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북한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

상당히 자극적인 이 문장은 시사저널의 기사 제목이다. 또한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인 외국인의 표현을 빌린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옆집의 흉악범과 함께 사는 데 익숙해진 형국”이라는 그의 코멘트도 함께 실었다. 또한 얼마 전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영토를 통과했을 때의 떠들썩했던 일본 반응도 담았다.

꽤나 긴 내용의 글을 요약하면 우리의 ‘안보불감증’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제목으로 ‘차라리 오버하는 일본이 낫다’고도 했다.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호응을 얻기는 힘든 글이다. 아니나 다를까. 8800여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관심이 쏠렸는데, 베스트 댓글은 “워낙 북풍에 많이 속아서”였다. 그 외에도 기사 내용에 냉소하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워낙 북풍에 많이 속아서’

일본이 오버하는 이유가 마지노선을 지켜야 했던 아베정권의 속사정과는 무관하게 진정 안보에 충실해서였는지에 대한 의문은 따로 남겨두더라도, 한국이 안보에 위기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닌 게 아니라 경계해야 할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그러나 도대체 왜 한국 국민들이 이처럼 안보 불감증에 빠졌는지에 대한 진단은 아니어도 최소한의 언급은 필요했다. 그러니까 이 기사의 댓글은 기사에 빠진 핵심 키워드를 보충해준 셈이 되는 것이다. 집단지성의 작동이지만 사실 북풍공작은 이제 지성까지도 필요치 않은 상식에 속한다는 것을 기자도 모르는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이 북한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된 것은 그만큼 북풍공작, 공포공작이 심했음을 의미한다. 그것을 국민들만 아는 것이 아니라 보수야당들도 잘 아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서 인사청문회는 물론 원내대표의 입을 통해서 동성애 옹호론자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분이 대법원장이 된다고 한다면 저는 대법원과 헌재가 동성혼과 동성애를 찬성하는 분들 법관으로 앉혀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법적 또는 종교적 가치관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고 논란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대선토론 때 안보 주제로 공격이 안 되자 군대 내 동성애라는 이슈를 동원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 더 이상 색깔론은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 인식 속에 새로이 종교 프레임을 들고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문제는 북풍 대신 종풍을 꺼내들었지만 사실상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가짜뉴스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결국 20일 김명수 후보자는 조병구 대법원 공보관을 통해 “동성애를 지지 또는 옹호한다는 허위의 사실을 이유로 후보자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이뤄지고, 그런 허위 내용이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대량으로 유포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자유한국당 비방을 차단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이 김명수 후보자를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치 않다. 순탄치 못했던 문재인 정부의 인사였지만 김명수 후보자는 어떤 흠결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론으로까지 부결을 정해놓았다. 김 후보자가 동성애를 찬성한다는 없는 사실까지 꾸며서 종풍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다. 언론들 역시도 자유한국당이 김 후보자가 동성애를 찬성한다고 주장하는 입장만 전할 뿐 그것이 옳고 그름에 대한 언급은 애써 피하는 모습이다. 대신 부결이냐 통과냐에 초점을 맞춘 경마중계식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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