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페럴림픽 개·폐회식을 포함한 경기 티켓이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입장권은 총 118만장이 발행되는데 개·폐회식 입장권은 22만∼150만원이다. 경기 입장권 가격은 최저 2만원에서 최고 90만원(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 A등급)이다. 인기 종목인 쇼트트랙, 피겨 스케이팅, 스피드 스케이팅은 15만원부터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티켓의 비율은 70%.

지난 20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동계올림픽 종목별 입장권 총 판매량이 약 27만 매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입장권 판매 목표량인 107만 매의 25%에 불과한 수치.

판매된 티켓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만여 표가 해외에서 판매된 것으로 나타나 국내 판매량은 10만 표도 채 되지 않는 실정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종목 간 편차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메달 획득이 유망한 인기 종목이랄 수 있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 티켓 가격이 지난 대회에 비해 2배 이상 비싸졌음에도 불구하고 2만5천여 장이 팔려 목표치의 62%를 넘긴 반면,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등 유럽과는 달리 우리에게 생소한 종목의 티켓은 약 11% 판매로 최하위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연아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가 지난 2월 9일 강원도 강릉 하키센터에서 입장권 예매 시연을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동계올림픽인 패럴림픽의 상황은 더욱 더 심각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이후인 내년 3월 개막하는 평창 패럴림픽의 티켓은 지난 12일까지 개·폐회식 포함 단 361매에 그치고 있다. 판매 목표치 22만 매의 0.1%밖에 되지 않는 수치.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 때 21만 장, 2014년 소치 대회에서 20만 장이 판매됐던 것과는 비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북한 핵 위협 때문에 외국에서의 판매 부진을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토머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지난 13일 IOC 총회 개막에 앞서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안보 문제가 제기되자 "다른 계획(플랜B)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지금 다른 시나리오를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이는 평화와 외교를 향한 우리의 신념에도 어긋난다"고 평창 이외의 다른 대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고, 이후 거듭 한반도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스포츠계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로라 프레셀 프랑스 스포츠 장관은 최근 라디오 방송 'RTL'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상황이 악화한 만큼 우리의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한 프랑스 팀은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팀을 위험에 빠트릴 순 없다"고 밝혀 프랑스 선수들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평창 동계올림픽에 불참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물론 그는 이어서 "아직 불참을 고려할 만한 시점에 이른 것은 아니다. 지난 4년 넘게 훈련해온 프랑스 대표팀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정리를 했지만,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 프랑스의 스포츠 장관에 외국의 정치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불참을 입에 올린 것만으로도 그 파장은 결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연히 평창 동계올림픽 관람을 위해 한국을 찾으려 계획하고 있는 외국 사람들에게도 이와 같은 상황은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평창 동계올림픽 티켓 구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은 당연하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AFP=연합뉴스]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우려와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티켓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역시 국민들의 관심 부족이다.

과연 그럴까?

기자가 만나본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야기만 나오면 ‘이제 좀 지겹다’는 반응을 보인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한 번쯤 경기도 관람하고 싶지만 결코 대회 개최일을 손꼽아 기다릴 만큼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대회 개막이 임박해 오고 대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경기장을 찾는 우리 국민들은 상당한 수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티켓은 역대 최저 판매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은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는 역량이 안 되는 국가다. 경제력으로가 아닌 스포츠 자체적인 의미가 그렇다는 말이다. ‘삼수’ 끝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했지만 유치 활동을 제외하고 동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한 단체나 강원도나 정부나 국내 동계스포츠 저변을 넓히기 위해 추진한 일은 ‘제로(0)’에 가깝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있어 평창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눈과 얼음을 경험할 수 없는 외국의 청소년들을 초청해 다양한 동계 스포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정작 국내에서 생소한 동계스포츠 종목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높이기 위해 크고 작은 국제대회를 연다거나 하는 노력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훌륭한 경장을 건립했지만 올림픽 1년 전에 치르는 테스트 이벤트를 치르기에 급급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연합뉴스

체육계가 아이스하키나 스키 크로스컨트리, 봅슬레이, 컬링, 스켈레톤 같은 종목은 유망주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필요할 경우 외국인이나 외국 교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기량을 향상시키고, 평창에서의 메달획득 가능성을 높인 것은 잘한 일이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에서 이들을 응원할 만큼 경기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해당 스포츠의 매력을 즐길 줄 아는 팬들을 키우지는 못했다. 동계 스포츠 경기의 묘미는커녕 기본적인 룰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티켓부터 사고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굳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해온 사람들이 뼈아프게 여겨야 할 부분이다.

그런 점에 비춰보면 현재 국내에서 팔려나갔다는 10만 여장의 티켓도 엄청나게 많이 팔렸다고 봐야 한다. 모르긴 몰라도 기업체나 공공기관에서 사실상의 강매를 당한 티켓도 상당할 것이다.

이와 같은 추측대로라면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 가운데 어떤 경기는 기록상 분명 티켓이 매진됐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관중석은 텅텅 비어있고, 경기장 밖에는 암표상과 티켓을 구하지 못한 진짜 팬들이 암표 값을 흥정하는 장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티켓 판매 부진을 타개할 대안은 있냐고?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렇다 할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대회 성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대회 분위기를 띄우고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각종 이벤트가 넘쳐날 테지만,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일 듯하다. 현재로서는 최대한 미디어의 힘을 빌려 동계 올림픽 종목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방법 정도가 다일 것이다.

이미 천문학적인 적자와 ‘돈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경기장들이 남게 될 것으로 예정된 평창 동계올림픽. 지금은 티켓을 더 팔 궁리보다는 차라리 북한을 포함한 최대한 많은 국가들의 참가를 유도하고, 완벽한 대회 운영을 위한 준비에 더 힘을 쏟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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