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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탄생 이시영, 마리 앙투와네트의 환생?[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0.03.30 10:16

부자의 탄생이 부태희 이시영의 일인 독주로 바뀌고 있다. 애초에 지현우의 재벌 아버지를 찾기 위한 흐름은 온데간데없고 부태희 역의 이시영의 존재가 드라마를 완벽히 장악했다. 드라마 스토리는 만화보다 유치하고 식상해서 참고 봐주기 힘든데도 불구하고 마리 앙뜨와네트가 빙의한 듯, 귀여운 악녀 이시영의 천방지축 연기가 날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본래 부자의 탄생은 이보영을 중심으로 두고 시작했으나 거꾸로 이시영의 존재감이 압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시영이 등장하는 신은 정극이 아니라 시트콤인가 싶을 정도로 포복절도하게 한다. 특히 9회의 부태희는 초절정의 무식과 막무가내 대사로 배꼽을 잡게 했다. 이런 부태희의 최강 코믹 케릭터 등극으로 인해 다른 코믹 케릭터들의 역할이 싱거워질 정도가 됐다. 보통은 재벌 딸의 안하무인 케릭터가 호감을 얻기 쉽지 않은데 반해 이시영은 부태희를 부자의 탄생 최고의 호감 케릭터로 바꿔버렸다.

   
 

부태희가 최소한으로 가진 긍정적인  요소는 재벌가의 외동딸이지만 추운석(남궁민)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조뿐이다. 흔히 보아왔던 정략결혼 따위는 부태희에게 적용될 수 없는 구도인 것도 그 호감의 배경이 되고 있다. 분명 부태희가 하는 짓은 연적 이신미(이보영)보다 더 재벌딸 같고 욕먹을 거리지만 이상하게도 미운 감정이 들기보다는 자꾸 웃게 된다. 

부태희는 갖고 싶은 걸 못 가지면 미치는 전형적인 철없는 허영녀이다. 게다가 누가 됐건 자기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다. 오랫동안 자신을 보필한 비서의 생일에 축하한다는 말 한 마디 해준 적 없으며, 하다못해 이름도 불러본 적이 없다. 그것이 섭섭하다는 비서에게 즉석에서 돈을 꺼내주는 것밖에는 생각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존재다.

흉년으로 먹을 것이 없이 굶주리는 백성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을 것이지 할 정도로 물정 모르고 사치스러웠던 프랑스대혁명 때의 왕비 마리 앙뜨와네트를 연상케 한다. 프랑스 민중은 마리에 대한 반감으로 봉기했다는 루머가 돌 정도지만 한국판 마리 앙뜨와네트 부태희는 반감은커녕 귀엽기만 한 악녀로 탄생했다.

책읽기를 끔찍이 싫어했던 마리 앙뜨와네트와 마찬가지로 부태희 역시 대단히 무식하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이순신처럼"이라며 최석봉(지현우)에게 당당히 말한다. 대단히 뻔한 개그대사임에도 부태희의 대사였기 때문에 개연성과 함께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그것을 들은 최석봉이 한심한 듯 "그건 홍길동이에요"해도 막무가내로 "홍길동은 무슨 걘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했잖아?"하고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이렇듯 좋은 모습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찾아볼 수 없는 부태희 케릭터가 부자의 탄생 제1 호감으로 떠오른 것은 전적으로 이시영의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몰입에 있다. 그녀의 비서들 역시 모두 코믹한 설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태희의 급부상으로 인해 코믹선을 찾기 힘들어졌다. 하물며 코믹 감초의 대명사 박철민의 존재감마저 축소시킬 정도다. 부자의 탄생이 드라마 한 편의 가치로서는 상당히 떨어질지는 몰라도 부태희 이시영의 존재만은 확실하게 남겨두고 있다.

만일 부태희 같은 사람을 현실에서 윗사람으로 두게 된다면 일상이 그대로 지옥이겠지만, 드라마 속에서 만나는 부태희는 그녀가 가진 온통 부조리함에도 불구하고 흐믓하게 미소 짓게 한다. 예쁜 악녀는 그래서 칼든 악당보다 더 위험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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