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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박', DMZ 국제다큐영화제에서 다시 본 홈에버 여성 노동자 투쟁기[블로그와]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너돌양 | 승인 2017.09.23 13:42

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다큐초이스’ 부문에 상영한 김미례 감독의 <외박>(2009)은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지속된 홈에버 여성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2009년 공개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국내 유수 영화제 및 야마카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상영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영화를 8년 만에, 투쟁 이후 딱 10년 만에 극장에서 본 소감은 그야말로 묘했다. <외박>에서 다뤄진 홈에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10년 전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는 일로 다가오는 탓이다.

영화 <외박> 포스터

2007년 당시, 수백 명이 넘는 홈에버 여성 노동자들은 왜 파업을 했을까. 그녀들이 상암 월드컵 홈에버 매장 계산대를 점거한 2007년 6월 30일은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시행되기 하루 전날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만든 법이라고 하나, 이 법안을 회피하기 위한 사측의 꼼수에 분노한 여성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일하던 일터를 점령했고 기약 없는 투쟁을 이어간다. 

홈에버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해준 것은 2014년 개봉한 부지영 감독의 <카트>였다. 홈에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모티브를 얻은 <카트>는 비정규직 마트 노동자들의 현실을 리얼하게 담아내며 당시 홈에버 투쟁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이명박근혜 집권 이후 더욱 악화된 노동조건을 꼬집었다. 

<카트>보다 훨씬 이전에, 실제 홈에버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을 생생히 담아낸 <외박>은 당시 파업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들의 설렘과 용기 좌절과 극복이 고스란히 담긴다. 총 510일간의 긴 파업이 이어지는 동안 상당수는 생계, 집안일 등을 이유로 일터에 복귀하기도 했고, 외적인 이유로 투쟁 전선이 흔들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홈에버 여성 노동자들은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측을 상대로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나간 여성 노동자들은 비록 파업 참여자 전원 복귀는 이루지 못했지만, 복직을 포기한 노조 간부들의 결단으로 대다수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홈에버 파업 투쟁 이전에도, 노동조건 개선과 해고자 복직 등을 이유로 진행된 파업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홈에버 파업은 그 투쟁의 주체가 여성 노동자들이었고, 기존 남성중심 투쟁문화에서 벗어난 그녀들의 투쟁은 ‘아줌마’로 통용되었던 여성 노동자들의 위치를 제고하는 데 기여하였다. <외박>은 여성감독(김미례)의 시선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연대를 바라보고, 투쟁을 통해 스스로를 여성 노동자로 정체화하는 과정을 담아낸 점에 있어서 여성주의(페미니즘) 다큐로 평가할 수도 있다.

영화 <외박> 스틸컷

하지만 <외박>을 온전히 여성주의 영화로 바라볼 수 있는가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독립영화제 40주년 기념책자 <21세기의 독립영화>에 ‘공/사의 관계를 해체하기: 한국 여성 다큐멘터리와 ‘개인적인 것’이라는 글을 기고한 영화평론가 황미요조는 <외박>을 두고, 홈에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정치적’ 투쟁은 모두 젠더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민주노총 간부들에게조차 ‘아줌마’라고 불릴 정도로 차별받고 있지만, 다층적인 젠더적 모순을 형상화할 (영화)언어를 찾지 못하고 기존의 남성중심 투쟁 서사에 기댄 다큐로 분류한다. 

실제 <외박>에 등장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마트일과 가사를 병행했고, 마트 점거투쟁 덕분에 잠시나마 집안일에서 해방된 즐거움을 만끽하던 여성 노동자들은 이내 자신들의 부재로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집안을 걱정한다. 파업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다짐 외에, 파업 때문에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가족들의 안위가 눈에 밟힌다. 장기간 파업에 돌입하는 남성 노동자들 또한 오매불망 가족 걱정을 하지만, (홈에버의) 여성노동자들처럼 가사를 내팽개쳤다는 죄책감에 시달리진 않는다. 

영화 <외박> 스틸컷

여기서, 여성노동자로서 정체성을 인정받고자 했던 홈에버 파업 투쟁의 의의가 드러난다. 홈에버 파업 투쟁 이전만 해도, 마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애들 학원비, 반찬값을 벌기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아줌마’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영화 <카트>에서 싱글맘으로 혼자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혜미(문정희 분)처럼 생계 전선에 뛰어든 여성 마트 노동자도 많고, 그런 걸 떠나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및 노동 분위기 또한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대상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2017년을 살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의 삶은 그때보다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10년 전에 있었던 홈에버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그 이후에도 이어진 수많은 고용안정 투쟁을 기억했으면 한다. 8년 만에 영화제를 통해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난 <외박>은 2017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할 우리에게 수많은 물음과 답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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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돌양  knud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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