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최효원을 구하려던 차천수는 거사를 벌이기 전 기생 설희에게 동이를 부탁했고, 동이의 오라버니 동주를 연모했던 설희는 정인을 대하듯이 동이를 찾았고 결국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었다. 설희는 동이와 게둬라를 무사히 도성 밖으로 빼돌리고 양자로 들이고자 하지만, 동이는 장옥정을 찾기 위해서 궁궐로 보내달라고 떼를 쓴다.
동이의 간청을 들어준 설희의 소개로 황주식을 따라 장악원 노비로 들어가게 되어 본격적인 궁궐 생활이 시작된다. 그런데 그 속에서 또 여전히 동이 제작진의 무지함이 계속 노출되고 있다. 동이의 장악원 생활 첫 번째 장면은 커다란 대아쟁을 들고 오는 것을 악공이 현(絃)을 손으로 잡으면 어떻하냐고 나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동이를 나무랄 자격이 없었다.
현을 손으로 잡은 것만이 아니라 악기를 드는 방향부터가 잘못돼 있었고 동이에게 아쟁을 받아든 그 역시도 엉터리로 악기를 들고 갔다. 그것은 나중 동이가 악기들을 정리할 때도 똑같이 반복되는데, 가야금, 아쟁 등 한국 현악기들은 모두 공통적인 조율방법을 갖고 있다. 각각의 줄 끄트머리를 잡아당겨서 음을 맞추고 그것을 마치 여인의 머리처럼 감아서 악기 끝에 정돈한다.
그렇게 악기 줄과 연결된 실로 꼬아 만든 것을 부들이라고 한다. 이 부들이 꼭 머리 같기도 한 탓에 국악기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그것이 윗 쪽으로 흔히 오인하기도 한다. 아마도 동이 제작진도 같은 오류를 범한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은 국악기 상식의 최소한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아쉽기만 하다.
악기의 끝이라고 했듯이 현악기들 들거나 혹은 세워둘 때 반드시 이 부들이 아래로 향해야 한다. 5회 예고에서 "음이 무너졌다.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라는 대사가 섞여 있었듯이 조선의 통치이념은 예악사상에 근본을 두고 있다. 비록 장악원 악공들이 천한 신분이긴 해도 그 관리는 대단히 엄격했다. 그런 악기의 위아래를 거꾸로 보관했다면 아마도 책임자는 치도곤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예컨대 풍등이 조선의 정월풍습이었나 아니었나, 오작인 아비와 장악원 악공 아들이라는 한 집안 두 직업이 가능했냐 아니냐는 문제들은 드라마를 위한 허구의 허용을 적용시킬 수 있겠지만, 장악원이라는 명백한 환경 속에서 아주 사소한 부주의와 무지로 인해 반복되는 실수들은 제발 고쳐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대장금에 등장했던 궁중음식이 만일 엉터리였다면 대장금의 열풍은 기대보다 작았을 수도 있다. 동이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장악원 묘사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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