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 총파업이 18일째 진행되는 가운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이 'MBC 현안보고'를 정기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고 MBC경영진에 대책 보고를 요구했지만 경영진은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장겸 MBC사장의 이사회 출석은 지난 이사회에서 구 여권추천 이사들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1일 방문진은 정기이사회에서 MBC경영진에 MBC현안과 파업대책 보고를 요구했으나 백종문 부사장을 비롯해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이은우 경영본부장 등 경영진은 현안 보고만을 하는 데 그쳤다. 이사들의 파업대책 관련 질문에 경영진은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현안보고를 마친 백종문 MBC부사장은 김광동 이사의 "파업이 진행중인데 물밑에서라도 노사협의가 진행되고 있나?"라는 질문에 "전혀 안 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파업이 길어지는데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김 이사의 질문에 "노조에 공문을 보내고는 있지만 (파업이) 사회이슈화 되어 쓸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열리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MBC노조원들이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작성자 색출과 진상규명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됐나?"라는 최강욱 이사의 질문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으나 파업에 돌입하는 바람에 인력이 없어서 못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최 이사는 "그러니까 회사에 대한 불신이 쌓인다. 해고는 빨리 해치우더니 왜 이번에는 늑장을 피우나"라며 "국정원 언론장악 문건까지 터지는데 대책없이 성명만 내느냐"고 질책했다. 이어 "지금 경영진은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결단을 내려서 나가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사실상 퇴진을 촉구했다.

이완기 이사 또한 "아무 대책도 없이 뭘 보고하겠다는건가"라며 경영진을 비판했다. 이완기 이사는 단협을 추진중이라는 경영진의 답변에 "소수이사가 노사관계를 완만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해왔음에도 그렇게 안 하더니 이제와서 무슨 단협을 하려 하냐"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노조뿐 아니라 다수의 시민도 파업에 동조하고 있다"면서 "사측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정기이사회에서는 파업 현황뿐만 아니라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고있는 MBC경영평가보고서, 국정감사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계획 보고 등의 안건이 상정됐다.

2016년 MBC경영평가보고서는 지난 6월 완성됐지만 구 여권추천 이사들은 보고서 내용 중 '보도/시사' 부분을 문제삼으며 채택을 미루고 있다. 2016년 MBC의 '보도/시사'를 담당한 보도본부장은 김장겸 현 MBC사장으로 '이사회의 김장겸 사장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영평가보고서 채택은 방문진 이사회의 중요한 직무 중 하나다. 이날 이사회에서도 구 여권추천이사들은 직무유기를 면하기 위해 '폐기'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보고서를 수정하겠다고 해 사실상 채택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문진ⓒ미디어스

MBC출신인 유기철 이사는 "(고영주)이사장님이 폐기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보도/시사'부분 보고서를 작성한)김세은 교수가 다시 고칠 생각이 없다. 다시 만들자는 건 다 말장난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이사는 "(방문진은)10년이 넘는 기간동안 교수에게 위임한 경영평가보고서를 수정한 적이 없다"며 "80년대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최강욱 이사는 "최소한 (폐기)명분이 있으려면 형식적인 적합성이라도 갖춰야지 마음에 안든다고 하는 것이 본회의에서 얘기할 사안인가"라며 "(보고서 수정은)저작권법 위법은 물론이고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사고"라고 밝혔다.

이날 정기이사회는 2016년 국정감사 지적사항 중 노사관계 문제에 대해 방문진의 역할수행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파행을 빚었다. 소수이사들은 "다수이사들이 노사협의를 깔아뭉갰다"고 지적했지만 구 여권추천 이사들은 "완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하라고 (사측에) 권고했다"며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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