이나 전략전술인지가 분명치 않은 경우가 많다. 한국의 경우 정보기관은 대북 심리전도 벌이지만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벌이는 불법을 자행하기도 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정보기관의 자국민 상대 심리전은 법으로 엄격하게 금하고 있는데 한국도 이를 법제화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대중매체가 동종 또는 이종매체와의 무한경쟁을 벌이면서 보도활동을 할 경우 가짜뉴스에 놀아나거나 정부의 심리전 정보 등을 사실보도 형식으로 할 경우 사회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북미간의 대치 국면 속의 언론보도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곧 터질 것 같은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측면이 있다. 여기서 대중매체의 사회적 책무, 즉 국민의 알 권리를 정확하고 진실된 정보로 충족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이 부각된다.

예를 들면 북미간의 대치의 국제법적 의미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가능성 등에 대한 면밀한 취재와 확인 등을 통해 정확한 분석과 전망 등의 기사를 국민에게 전달해야 한다. ‘말 폭탄’을 언론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가공하는 작업을 반드시 벌여야 하는 것이다. 언론의 이런 사회적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최근 한반도 관련 기사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우선 보도 용어의 문제다. 오늘날 군사관련 보도용어는 대부분 군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그대로 옮겨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전략 무기’는 ‘전략 자산’으로 기사화되고, ‘군사훈련’은 ‘군사연습’으로 보도된다. 군은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물자를 소비하고 파괴하는 일만 하는 조직이 아니라 뭔가 경제적, 긍정적 활동을 하는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용어들이다. 군이 원하는 식의 군 이미지를 대중매체가 만들어주는데 크게 기여하는 꼴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과 관련해서는 일거수일투족이 ‘도발’로 규정된다. 유엔안보리의 결정에 따라 그렇게 된 것이라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북미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로 인한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북한이 괌 주변에 미사일을 쏘겠다는 발표를 했을 때 이는 중대한 도발로 표현되면서 곧 전쟁이 날 것 같은 보도들이 줄을 이었다. 대중매체가 북한의 괌 주변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표기하고 그것이 마치 미국에 대한 북한의 공격인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유엔 결의에 위배되는 것이지만 북이 당시 제시한 괌 주변 탄착점은 공해라서 국제법상 미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으로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북한이 괌 주변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유엔 결의에 의하면 ‘도발’이지만 그것을 요격하는 것은 국제법상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이라는 점에서 고민하고 있으며 무력시위도 이런 점을 감안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면 미 국방부는 23일 전략폭격기 B-1B 랜서 여러 대와 F-15C 이글 전투기 등을 북한 동해 휴전선 최북단 국제공역을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비행했다고 밝혔지만 이런 군사 행동 역시 북한 영역이 아닌 공해상이었다. 북에 대한 선제공격식의 무력행사는 아닌 것이다.

북한이 태평양상에 수소폭탄을 실험하겠다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핵실험은 유엔에 의해 결의 위반으로 되어 있어 불법이다. 하지만 북한이 수소탄을 미사일로 태평양상으로 발사했을 때 이를 중간에서 요격하는 것은 또 다른 국제법상 문제를 야기한다. 이 때문에 미 국무장관이 북한이 태평양상에서 수소탄 실험을 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외교적 해법이 우선이고 군사적 해법도 포함된다’고 말한 것이다. 얼마 전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 540km위로 발사되어 일본 정부가 발끈했는데 이 경우도 영공은 100km 이내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요격이 국제법에 저촉된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유엔 결의에 의해 ‘도발’로 규정된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그것은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중간에 요격하는 등 대북 군사행동을 하겠다는 정보를 쏟아냈다. ‘미국이 법’이라는 식의 제국주의적인 일방적 태도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기도 하지만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번 사태 관련 정보에서 어디까지가 심리전 정보이고 사실 정보인지에 대해 언론이 분별력 있게 보도하는 것이 그 소임을 다하는 태도라 하겠다. 국내 일부 언론의 경우 전쟁 임박과 같은 위기를 강조하는 전문가 논평이나 보도가 주를 이루는데 이로 인한 부작용은 깊이 살펴볼 일이다.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지목되어 사장, 이사진 퇴진 주장이 거센 KBS, MBC와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의 북핵 관련 보도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주로 보수, 수구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 언론은 파업 중인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부당한 인사정책으로 인한 공정보도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새 정부의 자주적이고 상황주도적인 대북 정책의 제안 필요성 등에는 담을 쌓은 채 미국의 모든 정책은 타당하다는 식의 보도, 논평만을 제시하고 있다.

북미간 대치 상황에서 주목할 것은 북한의 ‘도발’예고는 자세히 살필 경우 국제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내의 것이라는 점이 발견된다. 중국의 표현대로 북한의 군사력은 미국의 군사력에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에 대해 선제공격과 같은 군사행동은 불가하다는 현실적 측면이 고려된 것이다. 그러니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이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보다 수백 내지 수천 배의 핵 공격력을 지닌 미국이 한반도에서 어떤 일을 주도하느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미국인의 82%는 미국이 먼저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할 경우 동아시아에서 더 큰 전쟁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면서 미국의 선제타격에 반대하는 것으로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가 지난 18∼21일 미국 성인 1천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밝혀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날선 군사적 조치 발언은 향후 그 기세가 수그러들 전망이다.

어떤 경우든 한반도에서 전쟁과 같은 비극이 발생할 경우 남북한은 물론 중국, 일본 등도 그 직접적인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발적인 경우가 아니면 맨 정신으로 한반도에서 전쟁과 같은 행위를 하기 어려운 지역이 바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다. 특히 전쟁은 상대를 타격해서 엄청난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공멸의 가능성이 뻔 하거나 손해가 극심할 것이 확실한 경우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이 전쟁의 역사다.

만에 하나 우발적인 충돌로 전쟁이 난다면 한민족은 남북 가릴 것 없이 민족 공멸의 가능성에 직면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된다. 국내 언론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공언하는 것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도하는 일을 반복할 뿐이고 미국에 ‘그것은 절대 안된다’는 기사, 논평을 정색을 하고 내보내는 일이 거의 없다. 북한은 절대 악으로, 그리고 미국은 절대 선이라는 고정관념이 깊게 뿌리내린 한심한 모습이다. 국가보안법에 순치된 탓이라 해도 이를 외국에서 어떻게 볼까를 생각하면 국치스럽다.

언론은 어느 경우든지 흥분하면 안 된다. 냉정한, 전문적 구경꾼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대중매체는 항상 차갑게 상황을 감시 비판하면서 분석하고 대안 등을 제시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책임감, 사명감이 없는 언론은 제4부로서 존재할 이유나 가치가 없다. 북한 핵과 미사일로 빚어지는 사태에 대한 보도에서 대중매체는 심리전과 실제 정보를 분간하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공권력의 나팔수처럼 정치권력이 생산하는 정보를 정밀하게 가공하지 않은 채 현장 중계식으로 하는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명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블랙리스트 등으로 망가진 공영방송을 정상화시키는 작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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