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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MB씨 당신들이 그때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안다[전규찬 칼럼]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승인 2017.09.19 07:56

가끔 이론적 수사는 현실의 적확한 이해, 상황의 명징한 판단을 방해한다. 노골적으로 말하겠다. 나는 박근혜 정권만큼이나 이명박 정권에 대해 이를 가는 사람이다. 피해자로서다. 분명히 하자. 나는 박근혜만큼이나 이명박을 혐오하고 적대해 온 사람이다. 선량한 시민으로서 그러하다. 박근혜가 최순실 이재용과 연계하여 공화국의 기본을 파탄 낸 게 틀림없다면, 이명박은 차라리 더 조직적인 행태로 총자본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챙기면서 그 전위로서 뉴라이트라는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 세력을 키우고 내세우며 한국 민주주의를 바닥에서부터 작살냈다. 박근혜와 똑같이 이명박의 배후에는 거대자본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그들의 정치공작은 오직 국내외 자본과 근친하고 반공극우체제를 지지하는 세력의 보존을 위한 소수 이견의 진압, 다수 의견의 통제에서 일치했다. 

그런 저 무도했던 이명박 정권을 대체 누가 쉽게 용서할 수 없겠는가? 아, 나는 그럴 수 없다. 너무나 많이 당한, 일찌감치 블랙리스트에 오른 현장의 당사자로서 그러하다. 그 치 떨리는 폭악의 정치를 학자이거나 활동가 이전에 시민의 일원으로서 결코 함부로 잊으면 안 된다. 우리는 그로부터 중요한 역사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역사는 현실에서 꼭 반복된다. 마르크스가 말한 바대로, 한번은 비극으로 그 다음은 희극으로면 얼마나 좋겠는가? 한번은 비극으로 그 다음에도 역시 비극으로였다. 총통은 나폴레옹이라는 영웅의 가계가 아닌 MB라는 듣보잡 이니셜로도 가능했다. 반공의 파시즘은 군복이 아닌 민간의 복장으로도 얼마나 화려히 부활할 수 있었으며, 압도적 전체주의는 쿠데타로 득세한 군사독재가 아닌 선거로 뽑힌 민간독재로서도 얼마든지 반복된다.

'MB국정원 블랙리스트' 의혹(PG) Ⓒ연합뉴스

오직 자본을 위한 반 생명, 반 생태의 국토개발사업에만 몰두하면서, 한국을 사실상의 사회적 부도상태에 빠트린 당신들이다. 자본국가가 추진하는 대형프로젝트 4대강 공작을 위해 역사적 파시즘 하 선전수상 괴벨도 저리가라 할 정도의 치밀한 선전술을 다양한 군상과 체계적인 술책을 통해 매일 같이 발휘하던 너희들이다. 국가사업, 국가공사에 방해가 될 뿐인 한국 민주주의 질서를 빨갱이 색출이라는 명분으로 무력화하라! 각하의 지상과제에 반대하는 모든 시민사회, 운동단체들을 좌파로 정리해 당장 척결하라! ‘좌빨’이라는 이름이 함부로 회자되고, ‘적출이라는 무시무시한 언어가 공공연히 사용되었다. 그렇게 민주/사회/정치를 파탄 내는 게 바로 MB씨, 당신들의 목표였지 않았던가? 국가정보원이 주도하고, 국세청이 동원되었으며, 국무총리실도 적극 참여한 프로젝트다. 검찰 권력은 또 어찌 빠트리겠는가? 

결국, 불과 몇 년 사이에 한국 민주정치는 멸망하다시피 했다. 국가가 사회에 반역하고, 권력이 민주에 반동하는 바로 저 무소불위 MB지배체제의 태동. 이후 정권을 재생산한 박근혜 세력이 한국 사회의 정의에 반역하고 한국 민주주의의 정치에 반동할 텐데, 그것은 이전 이명박 정부가 너무나 기가 막히게 잘 닦아놓은 각하의 무단통치를 일관되게 유지 진행한 것에 불과했다. 그러하니 이제 우리는 MB를 과거로부터 불러내 역사로 소환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이자 기본인 차이, 이념과 의견의 차이, 정치적 견해의 차이를 조건으로 하는 한국 민주주의, 그 위대한 역사를 의도적으로 망가트리고자 한 MB와 그 주변의 인간들.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알면서도 모르는 채 버젓이 활개를 펴고 화려히 활동 중인 저들이다. 저 뻔뻔한 책임자들을 이리 방기한 채 ‘적폐’ 청산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그러면 안 된다.

MB씨들, 나는 당신들이 그때 무슨 짓을 했는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예술의 실천조차 이념의 잣대로 마구 탄압한 너희들이다. 아, 2009년에 터진, 이 글을 쓰는 본인이 당사자로 연루된 소위 한예종 사태는 이후 벌어질 전체주의적 행태의 징후였다. 전조에 불과했다. 비판적인 교수들을 빨갱이로 몰고, 예술학교 자체를 좌파학교로 규정했다. 말 안 들으면 폐교한다는 흉흉한 소문을 흘렸다. 연이은 감사를 통해 말도 안 되는 사유로 특정인들의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고, 총장 집무실을 밤사이에 뒤져 희한한 불순의 증거를 채집했다. 결국은 몇몇 교수를 자리에서 내쫓아냈다.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라는 무생명의 프로젝트조차 좌파프로젝트가 되어 금지당하는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 그게 모두 너희가 한 짓이지 않은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연합뉴스)

그렇게 너희들은 통제와 검열, 진압과 ‘적출’의 활동을 사회 전 분야로 확대시켜 나갔다. 언론매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공영방송을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제도로 파악한 너희들은, KBS와 MBC에 대해 각각 국영화와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다. YTN이나 연합뉴스, SBS와 같은 상업방송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철두철미하게 장악하라! 비판적인 언론인과 연예인들은 좌파로 분류해 해고하거나 출연 금지시켜라. 그럴 조직적 통제 프로그램을 국정원 등을 통해 돌린 너희들이다. 정권에 승복할 허수아비 낙하산들을 내려 보내고, 우익의 메시지 송파에만 성실할 대체인력을 공급하라! 비판의 잠재성이 있는 프로그램들은 몽땅 폐지하고, 문제 있는 사안들은 방통위나 방통심위 같은 허수아비 기관을 통해 즉각 해결하라. 바로 지금 구체적으로 폭로되고 있는 국정원의 과거사가 이 모든 것이 사실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뿐인가? 권력 감시의 공영방송을 무력화하고 비판적인 언론인들과 상식의 저널리즘을 쫓아낸 너희들은, 이제 인터넷 공간을 여론조작과 선전검열의 표적으로 삼았다. 조직적인 민간 댓글 부대를 동원해 사회적 불안을 키웠다. 인터넷을 통한 대중의 정치적 교통행위를 철저하게 진압했다. 그렇게 공안정국을 이끌면서도, MB씨 당신들은 가증스럽게도 늘 입만 열면 ‘소통’을 강조했다. 사실상의 비상계엄상태를 선포해 놓고, 한국 언론자유 지수를 바닥으로 퇴락시켜 놓으면서도, 쟁투를 통해 얻어낸 한국 민주주의를 멸망의 길로 이끌면서, 그러면서 너희들이 늘 자랑하는 것은 자유, 자본의 자유, 시장의 자유, 절대권력의 자유였다. 87년 체제를 해체시킨 반동정권의 장본인, 그게 바로 MB라는 이니셜로 더 잘 통하는 21세기 대한민국 자본국가의 총통 이명박과 그 일당인 너희의 실체다. 

박근혜 정권의 부정과 불의, 폐해에 대해 촛불이 응징을 시작했고 탄핵이 그 과정이었다. 적폐 청산의 여러 활동들이 그 결과로서 현재 진행 중이다. 그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재민주화는, 한국사회에서의 민주정치는 불가능한 미래가 될 수밖에 없기에, 우리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한다. 대체 박근혜 일당이 무슨 일을 했는지 말이다. 그러면서, 그러기 위해, 우리는 이제 그와 공동정범이면서도 역사의 심판장에서 슬며시 빠져있는 MB씨들에 대해서도 재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그들이 어떻게 박근혜에 앞서 대한민국을 지옥의 문으로 끌어들였는지, 그 부정의 면면을 낱낱이 기록에 남기고 심판해야 한다. 그러하지 않으면 역사는 또 반복되고 말 것인데, 그 세 번째의 반복은 지금까지 우리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모습이 될 게 틀림없다. 두렵다면, 그런 미래가 불가능하게 과거를 단호히 끊어내야 한다.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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