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투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다. 지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부결의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국민의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김명수 후보자 임명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시 문재인 정부 인사 임명 여부가 국민의당의 손에 쥐어졌다.

▲18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정치권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얼싸안고 '승리'의 기쁨을 나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대 국회에선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가진 당"이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이수 후보자 부결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국민의당을 '땡깡 부리는 집단'이라고 표현해 국회에 한바탕 찬바람이 불어닥치기도 했다. 특히 추 대표의 발언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을 자극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추 대표의 사과가 없다면 국회 일정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18일 결국 추미애 대표는 "제 발언으로 마음 상한 분이 계시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땡깡' 발언을 사과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추 대표의 유감 표명은 국민의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발언에 대한 사과 수준으로는 대단히 미흡하다"면서도 국회 일정에 복귀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도 UN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에는 추미애 대표가 안철수 대표에게 21일 오전에 만나자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여전히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추미애 대표의 회동 제안을 안철수 대표가 거절했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당 관계자는 "21일 오전에 당 의원총회가 있고, 곧바로 안 대표의 충북 일정이 이어진다"면서 "안 대표는 추 대표를 만날 생각도, 시간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오른쪽)와 김동철 원내대표. (연합뉴스)

게다가 여당인 민주당은 찬성, 보수야당은 반대로 당론 투표가 예정돼있지만, 국민의당은 여전히 자유투표를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20일 양순필 수석부대변인 논평에서 "국회법 112조는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자유투표를 보장한 임명동의안 표결을 정당이 당론으로 결정해 소속 의원들에게 찬반을 강요하는 악습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관계자도 "국민의당 개별 의원들의 판단에 맡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지난 김이수 후보자 표결 당시에도 국민의당의 자유투표의 결과가 '부결'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가 나왔는데, 계산상 적어도 24명의 국민의당 의원이 임명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당 내부가 안철수계와 호남으로 세력이 갈라져있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추미애 대표의 사과를 받아들인 김동철 원내대표는 호남 중진이지만, 현재 국민의당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인물들은 대부분 안철수계다. 즉 자유투표가 진행될 경우 국민의당 표가 '안철수 표'와 '호남 표'로 쪼개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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