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방송개입이 민영방송 SBS에까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의사결정 총책임자인 박정훈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윤창현 SBS본부장은 “(박정훈 사장이)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데 알고도 묵인했다면 정치권력의 부적절한 행위에 부역한 것이고, 모르고 있었다면 그 자체로 무능력한 것”이라며 “어떤 경우이든 책임에서 조금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20일 cpbc라디오<열린세상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전화연결에서 “의사결정에서 책임져야 할 경영진의 입장에서 전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블랙리스트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박정훈 SBS사장의 주장에 반박했다. 윤 본부장은 “일례로 2015년 ‘그것이 알고싶다’ 1001회 특집 방송에서 조석래 효성회장 관련부분이 방송 예정이었는데 ‘그 부분을 빼라’는 압력이 제작진에 전달됐고 실제 그 부분이 삭제됐다”며 “당시 박정훈 사장이 제작의 총책임자인 제작본부장이었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과거 정권 연예인 퇴출 요구도 단호하게 거부했고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직을 각오하고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정훈 SBS 대표이사 (사진=SBS)

윤창현 본부장은 배우 권해효씨, 김규리 씨 외에도 배우 문성근씨, 방송인 김제동씨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2009년 이후 다큐 나레이션에서도 ‘문성근을 완전히 빼라’는 지시가 있었고 당시 모PD가 나레이터를 교체할 수 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며 “김제동씨의 경우 ‘그것이 알고 싶다’ 20주년 특집방송 진행자로 섭외까지 마쳤으나 역시 윗선에서 빼라는 압력이 있어 교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밝혔다.

윤창현 본부장은 국정원의 SBS 블랙리스트 개입과 보도지침 사태에 대해 자체조사를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SBS본부는 한 달 전 방송사유화에 관한 진상조사특별위원회(사추위)를 출범시켜 노보를 통해 조사결과를 보도하고 있다. 윤 본부장은 “대주주의 부적절한 방송 사유화 사례들을 자체조사 진행하고 있고, 블랙리스트 관련 부분도 추가적으로 연루된 사람은 없는지 지속적으로 특위 차원에서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에서 이런 문제들에 관한 백서를 남겨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민영방송인 SBS도 역시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공공재”라며 “공영방송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공적 책무를 지고 있는데, 무거운 책임을 쥐고 있는 지상파 방송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MBC, KBS가 파업을 하고 있지만 SBS내부에서도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며 “방송을 방송답게 언론은 언론답게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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