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KBS·MBC 간부와 기자들을 사찰, 좌편향 인물을 퇴출시키고, MBC 민영화를 시도하는 등의 공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후로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바로 'MBC 민영화'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18일 한겨레 단독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MBC에 대해 좌편향 인물과 문제 프로그램 퇴출, 노조 무력화, 민영화로 이어지는 3단계 MBC 장악 시나리오를 짰다고 한다. 국정원은 이 시나리오를 '문화방송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라고 불렀다. 이 문건의 작성을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국정원 문건의 윗선을 추측해볼만한 지점이 있다. 바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MBC 정상화 최종단계로 지목한 '민영화'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이진숙 당시 MBC 기획홍보본부장은 고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만나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을 논의한 바 있다.

지난 5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출석한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제가 바라는 것은 MBC를 민영화하는 것이었다. 공영방송이라 정권에 휘둘려 왔기 때문에 민영화돼야 한다"면서 "MBC 민영화가 제가 바라는 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MBC 민영화가 단순히 당시 MBC 경영진의 바람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MBC 민영화를 바랐던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은 지난 7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MBC 민영화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숙원이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최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MBC란 회사에 대해 '내가 권력을 잡으면 저 회사를 민영화 시키겠다', '주인이 없어서 저 회사가 저렇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최명길 의원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는 바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MBC) 민영화를 추진해보라고 했다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정수장학회 지분 문제 등으로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들자, MBC의 힘을 빼야겠다는 철저한 각본을 갖고 움직였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MBC를 민영화하고자 했고, 국정원 MBC 장악 문건에는 'MBC 정상화'의 최종단계가 민영화라고 적혀 있다. 국정원 문건에 이 전 대통령의 생각이 그대로 투영돼 있는 셈이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한다. 권력을 남용해 민주주주의 근간을 헤치는 적폐 청산이 목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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