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난 13일 기자는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의 2심 선고 공판을 취재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지만, 법정에 들어갈 수 없었다. '기자단'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IDS홀딩스 사건은 1조 원대 금융 사기로 '제2의 조희팔'로 불리는 사건이다. 기자는 해당 사건을 지난해 2월부터 1년 8개월 동안 취재해왔다. JTBC, 비즈한국, 에너지경제 등 일부 매체들이 해당 사건에 관심을 갖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매체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IDS홀딩스 고발 기사를 삭제한 매체도 있었다.

이날 IDS홀딩스 선고 공판 법정으로 들어서려는 기자를 한 법원 직원이 막아섰다. 법원이 IDS홀딩스 선고 공판에 대해 방청 금지를 내렸다. 그럴만도 했다. IDS홀딩스 사건은 피해자가 1만2000여명에 달하는 데다 공판 때마다 법원에서 피해자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는 등 소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기자는 법원 직원에게 신분증을 보여주고 "취재하러 왔는데, 들여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법원 직원은 '기자단'이 아니면 법정에 들어갈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직원은 "이미 기자단에서 들어갈 기자들을 모두 정해놨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는 설명을 내놨다. 결국 법정에 들어갈 수 없었다. 말로만 듣던 '기자단 카르텔'을 직접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언론의 자유는 '특정언론의 자유'로 변질돼 있었다.

▲서울 서초구 법원 청사. (연합뉴스)

법조 기자단에는 중앙지검, 대검찰청, 법원 기자단 등이 존재한다. 기자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특정한 조건을 갖추고 기자단 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한다. 중앙지검 기자단을 예로 들면 기자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격'을 갖춰야 한다. 최소한 6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3명 이상의 법조팀을 운영해야 하고, 법조팀은 검찰, 법원 관련 기사 외에는 다른 기사를 작성하면 안 된다.

자격을 갖추면 다음 조건으로 기자단 '투표'가 진행된다. 기자단 재적인원 2/3 이상이 출석해서 과반수 이상 찬성을 받아야 기자단에 가입할 수 있다. 투표는 자유투표로 진행된다. 애초에 중소매체가 기자단이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투표의 기준도 애매모호하다. 기존의 기자단 기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이유를 전혀 알 수가 없다.

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한 매체의 기자들은 취재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한 예로 공보라인을 통해 자료를 받으려 해도 받을 수가 없다고 한다. 이유는 '기자단의 반발' 때문이라고 한다. 비기자단 매체에서 법조 출입 기자 A씨는 "법조 기자단은 다른 매체의 취재를 막고 자신들의 편의를 늘려간다"면서 "법조에 관해서는 자신들 외에는 아무도 취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A기자는 "보도자료를 받아서 기사를 쓰면 기자단에서 공보실을 찾아가서 왜 출입기자도 아닌데 자료를 줬냐고 따진다고 한다"고 밝혔다.

A기자는 기자단 가입 조건에 대해서도 "조건을 맞춘다고 해서 기자단에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투표를 하기 위한 자격이고, 투표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왜 떨어지는지, 반대표를 던지는 이유가 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하는 사람들도 이유가 있을 건데 그런 것도 알려주지 않는다"면서 "법조팀을 만든다고 회사에서 3~4명 쓰는 게 쉬운 일도 아닌데 왜 떨어지는지 이유는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A기자는 "검찰이나 법원도 문제"라면서 "최근에 국정원 문건, 공수처 설립 등 큼직한 이슈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브리핑은 또 비기자단은 들어갈 수 없는 대검 기자실에서 한다"고 말했다. A기자는 "이런 것 또한 검찰, 법원의 전통이 아니고 기자단이 그 환경을 만든 거라고 본다"면서 "기자단 말고는 어떠한 매체도 브리핑을 들을 수 없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역시 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한 상태로 법조 분야를 취재하고 있는 B기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고 공판에서 기자석이 40석 나왔다"면서 "총 좌석이 200여 석이었는데, 관계자들이 채우고 일반 방청으로 풀린 좌석이 30석이었다"고 전했다. B기자는 "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한 기자들은 일반 방청 신청을 해야 했다"면서 "추첨 번호가 거의 500번까지 갔고, 결국 재판에 들어가지 못한 기자들이 상당수 있었고, 나도 재판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숨지었다.

B기자는 "법조 기자단 중 법원 기자단에게는 당일 나온 판결문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면서 "비기자단은 일일이 신청을 해야 볼 수 있는데, 그마저도 못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B기자는 "정보나 취재 편의 제공에서 차이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자단이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만들어서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서 "기존의 기자단에 가입한 사람들은 혜택을 누리고, 그들만 자료를 공유하고, 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한 기자들은 정보에 접근할 수 없게 하면서 언론사 간의 계층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기자단 제도는 일본에서 들어와서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것"이라면서 "서양에는 이런 게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일본식 기자단을 만들고 간사를 뽑아서 기관과 협상하고, 뭔가 얻어내고, 부정적 문제의 통로가 되기도 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기자단을 유지해야 하는지도 의문이 드는데, 이러한 갑질까지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진봉 교수는 "백번 양보해서 신생 언론사가 많고 제대로 된 구조도 안갖추고 신청하는 언론사를 받아줄 수 없다고 인정하더라도, 정보 제공이나 자료 제공까지 차별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러한 기자단의 행태는 소규모 언론이나, 인터넷 언론사를 상대로 한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기자단은 독점적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소수의 대형 언론사에 정보가 집중된다. 그리고 관은 이러한 행태를 묵시적으로 용인해주고, 특종을 돕기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한다. 여기서 어떻게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수 있겠나"라면서 "악어와 악어새처럼 혜택을 주고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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