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적폐청산 구도에서 당선됐다고 해 과거 일만 집착하면 안 된다. 정부가 국가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고, 그 시각 내에서도 미래에 대한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안철수 대표가 적폐청산에 대한 근본적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토론 과정에서 본인이 직접 말한 ‘MB 아바타’라는 프레임이 여전히 건재함에도 불구하고 적폐청산에 국가주의라는 색깔을 입히려 한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에 앞서 안철수 대표의 말은 곧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심각하게 듣는 것이 함정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MBN 뉴스 갈무리

안철수 대표는 얼마 전 호남홀대론, 영남홀대론을 주장하더니 불과 며칠 후 대전에 가서는 부정했다. 19일 자 뉴시스 보도에 의하면 안철수 대표는 대전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가 제 입으로 지역 홀대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해당 지역에 가서 정부가 잘못 가고 있고 대선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안 대표의 홀대론은 티비에도 자막과 함께 소개되었다. 21세기는 기록의 시대다. 굳이 개인적인 저장장치를 쓰지 않더라도 인터넷 클라우드나 각종 커뮤니티에 소위 ‘박제’된 정치인들의 발언과 행적의 기록들이 엄청나다. 당장 안철수 대표의 지역 홀대론 발언 부인만 해도 1분이면 거짓말임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 홀대론을 말한 적 없다는 말조차 호남 홀대론, 영남 홀대론에 이은 충청 홀대론으로 이해됐다는 점이다.

어쨌든 말의 진의를 알기 힘든 안철수 대표의 적폐청산 비판은 용감하거나 혹은 무모한 것이다. 물론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발언의 기회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 대표의 말에 동의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곧바로 구속되어 재판을 치르는 와중에서 과연 적폐청산에 ‘집착’이라는 단어를 쓸 수는 없다. 그런 안 대표에게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없다. 한국 현대사가 질곡에 빠지게 된 것은 반민특위의 실패에서 중요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충남 천안시 중앙시장 사무실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대 대통령선거는 때가 되면 오는 그런 선거가 아니라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정신을 수행하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 문재인은 대통령은 그 시대정신을 대선 공약으로 선택했고, 현재 그 공약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리고 불과 4개월 지났을 뿐이고, 적폐청산은 아직 시작도 못한 상태라고 봐야 한다. 시작도 전에 ‘집착’이라는 말로 딴죽을 거는 정도라면 정작 본격적으로 적폐청산에 나서면 그때 가서는 어떤 말을 할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야당 정치인으로서 정부에 대한 비판은 본능이자 숙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선 낙선 후 거의 숨도 쉬지 않고 재수를 공언한 입장이니 어떻게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자 할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할지라도 적폐청산을 걸고넘어진 것은 너무도 과하고 성급한 행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하필 MB 정부 시절의 국정원의 문제가 정치권을 넘어 연예계까지 확대되는 시점이라는 타이밍도 좋지 못하다. 지난 대선 토론의 하이라이트가 된 안철수 당시 후보의 “내가 MB 아바타입니까?”하는 말의 배경을 다시금 생각케 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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